설날 다음날 친정집에서 여동생네 식구들과 모두 함께 모여서 세배도 하고 아이들은 세뱃돈
도 받았다. 곰국에 직접 만드신 만두와 떡국을 넣어 떡만둣국을 만들어주셨고 사위들 마시
도록 술도 준비하고 안주하라고 돼지갈비찜도 준비하셨다. 시원한 나박김치에 갖가지 전도
준비해서 푸짐한 상차림에 많이 먹었고, 시댁에서 힘이 다 빠진 두 딸에게 설거지도 못하게
하시고는 바리바리 음식들을 싸주셨다.

지난 5일전 금요일 저녁에 설 명절을 지내고나서 처음으로 안부 전화를 드렸다.

“엄마, 나박김치 정말 잘 먹었어요. 김서방과 아이들 모두 잘 먹고 또 만들어 달래서 전화
드렸어요. 아프신 대는 없으시죠?”

“그래. 바로 만들어줄게. 그런데 내가 너에게 전화를 안했다만 3일전 아이들이 침대를 치운
다고 해서 너의 아빠가 만들어줬던 침대를 뜯어내다가 뒷골이 띵하더니 너무 아파서 청심환
을 다 먹었는데 아직도 아프다.”

“왜, 그런 일을 엄마가 하셨어요? 앞으로 그런 일 하지마시고 급하게도 하지마세요. 몇 달
전 대상포진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시면서도 병원에 입원도 안하시더니 그러다 큰일 나면 어
떻게 해요. 그리고 더 많이 아프면 언제고 119에 연락하세요. 나박김치도 천천히 하시고 몸
조리하세요.”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난 다음날 오후에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니야. 엄마 119로 병원에 갔다. 빨리 와.”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동생이 여동
생 집에 책을 가지러 간 사이 다시 머리가 아프시다며 올케에게 전화를 했고 남동생이 119
불러서 병원에 가신 것이다. 119 구급차에 오르시면서 의식을 잃으셨다. 병원에 도착하니
CT촬영 하고 보니 뇌출혈이 두 번 있었다고 했고 다시 자기공영촬영을 하고 바로 뇌수술을
한다고 했다. 의식이 돌아왔지만 자기공영촬영 후 의식을 회복 못하셨고 뇌수술은 새벽 내
내 6시간 이상 걸렸다. 수술을 마친 의사선생님은 뇌를 여니 부종이 너무 심해서 뼈도 닫지
못하고 그냥 피부만 봉합했다고 했고 의식은 전혀 없고 동공도 다 풀렸다고 했다.

중환자실로 옮겼다. 그리고 오후 3시반경에는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하루 15분씩 네 번의
면회만 가능한 상황에서 엄마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손과 발은 말초신경장애로
퉁퉁 부었고, 수술 후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서 온풍기를 이불속으로 틀어놓고 또 하루가 지
나자 오른쪽 눈에 커다란 붕대를 해두었다. 사연은 안구가 돌출되어 모세혈관도 터진 상태
란다. 남동생도 울고 나도 울고 여동생도 울었다.

밤이 되어 대기실에는 남동생이 잠을 자고 새벽에 면회를 했고 아침 일찍 내가 갔고 곧이어
여동생도 와서 하루 종일 함께 있었다. 어제 저녁에는 빈혈로 수혈을 했고 오늘 새벽에 체
온이 올라가서 물수건을 했었고 오늘 오후에는 얇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수술로 삭발한 머
리를 보니 금방 절에서 잠시 중환자실 침대를 찾은 비구니였다.

친구들은 안타까움에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준다. 자신의 아버지도, 자신의 어머니도 그
렇게 뇌수술 후 한 달 만에 인공호흡기 빼고 건강을 찾으셨다고 위로해주었다. 병원에 간호
사로 있는 친구는 청력이 있으니 자꾸 말을 걸어보라고 했다. 부종이 빠지라고 맛사지를 하
고 말도 걸어본다.

“엄마, 어서 일어나세요. 내일은 숙이 랑 저의 생일이에요. 함께 미역국 해먹어야죠.” 기적
이 일어날 수 있을까? 엄마가 깨어나시면 다시 모두에게 행복이 찾아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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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 2010-02-2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후 엄마 친구분들이 5명 다녀가셨어요. 모두 한분씩 면회를 하면서 엄마를 뵙고 오시면서 토열하시고 충격을 받으셨어요. 그 중에 저의 친구엄마가 두분이라 집으로 오니 친구가 전화를 줬어요. 아직도 난 엄마가 깨어날거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