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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 영혼을 보는 눈 세상을 사는 지혜
투이아비 지음, 에리히 쇼이어만 엮음, 유혜자 옮김, 이일영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용이 연설문일 뿐이고 빠빠라기는 투이아비 추장이 유럽을 여행했고 여행을 하고 나서 자기 부족에게 여행이야기를 전하면서 유럽인들을 '빠빠라기'라고 칭하게된 것이다. 자연속에서 원시적인 모습 그대로로 지내는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의 투이아비 추장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난 몇 년전 영화로 본 콜라와 부시맨이 떠올랐다. 부시맨은 아프리카 칼라하리에 원시 생활을 그대로 영위하며 순진무구한 인간성을 간직한 소수의 인종이다. 키도 작고 까만 모습의 부시맨을 떠올리면서 또 한사람이 떠올랐다. 세계의 오지를 여행한 한국의 위대한 여성 '한비야'이다. 부시맨에 비하면 투이아비 추장은 2미터의 뚱뚱한 거인이라고 한다. 추장이지만 원주민들과 똑같은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1년이상을 생활한 '에리히 쇼이어만'이 처음으로 독일어로 번역하여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가끔 TV의 타큐멘터리로 나오는 미지의 세상이야기 속에는 원시부족들의 생활을 보면서 그런 생활속에 나도 함께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사람들이 우리 민족이 하던 것처럼 방아를 찧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우리의 조상이 아마도 오래전에 저곳에 살았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 원시부족의 추장이 유럽을 여행한다. 그리고 그 여행기를 자신의 부족에게 이야기 한다고 한다. 그는 그들의 선조들이 유럽의 문화를 받아들인 것은 최고의 실수였다고 하며 자신의 부족들이 유럽 대륙의 개화된 생활을 떨쳐 버리라고 호소한다.
우리는 진화된 인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새롭게 변화되고 발전되어간다는 문명이 때론 우리를 가두어 버린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여 두통이 생기고 성격이 가끔씩 온순함을 벗어날 때에, 지하철을 타기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이들 옆에는 에스컬레터를 타고 내려가는 이들이 있고 그보다 반대쪽에서는 멀쩡한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들을 욕한다면 나또한 욕을 먹게되겠지. 그런 변화된 문명속에서, 도시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내는 세금으로 누려야할 생활이라고 한다. 길가에 혹은 도로를 달리면서도 앞서가는 사람들이 창밖으로 내다 버리는 쓰레기에 난 놀라서 핸들을 꺽는다. 자존심도 다 버려지는 것 같다. 그런 생활이 지금의 문명인들이 누리는 생활이다. 투이아비 추장앞에서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다.
투이아비가 표현하는 것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부족이 이해하기 쉬운 말들도 풀이하고 있다. 허리도롱이, 거적, 발을 감싸는 부드러운 껍질은 양말이고 딱딱한 껍질은 신발이다. 사람이 생활하는 아파트같은 건물은 돌궤짝이라고하고, 그들 건물 사이는 돌 틈, 그리고 배를 타고 다다른 곳의 생활하는 곳을 돌섬이라 한다. 돌틈의 도로를 설명하면서 빨리 달리는 차나 기차를 표현하는 것도 짧은 단어를 길 게 설명하는 것을 읽으면서 '내가 추장이라면 어찌 설명을 할까? 막막하다...'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매년 초가 되면 발명품,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라고 A4용지에 커다란 칸을 만들어 그곳에 그림도 그려서 설명해서 가져오라고 과제물로 가져온다. 숙제라 아이는 머리를 쥐어짜며 걱정을하면서 밤을 세우기도 하지만 진작에 옆에 있는 엄마인 나도 도울길이 막막하다. 그런일로 매년 연중행사를 치루었는데 중학교에 가서도 또 시작되었다. 남태평양의 티아비아 섬으로 떠나고 싶다. 코미디 프로그램 속에서 유행어로 떠돌던 말인 '어디론가 멀리 가고 싶구나..' 하는 말이 내 입에서 그냥 나온다.
조심성 많은 투이아비 추장은 처음 접하는 외국의 여러 모습 속에서도 자신을 빠트리지 않고 물어보고 재어보고 탐색하고 필요성을 따져본다. 대구 팔공산 안의 우주비행선 모양의 레스토랑에 들어설 때나, 커다란 배나 기차를 들어서 갖다놓은 듯한 산과는 전혀 안어울리는 것들이 건물로 만들어져 있지만 우리는 아무렇지도않게 들락거리고 그 안에서 희희낙낙하다. 만약 투이아비 추장이 숲이 우거진 산 아래의 비행선을 보면 어떤 설명으로 풀이하며 자신의 부족들에게 알려줄까? 책을 모두 다 읽고서 결론 지어지는 나의 감동은 '여기서 더 발전하는 것보다 우리도 200년 전의 생활로 돌아가서 살면 어떨까?' 이다.
좀 더 짧아질 수 있는 글들이 단어하나도 풀이하고 설명하느라 긴들이 되었다. 그래서 글을 읽다가도 뭘 설명하는 것인가를 나도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는 그것이 무엇을 설명하고 있다고 감이 잡혔을 때는 묘한 미소가 내 입가를 스친다. 조금은 만족스러웠다. 내 부족 내 나라 사람이 아니지만 적어도 티아비아 섬의 사람들은 새로운 문명의 황폐함 속에는 빠져들지 않을 것 같다. 갑자기 한옥의 아름다음이 있는 안동 화회마을로 가보고 싶다. 지리산 아래의 청학동에도 가보고 싶다. 십 여년 전 결혼하기 전 가 보았던 청학동의 모습은 없을 것 같다. 그곳은 우리 딸아이가다녀온 곳으로 또 다시 변화해서 자동차가 산 위까지 올라가고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하는 서당도 신식으로 변했다. '원시로 돌아갑시다.' 외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어보게해서 자꾸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만이 편리한 세상이 아닌 것을 깨닫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