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언덕의 소녀 레인보우 북클럽 11
비욘스티에르네 비요른손 지음, 고우리 옮김, 어수현 그림 / 을파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난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또 3년이 흘러서 아이를 낳았다. 두 딸은 20개월 차이로 사이좋은 자매로 자라고 있다. 어려서도 누구보다도 착하고 순하게 자란 두 딸은 엄마를 한 번도 실망시킨적이 없었다. 엄마젖을 먹일 수 없어서 분유를 먹일 때도 분유가 잘 안받아서 두유를 먹고 키울 때도 두 딸은 중1이 되었고 초등5학년이 되어서 엄마보다 훨씬 더 커 버렸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두 딸은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될 것이다. 딸을 키우는 부모들 마음처럼 똑같은 마음으로 내 아이같은 '해맞이 언덕의 소녀' 이야기를 읽게되었다. 

목동이 나오고 소를 치고, 양을 치고, 높은 언덕이 있고 저녁노을이 멋진 그런 곳의 이야기가 나오면 '알프스하이디' 이야기가 떠오른다. 소를 치고 양을 치는 소년들은 요들을 부르고 주말이면 교회에 다닌다. 난 가끔 시어머님을 따라 절에 가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가족들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 이 책속의 주인공들도 그의 가족과 함께 교회에 다닌다. 신에게 의지하는 마음만큼 그 신의 보호아래 사랑을 키우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책을 받고 지은이의 이름을 찾았을 때, 긴 그의 이름은 '비욘스티에르네 비요른손' 인 것을 발견했다. 작가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19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4대 거장 중의 한사람인 것도 알게되었다. 긴 작가의 이름을 외우기는 정말 어려웠다. 혹 독서골든벨에 참석해서 혹 객관식 문제로 작가이름을 찾으라면 답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목사의 아들이라 내용 안에 교회를 주된 연결고리로 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나도 아이들과 교회에 다닐까?' 잠시 생각했었다. 이런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누가 나타나 함께 교회에 가자고 하면 같이 갈 것만 같다.  교회는 절 때로 안된다는 시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남편과 나 그리고 나의 두 딸은 아직까지 '무교(無會)'이다.  

해맞이 언덕이라는 이름의 '솔바켄'의 농장의 부부에겐 첫 아들을 잃고 다시 얻은 딸의 이름을 '신뇌베'라고 지었다. 사람들은 마을이 생긴 이래로 신뇌베처럼 사랑스런 아이는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난 소설책 속에도 삽화가 많이 들어있으면 했다.  칼라로 된 삽화가 있다면 더욱 재미있고 그 내용에 푹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흑백의 삽화가 드문 드문 몇 컷 들어있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다. 솔바켄 언덕 맞은편의 높은 산 밑의 농장인 전나무 숲이란 이름의 '그란리덴'농장에는 '토르비욘'과 그의 여동생 '잉글리드'가 아버지인 '세문트' 어머니인 '잉게비요르그'와 함께 살고 있다.  트르비욘을 잘 키워야한다는 아버지 '세문트'의 바람은 아이를 자주 때리고 야단치게된다.  토르비욘이 일고여덟 살쯤 되었을 때, 집안일을 도울 '아슬락'이란 소년을 데리고 온다. 그아이는 토르비욘에게 나쁜 것을 가르친다. 욕이나 이상한 노래를 가르치는 것을 알게된 세문트는 아슬락을 혼내고 집에서 내쫒아 버린다.  그리고 토르비욘과 잉글리드를 데리고 가족 모두 교회에 나간다. 토르비욘은 교회에서 신뇌베를 보게되지만 자신을 귀찮게하는 아이를 혼내주는 것을 본 신뇌베가 크게 놀라고 그를 멀리하게된다. 신뇌베가 잉글리드와 자주 만나고 친한 친구인 것을 알게되고 말을 걸어보지만 신뇌베는 첫 인상에서 그를 신뢰하지 못하고 만나길 거부한다.  다시금 친하게 된 두 아이는 학교에서도 서로 경쟁을 하며 공부를 했다. 토르비욘은 견진성사를 일찍 받지 못하고 신뇌베나 잉그리드와 같은 시기에 받게되었다. 신뇌베는 이미 열여섯 살이 되어있었다.  소년들은 토르비욘을 약올려서 싸움을 하게되었고 토르비욘은 신뇌베를 위해 밤에 몰래 신뇌베의 꽃을 심어주고 오고 난 후 오랫동안 솔바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중일까? 그는 아버지를 도와 농장일을 하면서 청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신뇌베를 다시 만난 토르비욘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된다.  

얼마전 난 중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아직 남자친구 없는거야? 중1이 되면 남자친구 사귀어서 커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너희반에는 그런 것 없니?" 하고 물었다. 아이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이제 중학생이된지 세 달이 되어간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선생님들도 좋아해줘서 친구들이 자신을 부러워하면서도 미워하지 않고 칭찬해주고 좋아해줘서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다고 수다를 내내 떨었다. 컴퓨터 수행평가로 '자연'에 대한 UCC를 완성해서 집에서 편집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하는 숙제가 많으면 좋겠다고 한다. "와우, 우리 딸이 너무 착하네.." 오버엑션을 하면서 아이를 안아주었다.  

토르비욘이 결혼 피로연에서 싸움을 하게되어 크게 다쳤다. 집으로 와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거의 아버지도 울었다. 잉글리드는 신뇌베가 걱정한다고 사건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겨우 말을 하게된 토르비욘은 자신이 건강해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며 헤어질 것을 메모지로 적어서 시뇌베에게 전해주라고 잉글리드에게 부탁한다. 엄마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신뇌베는 진심으로 토르비욘을 걱정하며 울었다. 잉글리드에 제대로 이야길 듣고싶어 몰래 찾아가지만 메모를 받고 속상해한다. 그리고 또 다시 몇주가 흘러 견진성사사 있던 날 몸이 다 나은 토르비욘도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교회에 간다. 그곳에서 신뇌베를 만나고 집으로 가는길에 잉글리드와 신뇌베와 토르비욘이 만난다. 신뇌베를 만난 토르비욘은 자신이 준 메모를 어찌했냐고 묻는다. 태워 버렸다고 말한 신뇌베는 그런 메모를 보낸 토르비욘을 원망한다. 다시 만남을 약속하며 헤어지지만 세문트는 집으로 돌아온 토르비욘을 데리고 신뇌베에게 간다. 그리고 신뇌베의 부모님에게 두 아이를 맺어주길 바란다고 한다. 그렇게 둘이는 맺어졌다. 바로 따라온 잉글리드와 어머니도 함께 기뻐한다. 토르비욘은 창가에 앉았고 신뇌베와 함게 그란리덴을 바라보고 있다.  

표지에 나온 둘이 걷는 모습은 아마 둘이가 맺어지던 날 낮에 함께 걸어가며 이야길 나누던 모습인 듯하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토르비욘이 싸움에 휘말릴 때나 그의 아버지에게 매를 맞을 때, 신뇌베에게 자신있게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할 때, 크게 다쳐셔 생사를 오가는 토르비욘을 볼 때, 함께 가슴졸였다. 난 그때 잠시 토르비욘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또 자시 그의 아버지가 되기도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컸다는 것을 가끔씩 잊어 버린다. 보호욕이 커서일 듯 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일 것이다. 책 제목에는 '해맞이 언덕의 소녀'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전나무숲의 토르비욘'의 이야기이다.  신뇌베의 어머니는 가축들이 아플 때마다 신뇌베에게 데려간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의 기운을 성스럽게 여겼을 것 같다. 토르비욘의 아버지인 세문트가 자신의 아들의 잘못되는 것을 바르게 해준 것은 모두 신뇌베의 영향이라고 한 것처럼 토르비욘은 항상 자신이 잘못한 행동을 했을 때는 신뇌베를 생각하면 뉘우치고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사춘기를 겪고 오랫동안 서로를 생각하며 사랑한 두 남녀의 커가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딸에게 나의 사춘기를 잠시 이야기 해주었다. 나도 고1때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서로 공부 열심히 하자고 해서 장학금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자랑하면서 목표가 같다면 학교생활에 어긋난 행동없이 잘 지낼 수 있을거란 말도 했다. 그리고 어느 뉴스에 나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부를 잘 하던 아이가 여자친구가 생기고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 그러데 그 여자친구가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헤어지자고해서 헤어졌는데 성적이 더 떨어졌다고 해. 넌 어떤 생각이 드니?"  세은이는 "정말 황당하네요. 공부를 아주 잘했다가 여자친구 사귀어 성적이 떨어진 것도 안타까운데 헤어지고 더 떨어졌다니..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더 좋은 곳에서 새로운 여자친구 사귀면되지.." 하고 답한다.

 

나의 경우는 남자친구가 운동화 거꾸로 신은 경우이다.  상업계고등학교에서 전교 1, 2등을 다투던 남자친구가 대학교를 가기위해 1년 재수를 하면서 기숙사가 있는 학원에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어 나의 편지에 답장을 안하게되면서 난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그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학교수업을 못하고 양호실에서 울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다음날 모두 정리하고 잊었다.  그 남자는 군에 입대하고 1년에 한 번씩 날 찾아와서 용서를 빌었지만 세 번째 찾아왔을 때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그러고보면 내가 야속했을까? 아마 그는 지금 잘 살고 있겠지?  난 이런 이야기도 큰 딸에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세은이는 "엄마는 잘 하신거예요. 그래서 아빠를 만나서 이렇게 예쁜 딸을 둘이나 낳았잖아요. 호호호.." 간지럽게 웃어댔다. 나도 함께 웃었다.  

또래의 결혼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시기심에 싸움을 걸기도 하지만 결국 잘 견뎌낸 토르비욘과 신뇌베에 박수를 보낸다. 오빠를 도와주고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하는 잉글리드도 착하고 고마웠다. 내 두 딸이 커서 어떤 상대를 만날 지 아직은 전혀 모르지만 나 두 딸의 선택에 응원을 할 것이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모두가 건강하고 서로를 누구보다도 아끼며 사랑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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