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누나 일순이 파랑새 사과문고 48
이은강 지음, 이혜원 그림 / 파랑새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렸을 때의 우리 가족은 내 위에 언니 그리고 내 아래로 여동생, 남동생이 있었다. 부자는 아니지만 일순이네 가족처럼 항상 배고파하진 않았고 거지가 집엘 찾아와도 꼭 밥을 챙겨주던 엄마 아빠의 모습이 내 기억속에 있다.  엄마가 우리들에게 10원을 주면 언니는 1원을 그리고 우리는 3원씩 가졌다. 언니는 언제나 우리들에게 양보했고 순둥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언니노릇과 맏이노릇을 해왔었다.  내가 고교를 처음 졸업하던날 언니는 나를 데리고 뮤직레스토랑에 데려갔고 처음 나이트클럽과 롤로스케이트장에도 데려갔었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언니는 나에게 속옷에서 화장품, 신발, 가방 모두를 항상 사 주었다. 두 살아래의 내 여동생도 백화점에 근무를 하면서 나에겐 언니처럼 챙겨주었었다.  적은 월급으로 취미처럼 그림그리는 광고기획실에 근무했던 나는 그런 언니와 여동생 덕분에 언제나 부족함이 없었다.  어느 날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내가 결혼을 하게되던날 언니는 병든 몸으로 힘들 게 참석을 했다. 내가 첫딸을 임신하고 5개월이 넘었던 날 언니는 친구집에서 자신의 생일파티를 하고는 새벽에 하늘나라로 갔다.  그동안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하다가 갑자기 중단할 때, 그때 언니는 삶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았어야하는데.. 큰누나 일순이를 읽으면서 내내 언니생각에 눈물이 났다.

부자집의 미향이는 우연히 신문을 보면서 어릴 적 함께 놀던 이웃 친구인 일순이를 떠올렸다. 일순이 아래로 이순이, 삼식이, 사순이, 오식이까지 4명의 동생이 있다. 목수였던 아빠가 폐병으로 죽고 일년 후에는 엄마마져 폐병으로 죽고 만다. 남의 집으로 품앗이를 하면서 두 동생을 안고 업고 지내는 일순이는 언제나 가족생각만 했다. 친구들과 고무줄 놀이를 할 때도 공기놀이를 할 때도 일순이는 사순이와 오식이를 업고 안고 놀아도 놀이에서 이기기만 한다.  동생의 병을 낫게 하려고 과수원서리를 하다가 들켜서 혼을 나기도 하지만 아프던 사순이는 결국 엄마와 아빠가 계신 하늘나라고 가 버리고 말았다. 놀란 일순이는 얼굴 안면 근육 마비가 왔고 인상도 찌그러져 오식이가 놀라며 일순이 누나가 아니라고 한다.  동생들을 키우려고 일순이는 다른 지방으로 일을 떠나고 동생들도 뿔뿔이 헤어지게 된다. 오랫동안 일순이를 보지 못한 미향이는 신문속에서 [2천만원을 가지고 도망간 일순이를 찾는다]는 글을 보고 아이들에게 친구 일순이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책 속의 내용들이다. 미향이는 일순이를 찾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일순이가 일하던 식당에서 돈을 빌려서 동생들이 하던 일로 부도를 낸 것을 도와주었다가 다시 부도가 나서 적금을 넣으면서 안하는일 없이 일을 하다가 쓰러져 결국 죽어 버렸다고 한다. 신문을 보고 식당전화번호를 알게되어 적금통장에 함께 이름이 적힌 사람이 식당아줌마인 것을 알고 삼식이와 오식이는 원금 2천만원과 일순이가 가지고 있던 만기가 다된 돈을 타서 2천만원을 더 보냈더라는 이야길 하면서 오열하는 아줌마의 목소리를 전화로 듣고 미향이는 아프게 입술만 물었지만 난 주저없는 눈물을 닦을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 언니랑 그리도 닮은 바보가 있단 말인가. 자신을 조금도 걱정안하고 가족을 위해서 희생한 일순이가 너무도 불쌍했다.

희생이 있어서 가족이 소중한 것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우리 한국의 언니들은 특히 맏이는 엄마처럼 넓고 아름다운 가슴을 가지고 있다. 그 가슴 안으로 가족을 품고 사랑으로 돌봐주는 것이다.  우리집 두 딸도 20개월차라 뭐든 똑같이 하고 싶어한다. 이 책을 우리 두 딸이 읽는다면 앞으로 더욱 서로가 우애있게 지내게될 것 같다. 오늘 밤 꿈속에서는 언니가 나를 찾아와 줄 것만 같다. 언니가 무척이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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