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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에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샘이 누굴까? 생각했었다. 할아버지가 샘일까? 옆의 얼굴을 안경낀 할아버지에게 갖다재는 작은 아이가 샘일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 수 있었다. 결혼초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휄체어에 앉아서 정신과치료를 해주는 심리학 박사가 손자인 샘에게 언젠가 읽어볼 수 있게 편지를 쓴 것이다. 손자 샘은 자폐아였다. 4살이 되어서 말을 하기 시작했으나 몸의 움직임은 여전히 둔하지만 샘은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떠올랐다. . [오체불만족]의 저자인 '오토나케 히로타나'의 엄마가 팔다리가 없이 태어난 아이를 보고 "어쩜 이렇게도 이쁠 수가 있을까?" 했던 말이 지금도 내 머리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영화 [아이 엠 샘]도 속의 귀여운 딸의 모습도 떠올랐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친척중에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의 장애로 태어난 나에겐 아주머니가 되는 사람이 있다. 아주머니의 엄마는 딸을 낳고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머리가 허옇게 되었고 이쁘던 피부도 엉망이 되었지만 위로 둘 있는 오빠들이 언제나 도와주어서 처녀가 되기전에 조금만 잡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일어나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아이도 낳고 가게도 차려서 잘 살고 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 보는 이도 마음이 저며온다. 하지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으로도 혹 반창고를 붙인 내 상처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진다.
대니얼 고틀립 박사는 서른세 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전신마비로 얼굴도 돌리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고정되어 있을 때, 자신을 찾아온 한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이야길 한다. 자신의 아픔을 들어달라고 하며 몇 시간을 보낼 동안 자신의 몸이 약기운이 떨어져 아파했던 조금 전의 고통을 잊게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된 것이다. 샘의 할아버지는 "샘, 나는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널 사랑했다." 하고 말한다. 샘에게 유대의 가르침을 알려준다. 샘의 엄마 데비는 "샘은 정말 완벽한 아이예요."하고 말했다. '오토나케 히로타나'의 엄마와 샘의 엄마는 전생에 같은 사람이 아니였을까? 샘의 할아버지가 힘들 게 공부할 때, 혼자서 잘 해나가라는 말씀을 주신 것처럼 '오토나케 히로타나'의 엄마나 샘의 엄마도 넘어져서 일어나길 보고 있었을 것이다.
고틀립 박사는 자신의 결혼과 이혼과 헤어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결혼 후 헤어졌지만 아프다가 고통으로 죽음까지 맞이한 자신의 부인을 그리워하고 사랑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박사는 자신의 욕창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욕창이 심해져 수술까지 하게되었을 때도 그는 '마음의 상처가 아무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상담하던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박사의 누나인 샤론의 장례식에 팔백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누나는 살면서 베풀며 살았다고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자신이 언제나 또 다른 내면의 자신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다면 아침이 상쾌해진다고 알려준다.
특수 제작된 자가용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어서 다른 운전자들에게 욕을 먹을 때에 한번은 비상등을 켰다. 자신의 상태를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전동휄체어의 바퀴가 구멍에 빠져서 나오지 못해서 한참을 화를 냈던 이야길 들려주면서 새소리를 듣고 비로써 자신의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샘에게 혹 다가올 좌절의 순간들이 보다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고 한다. 누굴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야기들을 하면서 고틀립 박사는 샘이 청년이 되고서 사랑할 상대를 만날 때에 필요할 이야기를 들려준다. 샘을 사랑하는 부모가 있어서 '샘은 정말 운이 좋은 아이다.'라고 한다.
혹 샘을 왕따시키는 사람이 있을까, 혹은 해를 끼치는 사람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알려주는 이야기도 있었다. 자신이 부모나 주위로부터 상처 받은 사람은 남을 상처주어 자신의 상처를 덮으려한다고 한다. 난 다른 책 속에서 성격은 많이 유전된다고 읽었다. 부모로부터 욕을 듣고 혹은 맞으면서 큰 사람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한다고 했다. 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도 같은 이야기 같다. 난 그 책을 읽을 때나 샘에게 들려주는 이야길 읽을 때나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라는 글이 떠올랐다. 박사는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을 못살 게 구는 선생님이 학점을 C를 주어서 자신이 선생님을 찾아가서 내가 B를 받아야하는 마땅한 근거를 말했고 선생님도 동의해고 그 자리에서 B 로 고쳐주었지만 곧 그일로 교장선생님게 불러갔고 성적표의 점수를 조작했다고 하였고 그 선생님은 자기가 점수를 고쳐준 적이 없다고 해서 정학을 당할 위기에 집으로 와서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어머니는 박사의 이야기를 끝까지 달 들어주고 다음날 학교로 가서는 자초지종을 따져물어 교장선생님의 정중한 사과를 받아내게 된다. 이 이야기에는 그 나쁜 선생님을 혼내준 것이 아니였다. 어머니가 자신을 믿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준 것이다.
박사 주위에는 박사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이 있었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야기 속에서 안정됨과 미래와 사랑이 있었다. 이 책의 처음글에 [세상의 모든 샘에게]라고 적혀있다. 이 책을 샘이 언제즈음 읽게되었는지 후기가 기대되지만 아마 샘은 이 책을 자신이 살아가는 내내 읽어가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또 샘의 후세에도 자신의 할아버지 이야길 하면서 전해주지 않을까? 이 책이 "이 세상 모든 샘의 가족들에게" 읽혀지길 바란다. 아마 샘 같은 아이들의 부모들이나 가족들이 이 책을 읽고 샘에게 희망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