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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가게 - 제39회 샘터 동화상 당선작
김윤화 지음, 혜경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평점 :
찬이가 어렸을 때 아빠의 잦은 폭력으로 미용대회 나가려던 엄마가 집을 나가셨다. 다음날 미용대회 참가한다고 찬이를 봐 주기로 한 할머니가 오셨다. 그리고 계속 같이 살게 되었나보다. 가정폭력으로 엄마와 헤어지게 된 찬이는 매일 냄새를 파는 킁킁가게에 간다. 가게 아저씨에게 ‘엄마 냄새’가 아직도 안 나왔냐고 물어본다. 쉽게 만들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는 백가지가 넘는 냄새가 모여 있는 가게에서 ‘사람 냄새’코너에 가서 엄마냄새 대신 파마 약 냄새를 골랐다. 엄마가 미용사여서 그런가보다. 나의 친정언니도 미용실을 운영했다. 그리고는 조카가 초등학생이 되던 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가끔 조카에게 언니 이야기를 해준다. 함께하던 가족이 안보이면 자주 생각나고 슬퍼진다. 찬이가 어서 엄마를 만나면 좋겠다.
킁킁가게를 나오다가 찬이는 어제도 그제도 본 아줌마를 만난다. 아줌마는 아기 냄새 코너에 가서 냄새를 맡고는 또 오백 원을 넣는다. 킁킁 가게 앞 의자에서 아줌마를 만났다. “아줌마 아기가 떠나 버렸어요?” 찬이의 물음에 아줌마는 아기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찬이는 엄마가 집에서 술냄새 맡기 싫을 때 쓰라고 준 마스크를 휴지대신 닦으라고 아줌마에게 준다. 아줌마는 고맙다고 하고는 내일 다시 보자고 했다. 직장에 다니는 것 같다. 어른들이라면 언제나 “시간이 약이야.” 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직장에 나가 일을 하고, 집에서도 멍하게 있지 말고 뭐든 바쁘게 일을 해서 아픈 기억을 잊으라고 한다. 난 TV에서 슬픈 뉴스를 접할 때면 그 뉴스가 다시 안 나올 때까지 듣지 않는다. 다시 들을 때마다 속상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어린 찬이도 킁킁가게에 매일 나오는 것보다 친구들과 지내는 일은 없을 까? 방학이 시작된 것 같다.
매일 아침 찬이와 아줌마가 만났다. 킁킁 가게의 첫손님이라 킁킁 가게를 나와서 ‘사르르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둘이의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둘이 얼마나 자주 만날까? 여름방학이 다 가도록 아저씨는 엄마냄새를 만들지 못했지만 찬이는 아줌마를 떠올리며 밥 냄새나 비누냄새 같은 냄새가 엄마에게도 났다고 기억한다. 나도 목공소를 지날 때면 친정아빠가 생각난다. 목공소를 하면서 나무를 자르던 기계에서 나오는 톱밥냄새나 통판나무를 말린다고 가게 앞에 세워두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 아빠가 함께 잠들어있는 곳에 시간 내서 가봐야겠다. 찬이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엄마냄새를 기억하려고 한다. 찬이의 엄마도 그 마음을 알고 있겠지?
아줌마가 쉬는 날이라고 찬이랑 함께 놀러 가자고 한다. 그리고 찬이에게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 폰을 선물한다. “엄마랑 연락되면 엄마 번호를 1번으로 해. 지금은 아줌마 번호가 1번이야.”하고 시계를 채워주었다. 아줌마는 앞으로 킁킁가게는 안가고 대신 찬이를 만나서 온다고 했다. 시계만 바라보던 찬이는 시계에서 아줌마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앞으로 찬이랑 아줌마는 킁킁가게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자주 만나게 되겠지? 지금은 함께 만나서 놀이공원에 놀러갔을 까?
내가 찬이네 근처에 사는 이웃이라면 매일이고 시간 날 때마다 우리집에 놀러오라고 할 텐데, 우리집에는 태어난 지 3달 된 귀여운 강아지도 있는데, 예쁜 누나도 두 명이나 있고 동화책도 많은데... ... 어려서 엄마를 잃은 조카가 어떻게 컸을지 생각하니 또 속상해진다. 어린 찬이가 더는 상처받지 않고 엄마를 기다리며 너무 외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찬이의 엄마도 찬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곧 나타날 것 같다.
울 두 딸이 어렸을 때, 학원은 안보내고 놀이터에 같이 놀러갔다. 놀이터에는 우리 두 딸만 있을 때가 많았다. 대부분 아이들은 태권도도장이나 학원에 간다. 몇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었는데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이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찬이에게도 같이 놀아주는 또래 친구들이 많으면 좋겠다. 엄마가 올 때까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