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폴인러브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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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에메랄드 궁>을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신작에 대한 기대치가 좀 높았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져서 이번 신작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도 했고.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다. 최근 커피에 관심 갖기 시작한 내남자 덕분에 얻어 마신 몇 잔이 전부. 커피가 굉장히 예민한 음료라는 건 최근에야 알았다. 믹스커피만 알던 내게는 그야말로 신세계.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카페 폴인러브>는 커피처럼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카페의 원래 주인이었던 효정이 갑작스럽게 뇌종양 진단을 받자 효정의 남편 경재는 친구인 정수에게 가게를 잠시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정수의 아내인 세희는 급하게 바리스타 공부를 했고 얼떨결에 맡게 된 카페였다. 그 카페의 이름은 폴인러브’. 그 카페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제호를 만난다. 세희는 커피를 좋아하는 제호와 급속도로 친밀한 관계가 된다. 정수와의 결혼생활에 불만은 없었지만 애정이 식었는지도 모른다.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정수와의 관계가 살얼음 위를 걷듯 불안해지기 시작한 건 제호 때문도 아닌 새벽에 정수의 핸드폰에서 울리던 문자 알림음이었다.

 

단순히 한 커플의 이야기가 아닌 카페 폴인러브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희와 정수, 세희와 제호, 카페 폴인러브의 원래 주인인 효정과 경재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등장인물들은 흉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오래 전 가슴 깊게 새겨졌던 상처가 흉터가 되었고 극복할 수 없는 트라우마로 변해버렸다. 그것을 극복하고 치유하게 하는 방법이 사랑이었다고 하지만 불륜이 사랑은 아니라고 본다. 세희의 상황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는 해도 납득은 못 하겠더라.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감당하기에 조금 벅차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나는 아닌데 남들은 그럴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카페를 배경으로 했고 여러 가지의 맛이 있다는 커피가 생각나는 글이어서 그런 걸까. 다른 맛보다는 커피의 쓴맛만이 진하게 풍겨오는 글이었다. 세희와 정수 때문에 내심 불편해지는 마음도 있었고, 아픈 효정을 보고 있으니 짠해지는 마음도 있었고. 커피의 다양한 맛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사랑에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 더 깊게 닿았던 글이 아니었나 싶다. 전작에서는 모텔, 이번에는 카페, 다음에는 어디일까. 문득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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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말린 핑크
리밀 지음 / 다향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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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학교 의예과, 같은 병원에서의 인턴까지 무려 7년이었다. 유원의 곁에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시시콜콜 간섭하며 챙겨주는 걸로 위안을 삼았던 지후. 외롭고 고된 유원의 환경에 부담이 될까, 너무 사랑해서 그 마음 표현하면 사라질까 두려워 좋아한다 말 한마디 꺼내지도 못했다. 7년의 짝사랑을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좋아서, 사랑해서 친구라도 좋았는데 승하 선배가 좋다는 유원의 고백에 혼란스러워진다.

 

유원은 승하 선배의 다정함이 좋았다.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하다는 소문에도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간다. 답답한 마음에 지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유원. 까칠한 그 성격이 어디 가진 않았는지 지후는 쌀쌀맞기만 하다. 위로를 바라진 않았지만 조금 섭섭해진다.

 

7년을 단짝으로 지냈던 유원과 지후. 지후의 속마음이야 어쨌든 둘은 친구였다. 승하 선배가 좋다는 유원의 고백이 지후에게는 발화점이었는지도 모른다. 숨겨왔던 마음을 내비칠 용기가 필요해지는 시점이기도 했고. 안타까운 마음 반, 끓어오르는 질투 반, 반반의 마음이 모여 터질 것 같은 지후의 마음. 그 절절한 마음이 너무 좋아서 책장 넘기기 바쁘다. ㅋㅋㅋㅋ

 

친구에서 연인으로의 변화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유원에게는 친구였던 지후가 남자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부분은 바로 키스이후. 시작이야 술김이었지만 키스의 농밀한 속삭임에 유원은 어느새 빠져들었고 크기를 불려가는 긴장감에 나까지 덩달아 심장이 두근두근. ‘처음이라는 키스가 이렇게 끈적이고 찌릿할 줄이야. 지후 이 녀석, 분명 선수다.

 

워낙 이런 소재를 좋아하기도 하고, 유원 바라기 지후의 절절한 마음 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 후회남 같은 소재도 좋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여주 때문에 감정 주체를 못하는 남주가 나오는 이야기들도 참 좋다. 유원이 때문에 돌겠네미치겠네라는 말을 달고 사는 지후, 나는 너 때문에 읽는 내내 안달복달했단다. 정말! ^.^ 철철 넘치는 지후의 속마음이 <포르말린 핑크>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100쪽 분량의 훈훈한 에필은 보너스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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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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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대상작이다. 작가 이름을 보고 깜짝 놀라서 다시 확인을 했더랬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몰래 읽던 판타지 책의 작가 이름과 똑같아서 말이다. 찾아보니 그 작가님이 맞다. ‘소리가 절로. 꽤나 오래 뜸하다 생각 했었는데 세계문학상 대상작으로 돌아오실 줄은 정말 몰랐다! 상상도 못한 일. 솔직히 장르소설 작가가 이런 문학상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장르소설을 문학이라고 쳐주지도 않는 국내 여건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PC통신 시절, 소소한 일삼아 썼던 글이 의외의 인기를 끌었다. 이후 책도 간간히 내면서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 시간이 많이 흘러 글을 쓰는 걸로는 밥벌이가 힘들어졌다. 예전만큼의 명성도 없고 월세 갚기도 빠듯하고, 수중에 있는 전 재산은 4,264. 산책 삼아 나갔던 불광천에서 우연히 본 전단지에는 일 할 사람을 찾는다고 쓰여 있었다. 일당 오만 원짜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지금 나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돈이기에 뒷일 생각 안 하고 전화부터 한다.

 

노인과의 첫 만남은 이상했다. 노인이 의뢰한 일이라는 것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그게 가능한 일인지도 아리송하다. 노인은 자신의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의 사진을 찍어오는 게 이라고 대답한다. 순간 불광천에서 사진기를 들고 오가던 여자가 떠오르는데 아마도 나와 동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여자였나 보다.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정말? 발칙한 상상력을 밑밥으로 깔고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혼란스럽게 만든다. ‘가 얘기하는 작가로서의 경험담은 진짜라고 느껴질 만큼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수많은 가짜 속에 진짜 찾기가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어렵다. 그저 오랜만에 본 반가운 이름 때문에 끝가지 읽었지만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가늠이 잘 되진 않는다. 결국 오리 한 마리를 생포해오긴 하지만 노인의 고양이를 정말 오리가 잡아먹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신이 아닌 이상 절대 모르는 일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절한 결말이 아니라서 조금 아쉬운 마음.

 

아무튼 그동안 착착 쌓아왔던 세계문학상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작가라서 드는 설렘, 척박한 국내 장르소설계에 한 줄기 빛이 될 만한 사건 등. 뭐가 되었든 엄청난 기대를 했던 책이라 그런지 나에게는 더 특별한 책이 된 것 같다. 좀 아리송해도 그냥 김근우 작가의 책이라서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도 자주 만날 수 있길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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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늦은 사랑
김리원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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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키웠던 사랑을 술기운에 빌려 고백하던 날부터 시작되었던 강혁과의 관계. 1년이었다. 마음이 아닌 몸만 나누던 관계였어도 단영은 강혁과 함께여서 행복했었다. 집안의 강요로 선을 보기 시작하던 강혁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웠던 단영은 결혼한다는 거짓말로 이별을 고한다. 강혁에게 자신의 사랑을 강요할 수 없었던 단영은 늘 약자였다. 끝이 정해져 있는 만남이었다. 단영이 먼저 시작한 사랑이지만 이별도 그녀가 먼저였다.

 

단영이 결혼을 한단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얘기하는 단영. 단영을 놓아주는 것이 자신과의 사이에서는 이미 정해져 있었던 일이었다. 통보에 가까운 단영의 말이 아프게 들리는 건 왜일까.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놓아줘야만 한다. 슬며시 눈을 뜨는 단영을 향한 감정을 내보이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걸까.

 

이별부터 시작하는 사랑이야기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호기심이 호감으로 변하고 사랑으로 커가는 과정이 아니라 정해진 이별의 끝에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 그래서 그랬나보다. 처음부터 아릿하게 만들던 분위기가 내내 이어가다 보니 기까지 쏙 빨리는 느낌. 덤덤하게 써내려갔지만 단영의 마음이 바늘처럼 콕콕 쑤셔온다. 단영과의 관계에서 늘 우위에 있었던 강혁의 뒤늦은 후회도 애틋하기만 했고. 사랑 앞에 강자는 없다는 말이 새삼 달리 느껴지더라.

 

역시 후회남은 여주가 안달복달하게 만들어야 재미있나 보다. 진한 후회를 하는 강혁의 모습에 고소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이별을 준비하는 단영의 애잔한 마음, 돌아서는 단영을 잡지 못하고 후회하는 강혁. 이 둘만으로도 애틋한 감정들이 차고 넘친다. 글에 힘을 좀 뺐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긴 해도 이만하면 즐기기엔 무리가 없다고 본다. 집에 랩핑채로 책장에 꽂아둔 작가의 다른 책을 얼른 만나보련다.

 

 

본 서평은 '디앤씨'가 로사사에서 진행한 <나쁜 남자 늦은 사랑>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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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
언재호야.윤난 지음 / 스칼렛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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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일보의 정치부 기자 이은수.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하던 기사 때문에 리빙 파트로 좌천되었다. 나름 특종도 잡았고 커리어도 쌓을 만큼 쌓았던 은수에게 그릇이 어쩌고, 테이블 셋팅이 어쩌고, 음식이 어쩌고, 이게 그녀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음식은 그저 사람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그녀에게 미션이 하나 떨어진다. 국내 최고의 레스토랑 비쥬 블랑쉐의 사장이자 수석 쉐프인 데이비드 류의 인터뷰를 따올 것!

 

출중한 외모와 훌륭한 실력을 겸비하고 있음에도 외부로의 노출을 극히 꺼려하는 쉐프, 데이비드 류, 한국 이름은 류 승제. 이 남자의 인터뷰 따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가깝다. 정치부로의 복귀 욕심에 의욕 넘치는 이은수 기자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들이대기에 여념이 없다.

 

쉐프인 승제 때문에 등장하는 상상속의 프랑스 요리들과 친숙하다 못해 우리 집 냉장고를 열어 보면 있을 것 같은 편의점 주전부리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음식 이름을 달고 있는 소제목들은 소소한 재미.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승제가 은수의 매 끼니를 챙기며 MSG에 중독된 저렴한 입맛을 고급화 시키면서 본격 먹방이 시작된다. 오밤중에 야식을 소환하게 만드는 나쁜 승제. ㅋㅋㅋㅋ

 

은수와 승제의 시점 변화 때문에 살짝 산만하던 초반을 제외하곤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었을 정도로 몰입감은 좋았다. 벽돌 두께를 자랑하는 500쪽 분량이 아쉬워질 정도. 애초에 두 권짜리에 담겼을 내용을 판형이 커진 한 권으로 과감히 쳐내면서 사라진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더라. , 중반과 후반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린다. 은수와 승제가 투닥거리며 호감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들이 초, 중반의 달달함을 책임지고 있었다면 던져두었던 떡밥들이 회수되면서 빠르게 내달리는 후반은 무게를 더하며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서로의 합을 이루는 게 공저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두 작가가 같이 씀으로 인해 공저의 미덕이 시너지가 되어 빛을 발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보여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꼈던 시간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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