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
언재호야.윤난 지음 / 스칼렛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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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일보의 정치부 기자 이은수.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하던 기사 때문에 리빙 파트로 좌천되었다. 나름 특종도 잡았고 커리어도 쌓을 만큼 쌓았던 은수에게 그릇이 어쩌고, 테이블 셋팅이 어쩌고, 음식이 어쩌고, 이게 그녀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음식은 그저 사람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그녀에게 미션이 하나 떨어진다. 국내 최고의 레스토랑 비쥬 블랑쉐의 사장이자 수석 쉐프인 데이비드 류의 인터뷰를 따올 것!

 

출중한 외모와 훌륭한 실력을 겸비하고 있음에도 외부로의 노출을 극히 꺼려하는 쉐프, 데이비드 류, 한국 이름은 류 승제. 이 남자의 인터뷰 따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가깝다. 정치부로의 복귀 욕심에 의욕 넘치는 이은수 기자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들이대기에 여념이 없다.

 

쉐프인 승제 때문에 등장하는 상상속의 프랑스 요리들과 친숙하다 못해 우리 집 냉장고를 열어 보면 있을 것 같은 편의점 주전부리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음식 이름을 달고 있는 소제목들은 소소한 재미.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승제가 은수의 매 끼니를 챙기며 MSG에 중독된 저렴한 입맛을 고급화 시키면서 본격 먹방이 시작된다. 오밤중에 야식을 소환하게 만드는 나쁜 승제. ㅋㅋㅋㅋ

 

은수와 승제의 시점 변화 때문에 살짝 산만하던 초반을 제외하곤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었을 정도로 몰입감은 좋았다. 벽돌 두께를 자랑하는 500쪽 분량이 아쉬워질 정도. 애초에 두 권짜리에 담겼을 내용을 판형이 커진 한 권으로 과감히 쳐내면서 사라진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더라. , 중반과 후반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린다. 은수와 승제가 투닥거리며 호감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들이 초, 중반의 달달함을 책임지고 있었다면 던져두었던 떡밥들이 회수되면서 빠르게 내달리는 후반은 무게를 더하며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서로의 합을 이루는 게 공저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두 작가가 같이 씀으로 인해 공저의 미덕이 시너지가 되어 빛을 발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보여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꼈던 시간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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