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프
주성우 지음 / 로코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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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버플로가 해체한 지 딱 5년 되는 날이자 인터넷 팬 카페 오버플로를 기다리는 사람들개설 5주년이 되는 날. 카페 매니저인 문정은 오늘 정모에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Aan'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신입 회원은 몇 년이 지나 아무도 찾아보지 않는 문정의 게시글까지 찾아 읽으며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댔다. 문정은 이 자신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다. 정모 참석 명단에 앤의 이름이 올라왔을 때부터 문정은 이 날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문정의 앞에 나타난 앤은 문정이 생각했던 그 이 아니었다.

 

문정은 밴드 오버플로의 멤버 크리스를 좋아했다. 한 때 이별에 대한 상처와 믿었던 아버지에 대한 실망으로 도망치듯이 떠난 미국에서 오버플로의 공연을 따라 다니며 사생팬(?)을 자처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비밀 같았던 일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한 비밀이었는데 과 마주하자 그 비밀들이 순식간에 파도처럼 덮쳐와 문정의 앞에서 흩어지기 시작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그랬다. 문정은 약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입 아프게 말할 필요도 없이 분명 약자가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문정은 그러지 않았다. 한 발 물러서며 방관하듯 바라보는 담백한 시선과 감정에 문정은 약자가 아닌 그저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빌리프, 확신. 문정에게 사랑은 믿음 그 하나였던 것 같다. 문정이 사랑한 남자는 확신을 주기엔 위태로운 사람이었다. 그도 처음에는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다. 서로 처음의 시작은 많이 불안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깊어질수록 믿음은 굳건해지고 사랑은 더욱 더 단단해졌다. 문정과 문정이 사랑한 남자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던 건 전부 서로를 믿고 확신했던 그 마음 때문인 거다. ‘흐르는 대로 맡긴 것이 아니라 흐름을 거슬러 선택한 것그게 문정과 그라서 가능했던 거라 믿는다.

 

장마로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던 날, 온몸에 들러붙는 과한 습기에 짜증이 날만도 했는데 빌리프덕에 한껏 상쾌해져 촉촉하게 젖어갔다. ‘재밌다보다는 좋다라는 게 내가 느낀 감상이다. 재미를 떠나 좋고 좋은, 마냥 좋은, 그저 좋은 글.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여운에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 결말은 완전히 꽉 닫힌 해피엔딩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기도가 정말 간절해진다. 휘몰아치듯 격정적인 글도 좋지만 단물 쏙 뺀 덤덤하고 담담한 이런 글이 때론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고 딱 그만큼이어서 마음을 둥둥 울리는 그런 글. 그래서 좋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그래서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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