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처방이 되나요?
최준서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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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동생 뒷바라지에, 어깨에 무겁게 실린 생계에 대한 부담감으로 꽃띠의 나이에 청춘을 즐길 사이가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더더욱 생활이 어려워지자 아버지가 운영하던 약국을 물려받게 된 지완.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이라곤 빚더미와 초라한 약국뿐이었지만 지완은 아버지가 밉지 않았다.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자랐기에 빚 때문에 늘 각박한 생활이었어도 단 한 번도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개차반 건물주가 나타난 뒤로 팍팍하지만 평화로웠던 지완의 일상은 꿈결처럼 사라져갔다.

 

꺼내는 말마다 어찌나 까칠하고 밥맛없는지 있던 정도 뚝 떨어지게 하는 남자, 이 강우. 좋은 일은 아니어도 자꾸 만나다 보면 미운 정도 쌓이기 마련인데 이 남자와의 관계는 정말이지 수월하지 않다. 갑을 관계에서 철저한 갑의 위치인 건물주이니 이 남자 앞에 서면 늘 죄인 같은 기분. 게다가 동생이 건물주가 끌고 다니는 고가의 외제차 문짝을 부숴 버렸다. 갑자기 오른 약국 임대료도 부담스러운데 차 수리비까지. 이 총체적 난국을 현명하게 헤쳐 나갈 방법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특색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다. 별다른 꾸밈도 없고, 과한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호수 같은 잔잔함이 전부인 그런 이야기. 하지만 그 잔잔함이 제일 큰 무기가 되었다. 내 마음을 사정없이 콕콕 찌르고 저미고 결국엔 너덜너덜. . 이런 잔잔함이라면 두 팔 벌려 격하게 환영하고 싶다. 절대 내 것은 아닌데 어루만지고 다듬어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기분이라면 짐작이라도 되려나. 읽고 나서의 이 여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비루하고 못난 나만 탓하고 싶을 뿐.

 

 

연재 때 정말 열심히 따라가며 빠졌던 이야기였는데 작년 봄에 끝난 이야기가 감감 무소식이라 많이 애태워했다. 갑작스런 출간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제일 먼저. 강우씨를 다시 볼 수 있단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잔잔한 이야기에 따뜻해지는 말랑말랑한 마음. 온 세상이 분홍분홍 할 것 같은 기분에 엄마미소는 절로. 나른하고 따스한 봄날, 더없이 충만해진 감성으로 이 계절을 즐기고 싶다. 사랑을 처방 받은 강우씨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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