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로 위에 창문이 있다.
일층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지만 빗소리가 참 크다.
간간히 바람결에 빗방울이 끼어서 들어오기도 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밤에는 왠지 잠이 자기 싫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책을 읽어야 할 거 같고
키보드를 두들겨야 할 거 같고
마우스를 돌려야 할 거 같은 그런 압박감....
빨래를 개야 하는 압박감이 가장 실재적이건만....
그건 어찌 이리 하기가 싫은지.
형이상학적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혹시 독서니 글쓰기니 하는 일은 내게 있어서 형이상학적인 일이고
빨래를 개고 책상 위와 씽크대에 널부러져 있는 잡동사니들을 치우는 그런 일은 형이하학적인 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거 갖지는 않다.
사람이 어찌 형이상학적으로만 행복해질 수 있냐구.
거창하게 많은 부분 여자가 감당하고 있는 이런 일들에 대해 의미를 찾자, 행복을 찾자...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빨래의 내음 속에서 행복을 차곡차곡 갤 수 있겠지....
뽀득뽀득 씻겨지는 그릇에서 내 삶도 또한 뽀득뽀득 닦아낼수 있겠지...
착착 제자리로 들어가는 잡동사니들처럼 내 유치찬람함도 제자리를 찾아 들어갈 수 있겠지.
하지만 말이다.
그냥 나는 그런 일들이 왜 이리 하기가 싫어지는 걸까?
의미를 붙여가며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찾자 어쩌구저쩌구 하는 게 참 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