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잘못 사귀었습니다.  
새로 사귄 울 동네의 여인들.
이 여인들이 어찌나 깔끔한 여인들인지.... 그네들의 집에 잠시 엉덩이 붙이고 내집 문을 열면 순간 한숨이 휘유~~ 나옵니다.
그전에는 아늑하고 적당히 산만하고 창의력 무궁무진하던 우리집이 말입니다.
이제는 구질구질 너저분의 대명사로 전락되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엊그제 가스렌지 후드를 대청소했습니다.
가스렌지 위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후드필터망을 떼어내고 덕지덕지 묻은 기름때를 청소했지요.
그러다가 무심결에 시선을 45도 올려보니 아아악~~~~!!
거기 돌아가는 팬의 날개에 소복소복 달라붙은 검은 먼지.
우웩우웩!!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끈끈하고 기분나쁜 그 먼지들과의 전쟁을 한바탕 치뤘습니다.

그래놓고 오늘 아침에 모닝커피를 하면서 나도 렌지후드 닦았노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나도 깔끔주부의 대열에 끼워달라구요.
그랬더니 화장실 환풍기도 닦으라데요?
"구..구래? 거..기도 닦아? ^^;;;;"

'우...쒸....'하면서 털래털래 집으로 돌아와 볼일을 보면서 고개를 들어보니 오우....흑흑흑
"정말 내가 미친다 미쳐...@@@@@"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망 떼어내고보니 아아악~~~~!
망 떼고 팬 떼고 칫솔로 벅벅 긁어내니 툭툭 떨어지는 검은 먼지덩이들...ㅠㅠ

신이시여, 신이시여!
어찌하여 내게 저 여인들을 알게 하신 겁니까?
(모르면 몰랐지 알고는 도저히 그냥 놔둘수 없는 성격...ㅠㅠ)
모르고도 잘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이 심히 그립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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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1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정말 그런 건 모르는 채로 사는 것이 가장 속 편하고, 알더라도 눈 딱 감을 수 있는 저같은 성격이 두 번째로 속 편한 건데.. 헤헤. 전 설거지는 좋아하는데 청소는 너무 싫어요. 해봤자 별로 티도 안 나고.. (원체 더러워야 말이죠) 그럴 때는 책장에만 눈을 고정시키고 주위에 날아다니는 먼지 따위 쳐다도 안 보는 거예요~ (앗, 오늘 저의 비밀을 넘 많이 공개하는군요. 잊어주세요~ 캬캬캬)

sooninara 2004-07-1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년에 한번 미친듯한 날에는 청소하는데..그외엔 쳐다도 안본답니다..^^

밀키웨이 2004-07-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소년은 이런 것도 갈챠주는군요..대단한 네이버소년...^^

찌든 때가 덕지덕지 들러 붙어 있는 렌지 후드 젖은 걸레나 세제로 잘 닦이지 않을 때,행주에 맥주를 조금 묻혀서 한 번 닦아 보세요. 거짓말 처럼 깨끗하고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여 집니다..한 잔하고 남은 김 빠진 맥주라도 상관 없습니다.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근데 과연 그 맥주로 청소할 수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하다가 열받아서 다 마셔버리고 뻗는 거 아닌가 몰러유...


밀키웨이 2004-07-1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 정말로 모르고 사는 게 젤루 편합니다. 모르는게 약이라지 않습니까?
아는게 힘이 아니라 정말이지 요즘같아서는 아는게 골병으로 가는 지름길이지 싶습니다.
제가 요즘 청소하다가 돌아버린다니깐요. 왜이리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겁니까? 티도 안나고...ㅠㅠ
수니나라님,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요..엉엉엉~~~

다연엉가 2004-07-1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그냥 적당히 살아요. 본래 너무 깨끗하고 반질반질한 집에는 돈도 들어 올라고 하다가 미끄러질까봐서 도망간데요.^^^
기분 내키면 청소하고 안 내키면 귀신 나올 듯이 해 놓고 책 보고...뭐 그렇게.^^^^^^^

플레져 2004-07-1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ㅠㅠ
저두 한 깔끔 했었던 (분명 과거형!) 사람으로서
이렇게 누군가 청소의 예제를 보여줄 때는 밀키님처럼 행동하게 되는 기질이 있답니다.
아...고민된다... 남는 맥주 있으면 좀 주세요...어흑...
순간, 책울타리님의 말씀에도 얇은귀가 작동해버리는 순간...!!

panda78 2004-07-1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 환풍기는 대체 어떻게 닦는 거랍니까... 에효.. 변기 뒷면 닦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구만... 흑흑흑...

다연엉가 2004-07-12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풍기는 뜯어서 칙칙 뿌리는 걸로 좀 뿌려 놓았다가 그 시꺼먼 물과 기름이 쫙 흐르거든 조금 따뜻한 물로 한 번에 싹~~~~~~~

밀키웨이 2004-07-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적당적당히 살고 싶습니다.
내 몸 편한 것이 최고여~~를 외치면서 말이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내공이 덜 쌓였는지...그렇게 말끔한 집에 다녀오고 나니 심히 마음이 요동치는구만요, 타리온냐....ㅠㅠ

그런데...ㅎㅎㅎ
돈이 미끄러질까봐라고라?
캬~~~ 그거 참 딱입니다요 ㅋㅋㅋ

밀키웨이 2004-07-1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그런데 변기뒷면이라고라....엉엉엉~~
정말 미치겠군요.
그런데도 닦고 살아야 하는 겁니까?

제 집구석이 어떤 꼴이었는지 대충 다 아시겠군요....엉엉엉~~~

다연엉가 2004-07-1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만 하고 사세요. 일이라는 것이 끝이 없고 반딱반딱한 남의 집 보면 마음이 동하지만 항상 기본만 생각하세요.^^^^그 사람들은 밀키웨이님처럼 유용한 정보와 알라딘을 누비는 기쁨은 못 얻잖아요.
참 문 닫고 가기전에 한마디 더.^^^^전에 제가 설거지를 안하고는 잠이 안오는 성격이라 자다가도 일어나서 깔끔하게 다 하고 잤거든요. 밤샘을 해서라도요. 그런데 요즘은 안 그래요. 몸이 안좋으면 씽크대에 모조리 다 넣고 주위만 깔끔하게 해 놓고 자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가뿐히 하고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정말 맞다니까요. 너무 깔끔하면 인간도 안 따르고 돈도 안 따릅니다. 그리고 맴도 많이 유해지질 않고요. 아이들이 아무리 어질러 놓아도 웃으면서 그래 실컷 어질러라 나중에 치우면 된다. 이런 마음으로 저는 사니까 속은 편합니다.^^^^

panda78 2004-07-1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가 오래 되어서 그런지, 화장실 청소를 조금만 게을리 하면 금새 냄새가 나더군요. 울며 겨자먹기로 청소하고 있는데, 정말 아무리 해도 냄새가 어딘가에서 나길래 봤더니....
변기 뒷면에 시꺼먼 것들이.. ㅡ..ㅡ;;; 다른 집에는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프레이 세제 뿌리고 칫솔 넣어서 닦고. ( 달랑 들어내서 닦으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면서 대충 닦습니다.)물로 씻어내고... 그러고 나면
한 사 오일 정도는 괜찮습니다.. TㅂT 새 집에 살아보고 싶어요...

sayonara 2004-07-12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게 병.. 나도 병걸렸다. 오늘밤 청소 좀 해야겠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