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시아부지께서 사시기로 하셨다고 새벽에 들어온 옆탱이가 말했다.
울 동네에서 제일 큰 횟집에 방을 잡았다나?
잠결에 웅웅..알았어...대답을 하고 다시 잠을 잤는데 오후에 12시 넘어 전화가 왔다.
옆탱이 깨워서 나갈 준비하라는 시어무이 전화.
준비를 하면서 물었다.
"근데 왠 점심?"
"몰라, 너한테 할말 있으시대"
"나한테? 뭐?"
"장인어른 때문에 그렇대는대?"
요즘 친정아부지가 곤란한 중이시다.
허리디스크로 최근 몇년간 겨울만 되면 고생하시더니 지난 겨울에는 꼼짝을 못하시고 아예 누우셨다.
지난 5월에는 병원에 입원까지 하셨더랬다.
지금은 큰언니네 계시는데 오래 모시고 계실 수가 없다.
언니도 언니지만 아부지가 답답해 하시면서 당신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시니까.
이래저래 아주 골치아픈 중이다.
그런데 왜 시아부지께서 사돈양반 문제로 말씀하시겠다는 건지..
어쨌든 뭐..간만에 회나 맛있게 먹으면 되지..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정부의 넷째 작은어머니가 하시는 오리고기집으로 가자는 것이다.
나는 오리도 싫고 보신탕도 싫은디....
어른들은 모두 개고기를 먹고 나는 삼겹살을 먹었는데 혼자 구워 먹으니 맛도 없고
거기다 작은어머니 가게이다 보니 야채를 더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 작은 아버지께서 서빙을 하시다보니 죄송스러워서리...^^;;;
그냥 맛도 없고 갑갑~~하게 먹었다.
그런데 왠걸!
할말 있다고 점심 사시겠다던 시아부지는 작은아버지랑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시면서 지난 달에 돌아가신 시할머니 탈상 문제를 의논하시고 집안이야기하시느라 바쁘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별 말씀이 없으시고.
두분을 내려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근데 오늘 왜 점심 먹은거야? 하실 말씀 있으시다매?" 그랬더니 옆탱이 왈 " 다 그런거지 뭐..."
뭐가 다 그런거냐구~~~
좋게 생각하면 별거 아닌 일인데 늘 이런 식인 시아부지.
오늘 못 한 이야기를 끝내 아니 하시고 넘어가시면 좋으련만, 조만간 저녁에 우리집으로 퇴근을 하실 것이다.
소심한 양반이시다 보니 용기를 내실라고 약주를 한잔 걸치고 오실 것이고
옆탱이도 없는 상태에서 또 내게 이래라 저래라 말씀하실 것이다.
당신은 좋게 이야기한다고 늘 말씀하시지만 늘 시아부지 하시는 말씀은 내게 상처로 돌아온다.
이번에도 우리랑 점심을 할거라고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시동생 내외에게 이야기하시면서 또 그렇게 두사람 마음을 언짢게 한 모양이다.
에휴..진짜...
일일히 이렇게 너무 나서는 시아부지가 참 난감하다.
사돈양반 일인데 뭘 그리 나서실라고 하시누...
임금님처럼 잘 모시든 불포막심하게 고려장을 치루든 그 자식들이 알아서 하도록 냅두시질 않고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