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과부다.
한때 내 아이디가 당구과부였다 ^^;;;
낚시과부는 들어봤어도 당구과부는 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었다.

결혼을 한지 벌써 8년째.
결혼할 당시 옆탱이는 파릇파릇한 청춘이었다.
물론 친구들 중에는 결혼한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었다.
첫애 호야가 태어난 것은 옆탱이 나이 27.
이쯤에서 내 나이를 기억하시는 분은 계산이 헷갈리실 수도 ^^;;;
그렇다, 내가 옆탱이보다 2살이 더 많다.

결혼을 하고도...애를 낳고도...
옆탱이는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마눌이고 자식이고 몰랐다.
11월에 결혼을 했는데 외박을 하고그해 크리스마스에 아침 7시가 되어서야 혼날 거 같으니까 친구 두명을 데리고 오질 않나...
첫애 호야를 18시간 진통 끝에 도저히 안되어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 입원한 그 일주일 동안에도 신나라~~ 좋아라~~~ 놀러다닌 사람이다.

당시 시어른들과 같이 살던 때이므로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 외박은 가.급.적. 삼가하던 사람인데
입원 3일째 이게 왠 떡이냐 싶었는지 어른들께는 자기가 밤에 병원에 가서 자겠노라고 해놓고는 감감무소식인 것이다.
모유를 먹이겠다고 병원에 말을 해놓아서 아기가 배고파 울기만 하면 시도때도 없이 신생아실로 가서 아기에게 젖을 먹여야 하는 그런 병원이었다.
그런데 엊그제 배를 갈라논 상태에서 저녁 5시부터 아무 보호자의 도움 없이 혼자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 간신히 신생아실로 가서 기를 쓰고 젖을 먹이고
또 간신히 침대 위에 눕고 그러기를 새벽 6시.
담배 냄새 풀풀 풍기며 (울 옆탱이는 술담배를 안한다)
도둑괭이같이 살금살금 병실에 들어오는 것이다.
같이 있던 산모들도 아마 냄새 무쟈게 났을 것이다.

그렇게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싸우기도 무지하게 싸웠다.
이혼하자는 말도 무지하게 많이 했다.
이제는 지쳐서 아무말도 않고 그냥 내비둔다.
그냥 하거나 말거나...그러고 산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다. 역시나 당구장이다.
한동안은 스타크래프트에 미쳐서리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토요일밤마다 피씨방에서 친구들과 스타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당구를 치면 그래도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잘 받는데
스타를 할 때는 당췌 전화를 받질 않는다. 그럼 무지 열받쥐~~~

주말이면 다른 집들은 아빠가 일찍 오셔서 외식도 하고
일요일에는 같이 외출도 하고 그러는데
우리집은 이렇게 향락의 토요일밤을 불태우고 아침 8시나 9시가 되어서 아침까지 다~~먹고 들어온 옆탱이.
그대로 씻고 골아떨어져서 오후 대여섯시까지 잔다.

토요일밤에는 나 역시 향락의 밤이다.
미친듯이 웹을 쏘다니고 친구들과 채팅하고 게시판에 글 올리고...
그러기를 3년.
나는 좀 슬슬 지쳐간다.
그런데 옆탱이는 지칠 기미가 안 보인다.

하긴...울 시아부지.
아직도 그렇게 술마시고 노는 걸 좋아하신다.
시어무니랑 나랑 둘이 늘 이야기하는 것이 김씨 남정네들 놀기 좋아하는 건 평생 못고친다고..
"그래도 너는 낫지, 호야 아빠는 술담배는 안하잖니? "라는 고슴도치성 발언을 꼭 잊지 않으시는 울 시어무니 ^^;;;

내가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 또하나가 바로 "주말 놀이터 죽순이"이다.
주말이면 더더욱 한산해지는 놀이터에서 하루종일 죽때리고 노는 사람들은 우리집 차력형제와 그들의 모친 뿐이다..ㅠㅠ

이젠 이노무 짓도 남사스러워서 못하겠다.

기필코 운전을 배워야겠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나혼자 숭구리당당 놀러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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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6-13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짧은 소견으로 판단컨대 밀키님의 동반자님의 놀기 좋아하는 버릇은 체력 저하로 인해 스스로 포기하실 때까지는 절대 못 고치실 것 같군요. 제 주변의 당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남정네들도, 자기 놀 때는 집이고 부인이고 자식이고 절대 생각 않더군요. -_-++
밀키님 스스로 내리신 결론대로 빨리 운전을 배우셔서 차력형제들과 함께 룰루랄라 즐겁게 놀러다니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 ^-^ 너무 열받지 마시고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바람꽃 2004-06-1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신랑님 넘 얄미워용. 설마 주말마다 그리 보낸다는건 아니지요?
아그들이랑 추억도 만들고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괜히 제가 열올리고 있나요?
울 아부지도 김씨.라서 친구랑 놀기 좋아하시나봐요. ㅎㅎ

밀키웨이 2004-06-1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진짜로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그렇겠지만 문제는 절대로 포기를 안할거라는 거죠.
울 시아부지가 그렇다니깐요.

바람꽃님 다음주도 다다음주도 당구과부는 죽~~일겁니다 ^^;;;
이제는 얄미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답니다.
흑...초월한 밀키 ^^;;;

loveryb 2004-06-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아니 울 이쁜 밀키님을~~~
호야 아버님.. 뵙지는 않았지만 쬐끔 상상이 갑니다..

울 친구 신랑이랑 비스무리 하다는 느낌.. 혹 김영김씨는 아니신지..^^
유로대회를 기다리는것도 그렇고 암튼 음주가무앤 잡기에 능하시지요?^^

성격은 호탕하고 대범하고 주위에 사람은 많이 끓으나
주변 생각하는라 가정사 소홀하기 쉽도다..

아 제가 돗자리 깐것같은 멘트를^^

고생이 많으십니다..
가까이나 살면.. 주말저녁 에헤라 디야 야그 꽃이라도 피워보련만~~^^

밀키웨이 2004-06-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스!!
러브와이비님. 김영 김氏 맞아요 ^^
이럴수가...ㅋㅋㅋ
글게요, 가까이 살면 우리 둘이 에헤라 디야~ 할텐데 말입니다 ^^

두심이 2004-06-1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당구과부라는 제목을 보고 남편이 당구 무지 좋아하는 구나..생각했습니다.
아흑..T.T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우리 남편은 CD껍데기 만드는게 취미라 밤낮없이 컴퓨터앞에 앉아 힘을 뺍니다. 남들은 놀러다니는게 아니니깐 어떠냐고 하겠지만..편집증(?)같은 이런 몰입으로 밤을 새는 일은 허다합니다. 어제도 그 설겆인지 뭔지를 한번 해주고는 밤새 그짓을 하다가 좀전에 눈이 벌개져서 침대로 갔습니다.
밀키님..주말에 자주자주 만납시다..

아영엄마 2004-06-1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울 남편도 한 이년 전까지만 해도 진짜~ 주말마다 찾아 오는 총각 친구 2명과 스타한다고 날밤세우고 다 같이 새벽에 들어와 밥 먹고 자고 그랬어요.. 그러고 출근하기도 하고.. 한 친구 장가가고, 한 친구 지방으로 취직하고 나니 요즘은 회사 일때문에 주말에 집에 없네요.. 그리고 장가간 친구는 요즘도 주말 밤에 전화해서 남편을 인터넷상으로 불러낸답니다. ㅠㅠ 노는 것도 한 때라고 봐주어야 하는건지.. 애들만 불쌍합니다..쩝~

panda78 2004-06-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그래도 안나가고 옆에서 죙일 TV만 보는 울 남편은 양호한 편이군요.. ㅡ.ㅡ;;
담배 안 하시는 건 부럽습니다만.. 그래도 밀키웨이님 아기 낳으셨을 때의 일은 심하다 싶네요..

반딧불,, 2004-06-1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하여간...
집집마다..꼭 무언가 있다니깐요..
그나저나..좋은 결론입니다..어서 배우셔셔 다니소서^^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그러고 지지고 볶는 것도 딱 아이들 초등저학년때까지라더이다.
그 동안에 추억 많이 만들어주셔야죠..

아..울집은 예전엔 울신랑이 방콕이라 문제였는데..요새는 제가 체력이 안됩니다.
일요일은 아주 넉다운~~
제발 잠만 잤으면 좋겠습니다^^;;

loveryb 2004-06-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하하하 밀키님...
나한테 시댁피가 흐르는구만요^^

저여 김영김씨 잖어요.. 저희집 핏줄이 그래여^^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하고 남자들은 띵가띵가 남한테 호인형이 대부분이라지요^^
음 시누노릇 좀 할까요^^;;;;

그리고 제 친구 신랑도 김영김씨라 제가 충고를 했으매도
결혼해서 지지고 볶고 있답니다..^^

밀키웨이 2004-06-1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정말 딱 맞군요.
띵까띵까 놀기 좋아하고 남들 엄청 챙겨서 덕분에 관혼상제에는 손님이 제법 되지요 ^^
울 시댁은요, 큰어머니랑 작은 어머니들이랑 다 모이시면 모두 입을 모아 김씨 흉을 보시던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