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의 장면들은 만화다.주제는 이별이라 했다.자신이 키운 15살 강아지와 언젠가 있을 이별을 생각하며 지은 책이라 하셨다.ㅡ여행 떠나기 전 잠깐 휴게소에 들러서 쉬었다 가는 이야기 인 줄 알았는데, 그 여행이 그 여행이 아니었다.책을 덮고 곱씹으며 생각하다보니, 웹툰 신과함께의 저승편을 보면 저승사자와 고속저승철?을 타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장면이 떠오른다.그런 여행이었다.작가님의 왕팬 한 번 되어보렵니다~~만나뵙고 나니 정말 정말 좋아졌습니다.이렇게 또 팬심 퐁퐁 하게 만드시네요~이름도 같은데 저희 친해보아요^^아마 연배도 비슷할거 같아요;;;
301쪽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힌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짖었다. 산허리는 왼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얗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ㅡ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작품인걸로 기억하는데, 글을 적는 이 시점에선 중학교때였나 싶기도 하다.그 땐 이 꽃이 소금을 뿌른 듯이라는 구절이 이쁘다 생각했다.국어선생님의 막연한 설명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문학 작품을 영어로 옮길 때 분위기가 흐려진다면서 이 구절을 설명했던 기억에 오늘도 단연 이 부분을 적어보았다.과연 이 구절이 정말 이뻐서 선생님의 설명이 기억에 남는 것인지, 선생님의 설명 때문에 이 구절이 이쁘게 된 건지 아리송한 밤이다.
<다행히 졸업, 육교 위의 하트 중>241쪽나 무서워서 공부해. 무서워서 한다고.거기까지 말하고 가영은 소스라치고 말았다. 한 번도 분명하게 떠올린 적이 없었는데, 입 밖으로 꺼낸 순간 그게 진심이란 걸 알게 되었던 것이다. 무서워서였다. 언제나 무서워서였다. 가영은 계속 말했다. 진심을 말하고 나니 멈출 수 없었다.˝너는 안 무서워? 어떻게 안 무서워? 청소년 운동가 선생님들은 세상이 좋아질 거고 이렇게 미친 듯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게 변할 거라고 했지만ᆞᆞᆞᆞᆞᆞ나는 모르겠어.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게 뭘지 모르겠어.˝ㅡ괜찮다, 괜찮다 토닥여 주고 싶지만, 그것도 거짓말이 될까봐 토닥여 줄 수 없음에 미안하다.이 장이 가장 공감을 많이 끌어낸다. 청소년의회 활동은 나의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같고(나는 우리교육반이었다;;) 하자센터는 지금 마을교육의 하나의 예시로 아이들 마을학교를 만들기 위해 공부 중인 곳이며, 청소년 운동가들은 내 주위에 있었다. 그래서 가영이가 느끼는 것처럼 내가 이상주의에 빠져 있는 어른이 아닌가 물어보게 된다.
29화 커피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있었다.치매에 걸린 남편을 항상 데리고 와서 커피를 마신다. 상사맨이었던 남편이 남미나, 중동지역 커피를 마시게되면 잠깐이나마 기억이 돌아올까 해서.하지만 정작 남미커피는 맛이없다며 르완다 커피만 찾으신다.어느 날 혼자서 2대커피(이 만화의 주인공들의 공간)를 가게 되어 부인은 남편을 찾아 다니고. 결국 자식들이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성화와 부인의 관절염에 이 일까지 남편은 요양원으로 가게되었다.르완다원두를 구한 2대커피 주인장은, 남편이 계신 요양원으로 직접 찾아가서 커피를 대접한다.그리고 남편은 사람들이 마신 커피컵으로(다 마시지 못 한 커피컵까지) 모두 씻어 창틀에 트리로 장식하는데, 이것이 2대커피에서 여는 원두 푸대자루로 접은 리본을 이용하여 꾸민 트리사진 콘테스트에 대상을 차지했다.이 에피소드 읽는데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온다.작년 13년 동안 병중에 계신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이제 엄마가 좀 편해지시고 건강에 신경 쓰실 수 있겠다 했는데, 엄마는 한동안 말끝마다 더 잘 해주 못한 미안함을 입에 다셨었다.그것이 못마땅할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그 마음이 이해도 되고, 옆자리의 부재라는 마음도 조금씩 더 이해되는 듯 했다.이런 마음에 이 에피소드가 아침부터 눈물 보이게 했다.친정아버지도 보고싶고, 엄마에게 향긋한 커피 한 잔 사서 가야겠다 싶다.내일 김장인데, 모닝커피 들고 친정 가야겠다.
커피를 마시고 싶게가 아니라 커피를 배우고 싶게로 만드는 책.초보도 실수 없이 내릴 수 있는 핸드드립 방법을 보고 엄마께 가르쳐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엄마에게 커피 수강권 끊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