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rry X-Mas
학교에서 언제부턴가, 본관 앞에 있는 나무를 매년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나무 전체를 노란 전등으로 장식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듬해에는 노란 전등이 하얀 전등으로 교체가 되었고, 그 다음해에는 꼭대기에 큰 별이 달리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큰 나무의 앞에 있는 작은 나무들까지도 장식하게 되었고, 이제는 사진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매년 점등식 때에는 캠퍼스 커플들이 옹기종기 앞에 모여서 사진도 찍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올해는 이 앞의 백양로 전체가 공사중이어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아오는 연인들이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오히려 신촌 유플렉스 근처가 멋지게 리모델링 되어서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공연도 구경할 수 있으니, 사람들이 대부분 그곳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어쨌든 대략 삼층 건물 높이의 커다란 나무가 혼자 서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밤에 학교에서 나오는 길에 가까이 다가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 Addio 2014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도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어간다. 어학능력과 종합시험 그리고 연구실적 등 박사과정 수료요건을 충족시켰고, 학회에서 편집간사로 일하면서 학계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분들과도 알고 지내게 되었다. 간사의 임기가 올해까지였기 때문에 이제 내년부터는 학위논문에만 집중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도교수님께서 학회장이 되시는 바람에 이번에는 총무간사로 두해를 또 일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제 이 일만 마치면 여유가 좀 생기겠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한두살 나이가 들어가고 사회적 책임이 많아질수록 나의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계획에 없던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겠지. 존 듀이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의 삶은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돌이켜보면, 알라딘에서도 얻은 것들이 제법 있는 한해였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서 내 손에까지 오게 된 중고서점의 책들, 수시로 들러서 그 책들을 구경하며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 그리고 책과 함께 얻게 된 몇 가지 소품들. 연말에는 북플이라는 어플이 생기는 덕분에, 이 어플을 사용하며 알라딘 서재까지 알고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재에서 알게되는 참 좋은 알라디너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알고보면 세상에는 책을 읽는 사람도 많고 좋은 사람도 참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 모두에게 새해는 더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기를. 그리고 나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