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꼭 필요한 기본 요리 백과 - 뭐 해 먹지 고민될 때 찾아보는 요안나의 집밥 레시피
이혜영 지음 / 나무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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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을 보는 건, 나의 즐거운 취미 생활 중 하나.
요리책은 소설이나, 인문서를 읽을 때랑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냥 레시피를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우울하거나, 좀 심난하거나, 괜히 가라앉는 날 요리책 펴 놓고 뭐 해먹지 생각하다보면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

그래서 가지고 있는 요리책이 꽤 많다.
한식, 일본식가정요리, 채식요리, 샐러드, 손님맞이요리, 한그릇요리, 비빔밥, 밑반찬만들기 등등
그때그때 끌리는 책을 꺼내 보고, 땡기는 게 있으면 그 날 해서 먹기도 하고, 식단을 짜기도 한다.

요즘은 그래도 나름 몸조리 중이라 음식을 이것저것 해서 차려먹지는 못하지만 슬슬 날 풀리고, 몸도 좀 더 편안해지면 한 가지씩 도전해 볼 계획.

 

 이 요리책은 특별한 음식 레시피가 들어 있는 건 아닌데, <제철재료>를 중심으로 월별로, 주별로 계획해서 요리해 볼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서 끌렸다.

 

 

 

3월은 역시 봄나물의 달.
레시피에 파릇파릇한 봄나물이 가득하다. 눈으로 읽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
이번주 부터 장볼 때 욕심부리지 않고 한가지씩만 장봐서 도전해 볼 계획.

 

 

 

 

 

 요리책 읽으면서 또 좋은 건, 요런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물론, 인터넷 검색만 해도 다 볼 수 있는 정보긴 하지만 책으로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 볼 수 있다는 게 더 좋다.

 

 

 

매 월 음식 사진과, 제철 재료들이 앞 장에 소개 되어 있어서, 사진만 보고 해보고 싶은 음식 선택해서 찾아 볼 수 있다.

 

 

3월에 해보고 싶은 요리. 봄나물멍게비빔밥, 봄나물전.
요리법이 딱 한페이지에 정리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길게 설명되어 있지 않고, 재료도, 조리법도 간단간단하게.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레시피랄까 ㅋㅋ

 

해보고 싶은 요리 또 한가지. 쭈꾸미볶음.
출산 전에 그렇게 쭈꾸미 볶음이 먹고 싶었는데 결국 못 먹고 출산을....
결국 내가 내 손으로 해먹게 생겼;;;

요리가 꽤 많이 소개되어 있다보니 책이 조금 두껍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나는 어쩐지 요리책은 조금 가볍고 작은 사이즈가 좋아서 그게 약간 아쉽다.
주방에 놓고 보고 싶을때마다 꺼내보려면 아무래도 가벼운 느낌이 좋더라는.
제목처럼 '요리백과'라는 느낌과 잘 어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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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카마수트라 1 - 지금 하고 싶어… 너랑!
김민조(민조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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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걸 쓸까 말까 아주 잠깐 고민했다.
읽은 책 리뷰를 적는 건, 그 책을 읽었을 때 그 순간의 느낌을 시간이 지날수록 잊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다시 찾아 보고 싶은 기록의 의미가 크다.

예전 같으면 몰래 읽고, 안 읽은 척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밝고 가볍고 경쾌하게 지금 이 기분을 남겨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신랑에게 뭘 선물해 줄까 고민하다가 때마침 출판사 블로그에서 이 책을 알게 됐다. 가끔은 재미있는 이벤트도 필요하지 싶어서 초콜릿 하나와 이 책을 구입해 숨겨두었다가 밸런타인데이 날 신랑에게 슬쩍 선물했다.

신랑은 오홋!
이 외의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좀 시시하긴 했지만 서재에 들어가 아마도 정독 한 것으로 예상된다 ㅋ

 

 책의 시작에 소개된 것처럼 이 책은 인도의 섹스 지침서인 <카마수트라>의 내용을 저자가 저자의 주변 지인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재구성해서 그림과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그리고, 써 놓은 글들이다.

단순히 섹스 지침서도 아니고, 체위를 설명해 놓은 그림만 모아 놓은 것도 아니어서 흥미로웠다.
우선, 여자들 혹은 남자들이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와 겪은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나누면서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게 좋았다.

무조건 섹스 이야기가 비밀 이야기, 금기시되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배우고 자랐던 나는, 여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랄 만큼 닫혀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요즘엔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이상하거나 나쁜 게 아니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책도, 기사도 많이 접할 수 있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왜곡된 정보나, 너무 어린 나이에 쉽게 그런 정보에 노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
어쩔 수 없이 나 역시 이제 딸을 둔 엄마 입장이 되다 보니 요즈음 하루가 다르게 오르내리는 미투 기사들을 보면서 끔찍하고, 화나고, 분노하게 되고. 앞으로 자라서 사회로 나갈 아이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곧 올 텐데 부모가 먼저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고, 그 이전에 부부가 먼저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신랑이 먼저 다 읽고 "자, 자기도 읽어!" 하고 건넸다.


가볍게 읽으면서 보니 유쾌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신랑이랑 이런저런 농담하면서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생기게 해주기도 했고.

 

 책 표지만 보면 무지 빨간책 같은데.... 그렇진 않다.
새롭거나 처음 보는 내용은 아니지만, 커플이나 부부가 함께 읽으면 좀 더 흥미 있을 이야기들이다.

감추거나 숨기는 게 더 위험하다.
꼭꼭 마음에 담아두고 끙끙 앓지 말고, 좀 더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려고만 하지 말고 때론 툭툭 가볍게 터치하듯 이야기 나눠보자.
그렇게 좀 가볍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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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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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못했어요."
내가 달싹였다.
"꼭 할 말이 있었는데, 다 말하려고 했는데, 근데 잘 안 됐어요. 한마디도 안 한 것보다 더 우스워졌을 뿐이에요.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사람인지만 확인했어요."
되는 대로 말을 뱉어냈다. 눈물이 자구 콧물이 되어 나와서 삼 초에 한 번씩 코를 훌쩍거렸다.
"스스로에 대해서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인 거 맞네."
규옥이 손수건을 건네더니 말했다. 나는 천천히 그를 올려보았다. 뱉어낸 말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부드럽고 관대했다.
"그래도 위로가 될 사실이 있지요."
규옥이 낮게 말을 이었다.
"우리는 모두 보잘것없다는 것. 정말로, 하찮기 그지없는 존재들이죠. 특별한 척해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누구나 아등바등 살아가요. 어떻게든, 그저 존재를 확인받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존재를 어떻게 확인받아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뭘 확인받느냐고요."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울음에 섞어 뱉었다.
그때 폭신하고 따뜻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
"그 고민은."
규옥이 나를 안고 있었다. 커다란 몸에 체중을 싣지도 않고 따뜻하고 가볍게. 그의 목소리가 나직해졌다.
"아마 그 고민은 죽을 때가지 하게 될 거예요. 백 살이 될 때까지 같은 생각할걸요. 외롭다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었느냐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괴롭고 끔찍하죠. 그런데 더 무서운 거는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사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질문을 외면하죠. 마주하면 괴로운 데다 답도 없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것만 반복이니까. 산다는 건 결국 존재를 의심하는 끝없는 과정일 뿐이에요.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게 얼마나 드물고 고통스러운지 알아가는......"
'그만, 그만. 말 좀 그만해요!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말이 아니에요, 설명도 논리도, 인생 강의도 아니라고요."
나는 그만 분통을 터뜨리며 울어버리고 말았다.
<서른의 반격> 본문 중에서 p178-180

위의 한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는 이 소설을 이 한 페이지를 읽으려고 읽었나 보다 생각했다.

 

  "산다는 건 결국 존재를 의심하는 끝없는 과정일 뿐이에요.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게 얼마나 드물고 고통스러운지 알아가는......"

1988년생 김지혜.
학창시절 한 반에 족히 서너 명은 있는 평범하고, 보통인 이름 김지혜.
김지혜 A이거나, 김지혜 B이거나, 작은 김지혜이거나, 큰 김지혜로 불렸던 그렇고 그랬던 시간을 지나 보통의 이십 대, 보통의 삼십대로 접어든.
정규직이 되고 싶어 차선으로 우선 인턴이라도. 더 나은 취업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인턴 월급의 반 이상을 토익학원에 쏟아부으면서도 그래, 괜찮아. 이 정도 투자는.. 위안을 삼아야 하는 청춘이라 불리는 세대.

부당한 일을 당해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참고 또 그냥 참아버리고 말았던 김지혜는 새로 들어온 인턴 규옥을 만나면서, 규옥과 함께 우쿨렐레 수업을 듣고, 수업을 함께 드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세상의 부조리를 향해 목소리를 낼 연습을 한다.

스스로 보잘것없다고 내뱉을 수밖에 없는 지금 청춘들의 세대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오래 계속될 것만 같다. 무엇을 해내야겠다는 희망과 열정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부조리한 세대를 향해 보통의 김지혜는 그래도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희망적이라고 말해줘야 할까.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계속 답답했다. 요즈음 미투 운동의 기반에 깔려 있는 권력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씁쓸하게 떠올려야 했고, 답답하다 정말, 왜 말을 못하니..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비권력의 세계에 살고 있는 보통의 우리들을 떠올리며 또다시 답답해지기만.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지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p232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 애초에 언제나 사실이었던 사실. 그러나 종종 잊고 살 수밖에 없는 사실.
우리는 언제쯤 그 사실을 당연한 듯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이 세상을 향해 좀 더 당차게 맞설 수 있을까.

소설의 내용과 별개로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처음 시작의 '보통'의 존재에 대해 조금 길에 설명된 부분,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급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이건 개인의 취향이지만 서술된 문장보다 대화체로 다뤄진 문장들은 옮겨 적어 두고 싶을 만큼 공감되기도 했다.

사족.
작가의 <아몬드>라는 전 작품은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더랬다.
나랑은 잘 안 맞는 작가인가 싶었는데 결국 또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전작보다 잘 읽혔다. 이것도 아마 개인의 취향.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아몬드>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그만두려고요, 나."
"왜요?"
"그럴 상황이 생겼어요....."
규옥이 흐음, 하고 숨을 내쉬며 재미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이제 막 기회를 얻었는데 그런 말이 쉽게 나와요? 인생 쉽게 살았나보네."
"쉽게 산 적 없어요."
내가 규옥을 노려봤다.
"그래서 이젠 편안해지고 싶은 것뿐이에요. 꿈 같은 거, 하고 싶은 거 따위 생각할 필요 없이 남한테 치이지나 말고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내가 제일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말이 뭔 줄 알아요? 치열하다는 말. 치열하게 살라는 말. 치열한 거 지겨워요. 치열하게 살았어요, 나름. 그런데도 이렇다구요. 치열했는데도 이 나이가 되도록 이래요. 그러면 이제 좀 그만 치열해도 되잖아요.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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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
안미영 지음 / 종이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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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면 나 뭐 하지~?
이런 생각 정말이지 수 없이 많이 해봤다.

그만두고 나면..  '한 달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할 거야. 뒹굴뒹굴하면서.
그러다가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거 하나씩 찾아서 해봐야지.'
뭐 이런 생각부터 시작해서 '잠깐만 쉬다가 다른 일해야지. 머리 안 쓰고, 그냥 몸으로 하는 일해볼까 봐.' 이런 생각까지... 주기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스물셋에 입사해, 서른아홉.
그 사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워킹맘으로 7년. 정년까지 다닌다면, 앞으로 20년쯤 남은 시간.
아, 20년을 더 다니려고?
푸하하, 정년퇴직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퇴사.
다니고 있는 직장이 기대치에 못 미쳐서 일 수도 있고,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도전해 보고 싶어서 일 수도 있고, 육아 때문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퇴사를 생각할 거다.

결혼 전에는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해보고 싶었다. 소설도 원 없이 써보고 싶었고, 대학원도 가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전업주부를 잠시 상상했다. 출근하는 신랑 배웅하고, 집 청소하고, 퇴근 시간 맞춰 저녁 해놓고, 신랑 퇴근하면 밥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그런 생활을.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매 순간 혼란이었다. 아이가 아플 때, 어린이집이 쉬는 날, 주구장창 이어지던 야근으로 아이의 잠든 얼굴만 볼 때.
그런데도 그 순간순간 나를 붙든 건 뭐였을까.

책임감일 수도 있고, 두려움일 수도 있겠다 싶다.
아마도 책임감을 동반한 두려움이 정확한 말일 테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했고,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고 벌어서 엄마에게 주고, 내 생활비하고 그런 생활이 너무 익숙해져서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는 거.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 같은 거.

나는 지금도 그래서 약간 못된, 꼬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퇴사하고, 다른 꿈을 쫓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듣고, 읽으면서... 그래도 저 사람들은 기댈 대가 있었을 거야. 나처럼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삶을 살진 않았을 거야. 뭐 이런 편견.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면 나랑은 사정이 다르니까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그거 부러움이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

왜 그들이라고 힘든 게 없고, 불안한 게 없고, 절망하는 순간이 없을까.
그럼에도 용기 내고, 도전해보고, 부딪쳐보고 했을 테지.
다만 나는 실패가 두려웠던 거고,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나를 지탱해준다는 믿음을 놓지 않았던 거지. 모두 다른 거지. 누가 틀리고 누가 맞는 게 아니라.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에는 열 명의 이야기가 있다.
익명으로 소개된 열 명의 인물들이 퇴사 후에 각각 어떤 삶을 살았는지, 퇴사가 어떤 의미였는지, 퇴사 이후의 삶이 어땠는지, 앞으로 또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
열 명의 열 가지 이야기가 책 속에 가지런히 담겨 있다.

「이 책은 퇴사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효율적인지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했던 인생의 한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에는 그 쉬는 시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과정에서 일과 삶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공유하는 책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1. 다시, 좋아하는 것을 찾는 시간 / A과장 이야기
2. 자연 속에서 배우는 시간 / K씨 이야기
3. 내 일을 준비하는 시간 / L씨 이야기
4. 덕후로 살아보는 시간 / O과장 이야기
5. 버킷리스트의 몇 가지라도 실천해보는 시간 / J실장 이야기
6. 발길 닿는 대로 보고 느끼는 시간 / S씨 이야기
7.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 M팀장 이야기
8.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투쟁하는 시간 / Y작가 이야기
9. 가장 소중한 존재와 보내는 시간 / B과장 이야기
10. 감성을 따라가보는 시간 / C씨 이야기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 치열하게도 살아 본 이들이 불현듯 회사를 떠났다.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다시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진짜 원했던 삶이 뭔지, 뭐가 중요한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리고 한 달이든 일 년이든 그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들은 다시 직장을 가질 수도 있고, 내내 여행을 다니면서 살 수도 있고, 프리랜서로 살 수도 있고, 영영 일을 하지 않고 살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다.
그렇다면, 그 길에 뭐든 옳은 길일 테다. 스스로 고민하고 돌아보고 선택한 길.

나는 그게 가장 부럽다.
선택권이 있을 수 있는 삶. 오롯이 자신을 가장 앞에 두고 무언가 결정할 수 있는 삶.
물론, 지금의 내 삶 역시 내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니 내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행복하게 즐겁게 살아낼 수 있도록 느리더라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 내야겠지.

「지금 퇴사를 결심한 채 그 시간을 앞두고 있다면, 혹은 그 시간을 흔들리며 보내는 중이라면, 이 책에서 만난 인물들에게 위로나 조언이 될 만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굳이 퇴사가 아니더라도, 직장 생활 중 스트레스와 관계들로 인한 어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거나 힘들게 하루하루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또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야기들.

‘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화두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숙자가, 혹은 명함에 찍혀 있는 근사한 타이틀이 우리를 움직인다고 해도 틀린 대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다.
A과장은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퇴사할 당시, 앞으로 음악만큼 더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차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호기심은 있었지만 그것은 막연했다. 하지만 공부하며 알아가다 보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떠난 여정에서, 그녀는 새로운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이 배운 것은 물론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까지하게 됐다. - <다시, 좋아하는 것을 찾는 시간> 중에서, p24

그녀에게는 언젠가 시골에 내려가 텃밭정원을 가꾸며 작은 마을 도서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서른 즈음에 새로운 경험이 필요해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던 것처럼 다시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그만큼의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앞에서 약해지지 말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자고, 더 용기를 내보자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회사를 그만두고 비로소 노동의 가치를 알게 되었는데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는 요즘 또다시 단지 회사의 비전에만 귀속되어 일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도 된다.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바로 서야만 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시간> p46

예전에 그녀에게 중요했던 건 사람들의 시선과 인정이었다. 좋은 회사와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직함, 사람들이 알아주는 성과 같은 것들. 그 일을 좋아한다는 마음보다는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많고 다들 열심히 하니까 자신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일했던 시간. 반면 지금은 자신의 일이니만큼 애착이 크고 무엇보다 자기만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 사업 확장도 남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해서 하려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지만 원동력은 완전히 다른 셈이다. - <내 일을 준비하는 시간> 중에서, p67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대상을 얼마나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덕후가 아닌 사람들이 그 마음을, 덕후들의 열정을 의심하는 경우를 본다. 아니, 의심한다기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열정이 눈에 보이는 실질적 보상이나 발전적 관계를 가져오는 게 아니므로,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탓이다. 하지만, 돈과 시간과 온 마음을 좋아하는 대상에게 쏟는다는 건 스스로의 관심과 감정에 매우 솔직하게 몰입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한 일이다. - <덕후로 살아보는 시간> 중에서, p87

회사생활이나 결혼에 대해 고민이 될 때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거나 겁을 먹지 않는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시도해봤을 때, 모두 실패한 줄 알았던 순간에 아주 큰 것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보인다. - <버킷리스트의 몇 가지라도 실천해보는 시간> 중에서, p110

버티는 시간은 무엇을 남길까. 혹시 낮아진 자존감, 무기력감은 아닐까.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보수에 비해 일이 힘들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하루하루 보내다 어느 순간 이 무기력감과 마주한다면, 그것을 치유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이가 들고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회사로부터 등을 돌리는 결정과 판단은 빨라져야 한다. 그 이유는 한 가지,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 <가장 소중한 존재와 보내는 시간> 중에서, p199

쉬어가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한동안 경력이 멈춘다고 우리가 가고 있는 인생길이 멈추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회사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 갇힌 걸 모른 채 매일 쳇바퀴 돌 듯 유지하는 생활 속에서는 회사 밖에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망각하게 된다. 틀을 벗어나야만 다른 세상을 만나고, 지금까지의 공간과 그곳에서의 삶이 어땠는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 - <감성을 따라가보는 시간> 중에서,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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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리틀 포레스트 1~2 세트 - 전2권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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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싶다.
영화로 보고 싶다.

만화책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딱 하나.
영.화.보.고.싶.다.

신생아 돌보면서 영화관 갈 생각은 정말 생각 만일뿐.
만화로라도 읽어보자 싶어 책을 보는데 책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만화책으로 보니 더더더 영화로 보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책은 뭔가 부족하다.
요리만화도 아니고, 힐링 만화도 아니고, 스토리가 잘 짜인 만화도 아닌 것이...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기로 찔금 먹어보는 느낌이랄까.

 

 일본 작은 마을 코모리를 배경으로 도시에서 귀향한 이치코의 소소한 생활을 만화로 담아냈다.
하나하나 요리마다 계절의 색을 가득 담은 느낌.
손으로 기르고 거둬들인 재료들로 만든 소중한 음식들.
그곳에서 조용히 며칠 쉬었다 오면 좋겠다 싶은 곳이다.
계절을 담아내고, 음식을 담아내기에 흑백의 그림이 못내 아쉽다. 물론, 자연 그대로의 색을 컬러로 한다고 온전히 살려 낼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흑백의 그림으로 봐도 온통 다 먹고 싶어지던데, 영화로 보고 있으면 입안에 침이 고일 듯.

책을 보고 영화를 찾아보니 사람들의 반응도 대부분, 배고플 때 보지 말자, 영화 보고 나와서 뭐 먹었다, 이런 글들이 많던데......
꼭 봐야지, 보고 말 거야.

소개된 서른 가지가 넘는 음식 중에, 밤조림과 군고구마, 감자빵...... 계속 생각난다.
화 속에서도 저 음식들이 나오면 좋겠는데.

음식마다 담겨 있는 이치코의 이야기와,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 자연과 자연에서 난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로 상처를 치유받는 과정, 그 이야기들을 좀 더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책을 보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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