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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다르다 - 형제자매, 재능과 개성을 살리고 갈등 없이 키우는 법
김영훈 지음 / 한빛라이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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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나는 세 살 터울이다.
이제는 세 살 터울이라는 게 별 의미 없이 친구처럼 지내지만 그래도 '언니'는 '언니'구나 느낄 때가 여전히 많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둘째라서 특별히 힘들었거나 혹은 반대로 좀 더 특혜를 받았거나 했던 기억은 없지만 어쩌면 언니 입장에서는 첫째라서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혜라면 특혜였을 일들 하면 떠오르는 게, 어릴 때 우리 집은 형편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딸들에게 자유롭게 학원을 보내 줄 상황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언니는 자라면서 그 흔한 피아노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받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3년 늦게 태어나서 그래도 그 3년 사이에 좀 나아졌던 건지, 피아노 학원도 다녀봤고, 소규모 과외도 받아봤고, 속셈 학원도, 주산학원도 다녀봤다. 아, 이렇게 적고 보니 늦게 태어나 받은 특혜 맞는 거 같다.

소아청소년 전문의 김영훈 박사의 둘째는 다르다』를 읽으면서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봤다. 내가 둘째라서, 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지금 나는 둘째에게 좀 더 마음을 쏟나 생각해보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여전히 첫째 윤에게 마음을 더 쏟는다. 핑계는 있다. 둘째 민이는 이제 겨우 4개월 아기라 먹여주고 재워주고, 편하게만 해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엄마 입장에서의 생각.
첫째 윤은 오롯이 혼자 받던 사랑을 동생과 나누게 돼서 힘들어하니, 당연히 좀 더 마음을 쏟아야지 하는 역시 엄마 입장에서의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은연중에 둘째는 자연스럽게 커가면서 첫째보다 더 이쁨 받을 거야, 더 특혜 받을 거야, 그 사이 큰 아이는 상처받을 수도 있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첫째의 기질과, 둘째로 태어난 아이들의 기질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둘을 어떻게 다르게 대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직 둘째는 낳지는 않았지만, 둘째를 계획하고 있는 부부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조건에서 둘째를 낳아 양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건넨다.

성공한 사람 중엔 왜 둘째가 많을까?
질투-둘째 아이는 늘 사랑받고 싶다
경쟁-둘째는 다른 형제보다 더 잘하고 싶다
자기 주도성-둘째는 혼자서도 잘한다
형제자매, 어떻게 달리 키워야 할까

위의 다섯 가지 주제가 책 속에 담겨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첫째에게 양보를 강조한다. 환경이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첫째는 배려심이 깊은 편이다. 또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첫째는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고 노력하려는 경향이 있어 책임감이나 계획성이 높은 편이다. p28」

「둘째는 자신의 삶을 첫째에 비추어보는 경향이 강하며 좀 더 자유롭고 낙천적이다. 첫째와 비교를 당하기 일쑤이므로 경쟁심이 강하고 일탈을 일삼기도 한다. (중략) 둘째는 책임을 회피하고 덜 혼난다. 둘째는 덜 혼나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반항적이고, 규칙을 어기는 일도 많다. 둘재는 장난스럽고, 창조적이며, 충동적이고, 사회성이 강하고, 외향적이고, 느긋하며, 태평한 기질을 갖는다. 또한 둘재는 창의적으로 자유로운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크고, 협동심이 강하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더 잘 이해한다. p29」

둘째인 나의 경우를 대입해 보니,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책 속의 내용을 읽다 보니 분명 기질적인 것도 중요하겠지만 환경적인 부분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도, 둘째는 다르니 이렇게 키우세요. 하고 이야기하는 거겠지.
부모가 첫째와 둘째, 혹은 셋째를 각각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따라, 그 집 안의 양육 분위기에 따라 아이들은 충분히 기질과 다르게 클 수도 있다는 이야기.

첫째는 원래 그래, 둘째는 뭐 어쩔 수 없지. 같은 뻔한 이야기 말고, 부모 스스로 위안하는 거 말고, 이제 좀 똑똑하게, 현명하게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의 부담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역시 부모가 되는 일은,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낀다.

둘째를 갖기 전에 부모들이 먼저 알면 좋을 이야기들, 워킹맘이 두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아빠의 양육 참여도. 어찌 보면 다 알듯한 이야기이면서도 글도 다시 읽으니 아, 이건 신랑에게도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는 부모가 하는 일이니까. 대부분의 육아서가 엄마를 위주로 되어 있어서 '엄마'가 느껴야 하는 책임감이 더 크게 부각되는 듯도 한데, 둘째가 태어난 이후 내가 가장 절실히 느끼는 건, 바로 부모의 적절한 육아 동참이다. 특히 맞벌이일 경우 두 사람의 연봉이나 근무시간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고, 심리적으로 함께 육아를 한다는, 그 인식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다 아는 내용인 듯하면서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한 부분은,
<형제자매를 행복하게 키우는 양육 가이드>를 읽으면서다.

● 꾸짖을 때 첫째와 동생을 비교하지 마라
칭찬할 때도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
아이 자신의 발전을 칭찬하고 격려하라
첫째가 참여의식을 느끼도록 해주어라
형, 동생을 강조해서 서열에 맞는 자기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마라

문제는 늘, '~다워야지'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데서 비롯되는 듯하다.
첫째다워야 하는 거, 둘째 다운 거 이런 생각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듯도 한데 실생활에서는 참 이것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얼마 전 신랑이 큰 아이에게"엄마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했어~"라고 말했다.
별것 아닌 엄마의 주문을 아이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이 튀어나왔다.
"윤아, 누구 말 잘 듣는다고 떡 생기는  거 아냐. 너 생각대로 그게 맞으면 그대로 살면 돼."
그 말을 해놓고 나서야 생각했다. 그래, 나는 아이가 누구의 말대로, 누구의 생각대로 강요받으며 자라길 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생각을 올바로 갖는 아이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두 아이가 커가면서 분명 싸울 것이고, 나는 그 중간에서 애태우는 순간들이 일어날 테지만, 두 아이의 싸움을 중재하는 역할보다 마음이 상했을 두 아이를 온전히 보듬어 주는 역할을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책 속에도 그런 내용이 있어서 읽으면서 반가웠는데, 이 내용은 <터울이 적은 아이들의 자립심 키우기>라는 글에 적혀 있는 일부분이다.
부모가 재판관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싸움도 나름의 뿌리 깊은 이유가 있다. 그런데 당장의 싸움만 가지고 잘잘못을 가리면 분명 누군가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모는 너희들이 싸우면 속상하고 멈췄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잘 알 것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부모가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있다고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p190」

나의 경우에는 큰 아이와 둘째 아이 터울이 조금 크다 보니 해당 내용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터울이 큰 형제자매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한 양육 가이드>

첫째라서 좋은 점을 많이 알려주어라
억지로 동생에게 잘 해줄 것을 강요하지 마라
둘째가 첫째 아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게 하라
둘째라고 과잉보호하지 않는다
첫째하고만 보내는 시간을 가져라
첫째가 에너지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활동을 마련해주어라

생각해보면, 언제부턴가 나는 '언니'가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친구이면서 자매이면서 내겐 몇 년 더 세상을 살아낸 선배이기도 한 사람임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끈끈한 애정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동지로 느껴진다.

크면 다 잘 놀아, 크면 알아서들 친해진다, 이런 말을 어른들에게 간혹 듣기도 하는데 그것도 아마 그 집 안의 분위기, 엄마 아빠의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사이가 좋은 부모 밑에서 사이좋은 형제자매가 나올 확률이 높을 것이고(물론 사이가 나쁜 부모 밑에서는 형제자매끼리 더 똘똘 뭉치기도 한다), 서로 함께 한다는 의지가 되는 관계를 돈독히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양육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늘 결론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로 끝나서 책임감을 한껏 갖게 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나를 생각하게 되고, 나의 자리, 나의 역할,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다는 건 큰 소득이다. 그 경험들로 나는 다시 나의 아이들을 키워나갈 테니 말이다.

둘째 이상의 자녀를 가진 부모, 둘째를 계획 중인 부모들이 읽으면 소소하게 얻을 수 있는 도움의 이야기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하고 싶은 책 속의 이야기는,

'비교하지 마라'
'아이들 각자의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해줘라'
'아이들 각자에게 부모를 독점할 시간을 선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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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꼭 필요한 기본 요리 백과 - 뭐 해 먹지 고민될 때 찾아보는 요안나의 집밥 레시피
이혜영 지음 / 나무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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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을 보는 건, 나의 즐거운 취미 생활 중 하나.
요리책은 소설이나, 인문서를 읽을 때랑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냥 레시피를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우울하거나, 좀 심난하거나, 괜히 가라앉는 날 요리책 펴 놓고 뭐 해먹지 생각하다보면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

그래서 가지고 있는 요리책이 꽤 많다.
한식, 일본식가정요리, 채식요리, 샐러드, 손님맞이요리, 한그릇요리, 비빔밥, 밑반찬만들기 등등
그때그때 끌리는 책을 꺼내 보고, 땡기는 게 있으면 그 날 해서 먹기도 하고, 식단을 짜기도 한다.

요즘은 그래도 나름 몸조리 중이라 음식을 이것저것 해서 차려먹지는 못하지만 슬슬 날 풀리고, 몸도 좀 더 편안해지면 한 가지씩 도전해 볼 계획.

 

 이 요리책은 특별한 음식 레시피가 들어 있는 건 아닌데, <제철재료>를 중심으로 월별로, 주별로 계획해서 요리해 볼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서 끌렸다.

 

 

 

3월은 역시 봄나물의 달.
레시피에 파릇파릇한 봄나물이 가득하다. 눈으로 읽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
이번주 부터 장볼 때 욕심부리지 않고 한가지씩만 장봐서 도전해 볼 계획.

 

 

 

 

 

 요리책 읽으면서 또 좋은 건, 요런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물론, 인터넷 검색만 해도 다 볼 수 있는 정보긴 하지만 책으로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 볼 수 있다는 게 더 좋다.

 

 

 

매 월 음식 사진과, 제철 재료들이 앞 장에 소개 되어 있어서, 사진만 보고 해보고 싶은 음식 선택해서 찾아 볼 수 있다.

 

 

3월에 해보고 싶은 요리. 봄나물멍게비빔밥, 봄나물전.
요리법이 딱 한페이지에 정리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길게 설명되어 있지 않고, 재료도, 조리법도 간단간단하게.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레시피랄까 ㅋㅋ

 

해보고 싶은 요리 또 한가지. 쭈꾸미볶음.
출산 전에 그렇게 쭈꾸미 볶음이 먹고 싶었는데 결국 못 먹고 출산을....
결국 내가 내 손으로 해먹게 생겼;;;

요리가 꽤 많이 소개되어 있다보니 책이 조금 두껍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나는 어쩐지 요리책은 조금 가볍고 작은 사이즈가 좋아서 그게 약간 아쉽다.
주방에 놓고 보고 싶을때마다 꺼내보려면 아무래도 가벼운 느낌이 좋더라는.
제목처럼 '요리백과'라는 느낌과 잘 어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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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카마수트라 1 - 지금 하고 싶어… 너랑!
김민조(민조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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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걸 쓸까 말까 아주 잠깐 고민했다.
읽은 책 리뷰를 적는 건, 그 책을 읽었을 때 그 순간의 느낌을 시간이 지날수록 잊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다시 찾아 보고 싶은 기록의 의미가 크다.

예전 같으면 몰래 읽고, 안 읽은 척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밝고 가볍고 경쾌하게 지금 이 기분을 남겨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신랑에게 뭘 선물해 줄까 고민하다가 때마침 출판사 블로그에서 이 책을 알게 됐다. 가끔은 재미있는 이벤트도 필요하지 싶어서 초콜릿 하나와 이 책을 구입해 숨겨두었다가 밸런타인데이 날 신랑에게 슬쩍 선물했다.

신랑은 오홋!
이 외의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좀 시시하긴 했지만 서재에 들어가 아마도 정독 한 것으로 예상된다 ㅋ

 

 책의 시작에 소개된 것처럼 이 책은 인도의 섹스 지침서인 <카마수트라>의 내용을 저자가 저자의 주변 지인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재구성해서 그림과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그리고, 써 놓은 글들이다.

단순히 섹스 지침서도 아니고, 체위를 설명해 놓은 그림만 모아 놓은 것도 아니어서 흥미로웠다.
우선, 여자들 혹은 남자들이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와 겪은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나누면서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게 좋았다.

무조건 섹스 이야기가 비밀 이야기, 금기시되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배우고 자랐던 나는, 여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랄 만큼 닫혀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요즘엔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이상하거나 나쁜 게 아니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책도, 기사도 많이 접할 수 있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왜곡된 정보나, 너무 어린 나이에 쉽게 그런 정보에 노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
어쩔 수 없이 나 역시 이제 딸을 둔 엄마 입장이 되다 보니 요즈음 하루가 다르게 오르내리는 미투 기사들을 보면서 끔찍하고, 화나고, 분노하게 되고. 앞으로 자라서 사회로 나갈 아이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곧 올 텐데 부모가 먼저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고, 그 이전에 부부가 먼저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신랑이 먼저 다 읽고 "자, 자기도 읽어!" 하고 건넸다.


가볍게 읽으면서 보니 유쾌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신랑이랑 이런저런 농담하면서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생기게 해주기도 했고.

 

 책 표지만 보면 무지 빨간책 같은데.... 그렇진 않다.
새롭거나 처음 보는 내용은 아니지만, 커플이나 부부가 함께 읽으면 좀 더 흥미 있을 이야기들이다.

감추거나 숨기는 게 더 위험하다.
꼭꼭 마음에 담아두고 끙끙 앓지 말고, 좀 더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려고만 하지 말고 때론 툭툭 가볍게 터치하듯 이야기 나눠보자.
그렇게 좀 가볍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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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늘 여기 있을게 - 완벽한 엄마보다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가 필요한 이유
권경인 지음 / 북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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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첫아이를 낳았다.
이번 주 일요일, 3월 11일이면 큰 아이는 만으로 6살이 된다.

그리고, 2018년 2월 24일 둘째 아이를 낳았다.

첫아이를 낳고 양육하면서 많은 양육 관련 책을 읽었고, 도움을 받았다.
6년이 지나고 둘째 아이를 낳자, 언제 그랬냐는 듯(경험했었냐는 듯) 모든 게 새롭다.

신생아는 어떻게 돌보는 거지? 배꼽은 언제 떨어지더라, 목욕은 어떻게 시키는 거지, 잠투정할 땐? 등등등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 작고 작은 아이는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매시간 아이가 숨을 잘 쉬고 있는지 코에 귀를 가져다 대 보고, 시간마다 기저귀 체크를 하면서 아이에게 적응해 가고 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육아와,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될.. 머지않아 사춘기를 겪게 될 큰 아이를 동시에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완벽한 엄마보다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가 필요한 이유"
이 책은 위의 한 문장 때문에 읽고 싶어졌다.

늘 욕심내지 말자고 다짐하고, 죄책감을 갖지 말자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그 어떤 것보다 나를 힘들게 하고, 어렵고, 그만큼 행복하게 하는 게 바로 육아.
사랑하는 만큼 더 욕심이 나고, 그만큼 미안하고, 그만큼 불안해지는 것도 바로 육아.

그래서 또 책으로 배운다.

" 저는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를 기대합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하고 버무려져서 함께 있는 현실의 엄마, 때로는 서툴지만 또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실재하는 엄마,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서 존재함으로 자녀의 안전 기지가 되는 엄마라면 충분합니다.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바람직한, 현실적인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아빠들이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은 아이들은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부모를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인정하는 깊은 관대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라면 충분히 훌륭하고 애를 쓴 좋은 부모입니다. 때로는 흔들리고 불안하더라도 그 믿음을 의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서문> 중에서 p6"

2016년에 우연한 기회에 부모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도 대상관계이론에 근거한 교육이었는데, 이 책 역시 대상관계이론을 바탕으로 한 엄마의 역할, 양육의 마음가짐, 엄마 스스로를 돌아보기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상관계이론은 주체인 나와 대상과의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고 이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격을 이루는지 설명하는 이론, 특히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의 중요성을 짚고 있다

 

 

엄마와 아이 역시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어떤 관계보다 중요한.
그 '관계'를 어떻게 맺어나갈 것이냐에 따라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는지, 아이가 안정된 심리상태를 가질 수 있을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 조차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은 아이와의 관계에서 역시 삐걱거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 우선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 그게 바로 아이와 엄마의 관계 맺기의 시작.

읽다 보면(대부분의 양육서가 그렇듯), 다 알 것 같은 내용이다. 어쩐지 그대로 잘 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런데 왜 자주 아이와 삐걱거리고, 나 자신에게 불만족스러워지는 걸까.

아마도 그럭저럭이 아니라 완벽한 '엄마'를 꿈꾸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왜 자신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인정하면서도 육아에 있어서 만큼은, 엄마로는 '완벽'하기를 바라는 걸까. 어쩌면 '나' 자신에게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싶은 것은 아닐까. '좋은 엄마'가 되는 순간 '좋은 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착각 때문에 말이다.

「아이에게 가장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부모가 바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입니다. 누가 나와의 관계에서 계속 죄책감을 경험한다면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을까요? 우리는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느끼게 하는 사람을 관계에서 배제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됩니다. 부모가 못해준 것에 대해 계속 죄책감을 갖고 아이를 대하는 것은 가장 좋지 않은 양육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p101」

큰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자주 느꼈던 감정이 '죄책감'이었다. 일하는 엄마라서, 원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늘 미안하고, 안쓰럽고. 아이가 일곱 살이 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씩씩하고 잘 자라주었다. 엄마인 나의 죄책감 때문에 오히려 힘들었던 건 '나'였던 것 같다. 내년에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나는 또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힘들어할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나 자신을 다독이고, 아이를 믿고, 의젓하게 해 나가볼 생각이다.
그리고, 둘째를 키우면서는 죄책감 대신 그보다 더더더 큰 사랑으로 감싸 안아줘야지.

책 속의 이야기는 1강부터 8강까지 진행된다.

1강,  '나 자신과 잘 지내고 계세요?'
2강,  '아이보다 나 먼저 들여다보기'
3강,  '내 관계 패턴은 어디에서 왔을까'
4강,  '누구나 처음 부모가 되었다'
5강,  '부모와 아이를 이어주는 관계의 힘'
6강,  '아이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관계 맺기 원칙'
7강,  '부모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8강,  '퍼펙트 마더 VS 굿 이너프 마더'

결국엔 부모가 자기 자신과의 관계 맺기에 성공해야 아이와의 관계 맺기 역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안정된 상태의 부모 밑에 서라야 아이 역시 안정된 상태를 기반으로 굳건하게, 올바르게 자랄 수 있다는 것. 아, 어렵다.

아이 양육에 관한 실용서라기보다는 엄마, 부모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부부'가 함께 읽고, 부부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다면 더더더 책 읽은 효과가 높아질 듯.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부모교육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이를 갖기를 준비하고 있는 연인 혹은 부부가 먼저 받아야 할 것 같다. 대부분 결혼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하면서, 결혼 한 뒤에 부모가 되는 일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계획하지 않은 순간에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어느 순간 '어, 부모가 되었네' 해버리고 만다. 이미 부모가 되어버린 뒤에는 울고, 보채는 아이 케어하느라 양육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접근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그 이전에 부모 교육을 받는다면 아이를 낳은 뒤에 급작스럽게 몰려올 혼란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덜 버벅거리지 않을까.

밑줄 친 부분이 너무 많다.
혹시 옮겨 둔 부분을 보고 이 책이 더 읽고 싶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읽어보시길.

아,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 제목.
책 제목만 읽으면 어쩐지 따스한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어서(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책에 담고 있는 큰 내용들을 드러내주기에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심리적 자본도 빈익빈 부익부입니다. 돈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듯, 심리적 이해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심리적 자본을 축적하고 확장해야 합니다. 심리적 자본이 크다는 것은 성취를 향해서 긍정적으로 자기 자시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모 답지 않은 부모는 도대체 자기가 왜 그러는지 모른 채로 아이를 다그치고, 소리를 지르고, 무슨 이유로 왜 그러는지 모르면서 가혹한 형태의 체벌을 아이에게 가합니다. ‘내가 왜 이랬지?‘ 하고 후회도 하고 죄책감도 갖지만, 정작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죠. 그래서 이런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나를 아는 것‘, 이것은 나머지 자산을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기본 토대가 됩니다. p20

자기이해는 내가 원하는 것, 정서, 욕구 등 내 삶의 판을 돌리는 중요한 힘의 원리가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판이 돌아가는 추진력의 원천, 핵심 주제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죠.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의 중심에 있는 중요한 욕구나 주제, 내가 아이를 통해서 확인하거나 증명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나본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는 핵심적인 욕구나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냥 의식하지 못한 채로 삶을 살아갑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요. 왜 그렇게 가족들에게 밥을 먹이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열심히 밥을 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뭘 하라고 주장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해야 할 것 같아서 합니다. 남들과의 관계에서 뭐가 이렇게까지 불편한지 모르겠는데 그냥 참습니다. 아이를 통해서 내가 증명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는데 그냥 하는 데까지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p25

엄마가 나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것을 몸이 기억합니다. 엄마가 나를 끊임없이 거절했다는 것도 몸이 기억합니다. 대개 우울한 엄마는 아이를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우울하면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머리를 감는 것도 너무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너무 여러 번 아이를 밀쳐내거나 응시하지 않으면, 아이의 몸이 그것을 기억합니다. 마치 자전거를 타는 법을 습득하면 몸이 기억하게 되듯 말입니다.
엄마의 우울하고 슬픈 눈빛이 아이의 몸으로 들어옵니다. 아이의 몸이 그것을 기억합니다. 이제 어른이 되어서 그러지 않아도 될 상황인데 애를 쓰고 눈치를 봅니다. 나는 보잘것없는 존재란 느낌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무의식적인 구조에 의해서 왜 하는지 모르고 하는 행동입니다. p31

양육이 우리 삶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찬찬히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내가 아이를 통해서 무엇을 하는지, 아이에게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 하지는 않는지, 내가 얼마나 괜찮은 인간이지를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에게 하고 있는 일이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아야 합니다. p45

엄마와 붙어 있어야 할 때 충분히 붙어 있었던 아이들은 엄마와 헤어져서 세상을 탐색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붙어 있어야 할 때 붙어 있지 못했던 아이, 공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아이들은 평생 같이 있고 싶은 대상을 찾느라 인생을 허비합니다.
어떤 존재든 붙어 있고 나면 떨어지는 일을 받아들입니다. 붙어 잇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함께 있기도 하고 나 혼자 있기도 하고, 없어도 지내게 되고, 이런 통합적인 관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통합을 해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떨어지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은 온전히 붙어 있는 경험입니다. 온몸이 어떤 존재에게 안겨서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온몸이 수시로 내가 원할 때마다 접촉할 수 있는 시기는 생애 초기 6개월~1년입니다. p46

내가 잘 견디는 감정과 못 견디는 감정, 양육에서 내가 실패하는 감정과 잘 다루는 감정을 아는 것이 자기 이해입니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엄마를 좀 무시해도 잘 견딥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말로 엄마를 공격합니다. "공부해야지"하고 타이르면 "그렇게 중요하면 엄마가 공부 다시 해, 엄마가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가 원하는 대학에 가"라고 합니다. 엄마는 속이 뒤집어집니다.
잘 견디는 감정, 못 견디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부모에게는 필요합니다. 이런 감정을 빨리 조절하고 악순환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주 어릴 때는 접촉이 곧 관계입니다. 어릴 때 엄마가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이때 엄마가 아이에게 실제로 하는 것은 응시, 만져주는 접촉입니다. 물론 점차 아이가 성장하면서 언어를 통한 접촉이 이루어집니다. 성인이 되면 반드시 만져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때는 나의 진가를 알아주는 정서적 접촉이 더 중요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만져주지 않으면 잠을 자거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접촉이 그만큼 관계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관계가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식욕, 수면, 기본적 위생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런 것이 주어져도 관계가 제공되지 않으면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고, 살아남아도 정상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것이죠. p68

엄마와의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아이로 자란 아이는 세상과 만나도 자기가 중요한 사람이 될 거라는 예언을 하게 됩니다. 세상과의 관계에서도 ‘저 사람은 나를 좋게 볼 거야, 호감을 가질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에게 "귀하다" "넌 잠재력이 있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은 아이는 살면서 뭐가 잘 안되어도,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도 ‘난 쉽게 끝나지 않아‘라고 생각합니다. 근거 없이 이렇게 생각하면 망상이지만 이 가능성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으면 이걸 붙들고 실제로 목표를 이루어냅니다. p82

아이에게 가장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부모가 바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입니다. 누가 나와의 관계에서 계속 죄책감을 경험한다면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을까요? 우리는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느끼게 하는 사람을 관계에서 배제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됩니다. 부모가 못해준 것에 대해 계속 죄책감을 갖고 아이를 대하는 것은 가장 좋지 않은 양육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p101

뭔가가 중요해지면 두려움이 나타납니다. 이전에는 물을 잃어버릴까, 누가 가져갈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지만 그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두려움이 나타나는 겁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관계라면, 내 안에 두려움이 나타나게 됩니다. 부모 자녀 관계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관계이니만큼 부모 자녀 사이에는 좋은 것도 있지만 두려움도 많습니다. 배우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가 중요한 만큼 두려움이 많습니다. 인정하지 않을 뿐입니다. 중요한 관계는 두려움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p103

두려움이 큰 사람은 사는 게 굉장히 어렵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어떤 두려움이 큰지, 내 배우자의 두려움, 아이의 두려움은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버려짐의 두려움, 삼켜짐의 두려움, 비어 있음의 두려움 등 이 두려움의 특징을 이해함으로써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갈등 원인을 살펴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p109

좋은 부모는 아이가 원할 때 거울처럼 반응해주고, 괜찮은 대상으로서 공감을 느껴야 할 때 함께해주고, 어른이라고 우길 때 어른처럼 대해주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해주면 아이는 자기 자신의 부족하거나 약한 것에 대해 좌절하지 않고 통합하는 형태로 심리적으로 성숙해가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p135

대상 제시는 엄마가 아이에게 세상을 가져다주는 방식인데, 주로 어릴 때는 젖이나 음식, 장난감을 갖다 줍니다.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줘야 합니다. 굉장히 나쁜 방식이 아이가 배고플 새 없이 계속 젖을 물리는 것인데 이것은 엄마의 욕구입니다. 아이가 배고플 때 안 먹이고 엄마가 줄 수 있을 때만 주는 것도 대상 제시 실패입니다. 자주 먹는 아이가 있고, 한꺼번에 많이 먹는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의 욕구에 맞춰서 줘야 하는데, 자기의 욕구에 의해서 대상 제시가 너무 빈번한 엄마도 있고 거의 안되는 엄마도 있습니다. p166

최적의 좌절을 주되,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형태의 좌절을 주는 것. 아이를 일정한 경계 안에서 키우고, 모자라거나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어도 세세하게 몰입하기보다는 그럭저럭 이만하면 잘 되었다, 하고 키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최적의 좌절 속에 성장하는 최상급의 양육입니다. p171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무엇보다 부부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부부관계가 좋으면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건 보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안정감을 줍니다. 내 세상이 안전하다는 것, 이것은 중요한 심리적 자본이 됩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안전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경험하면 엄청난 심리적 자본을 갖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허물어지면 많은 것을 쏟아부어도 빚더미에 있는 상태에서 계속 돈을 빌려서 밑 빠진 독에 붓는 것과 같습니다. p172

부모가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걸 이야기하는 건 폭력입니다. 부모가 죽겠다는 걸 처리할 수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는 너무 겁이 나서 견디는 척하는 것입니다. 속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괜찮은 척하며 마음속 불안을 숨깁니다.
내 속에서 확 올라오는 걸 이야기하고 솔직하다고 우기지 말고, 진짜 일어나는 것에 대해 정직하게 경험하고 아이들과 소통하기를 바랍니다. p214

완벽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다른 면으로 높은 불안을 경험한다는 말입니다. 불안은 어떤 감정보다도 전염성이 강한 정서입니다. 완벽한 부모는 아이에게 높은 불안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부모는 건강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은 완벽한 부모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면 됩니다. 사랑은 굿 이너프 하면 됩니다. 너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너무 완벽한 관계를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내 아이에게 ‘엄마가 항상 그 자리에 있구나‘ ‘돌아갈 내 편이 있어‘라는 안정된 믿음만 주어도 충분합니다. 너무 겁먹지 말고, 엄마로서 아빠로서 노력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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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Littor 2018.2.3 - 10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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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3월 호 Littor의 주제는 "커버링"
음...... 이번 주제를 통해서 '커버링'이라는 것에 대해 아마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물론, 그 용어 자체가 낯설기도 했고.
'주류에 부합되도록 남들이 꺼려 하는 정체성의 표현을 자제하는 것'

왜, 우리는 '남들이 꺼려 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까..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보게 됐고.
조금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번호 릿터를 읽고 있다(한번 쭈욱 읽은 뒤, 다시 읽고 싶은 글들을 읽고 있는 중).

플래시 픽션에서 만난 글 중 김봉곤의 「신일」이 좋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누구보다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명은 신일을 데리고 오버로크를 해 주러 군장점에 함께 갔던 날부터 그 애가 마음에 들었다. 잔뜩 기합이 들었지만 기죽은 가엾은 모습을 볼 때, 시간이 흘러 이야기든 먹을 것이든 꼭 나누러 오던 무구한 표정의 그 애를 볼 때, 선임병들의 자갈마당이네 쌈리네 텍사스네 용주골이네 하는 무용담에 지쳐 시선을 돌린 순간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신일과 눈이 마주쳤을 때, 일명은 무언가를 느꼈다. 그땐 그 감정을 지금처럼 알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지만'

어떤 감정인지 알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지만, 소중했다고 기억되는 어느 시절의 이야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떠올릴 때서야 알 수 있는 어떤 감정들. 그리고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의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나를 공부하고 싶게 만든 Issue 속 글들.
가볍게 읽으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좀 더 알고 싶어져서 천천히 다시 읽고 있다.
' 다수의 정상 사회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배려해줬는데?라며 불만을 표할지도 모르지만, 소수자에게는 커버링에 대한 압력 자체가 삶을 잠식하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커버링 요구가 일부 모임에서나 혹은 작은 집단에서만 이뤄지고 만다면(물론 그 자체로도 큰일이지만) 다행일지도 모르겠으나, 한 사회의 사법 시스템 혹은 행정부 차원에서 (소수자에게) 커버링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 켄지 요시노의 지적대로 "법적 판단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따라서 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 즉 존재 자체를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노력해야 하는 사회라면, 우리는 반드시 커버링에 대해 숙고해 봐야만 한다. '이 이상 뭐?'가 아니라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 「커버링이란 무엇인가」유상훈, 중에서-'

릿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이번호 역시 좋았다. 원래 좋아하는 배우 배종옥과 소설가 최은미의 인터뷰.
인터뷰를 읽다 보면, TV에서 보는 모습과 또 다른, 소설을 통해 짐작했던 작가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친근하게 옆에서 조곤조곤 수다 떠는 것 같기도 하고.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고, 많은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의 꿈이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좋은 작품을 하고 싶고, 작품 안에서 더 각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꿈.

꿈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꿈'인 모양이다.

소설에서는 조해진 작가의 「숨결보다 뜨거운」이 좋았고,
이장욱 시인의 「독심」이 마음에 남았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을 만나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아서 자꾸 읽게 된다.
10호가 발간된 릿터.
더 오래, 아주 오래 만날 수 있기를. 갑자기 이런 바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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