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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
안미영 지음 / 종이섬 / 2018년 1월
평점 :
그만두면 나 뭐 하지~?
이런 생각 정말이지 수 없이 많이 해봤다.
그만두고 나면.. '한 달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할 거야. 뒹굴뒹굴하면서.
그러다가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거 하나씩 찾아서 해봐야지.'
뭐 이런 생각부터 시작해서 '잠깐만 쉬다가 다른 일해야지. 머리 안 쓰고, 그냥 몸으로 하는 일해볼까 봐.' 이런 생각까지... 주기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스물셋에 입사해, 서른아홉.
그 사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워킹맘으로 7년. 정년까지 다닌다면, 앞으로 20년쯤 남은 시간.
아, 20년을 더 다니려고?
푸하하, 정년퇴직 생각을 하고 있다니.
‘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화두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숙자가, 혹은 명함에 찍혀 있는 근사한 타이틀이 우리를 움직인다고 해도 틀린 대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다. A과장은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퇴사할 당시, 앞으로 음악만큼 더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차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호기심은 있었지만 그것은 막연했다. 하지만 공부하며 알아가다 보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떠난 여정에서, 그녀는 새로운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이 배운 것은 물론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까지하게 됐다. - <다시, 좋아하는 것을 찾는 시간> 중에서, p24
그녀에게는 언젠가 시골에 내려가 텃밭정원을 가꾸며 작은 마을 도서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서른 즈음에 새로운 경험이 필요해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던 것처럼 다시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그만큼의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앞에서 약해지지 말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자고, 더 용기를 내보자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회사를 그만두고 비로소 노동의 가치를 알게 되었는데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는 요즘 또다시 단지 회사의 비전에만 귀속되어 일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도 된다.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바로 서야만 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시간> p46
예전에 그녀에게 중요했던 건 사람들의 시선과 인정이었다. 좋은 회사와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직함, 사람들이 알아주는 성과 같은 것들. 그 일을 좋아한다는 마음보다는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많고 다들 열심히 하니까 자신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일했던 시간. 반면 지금은 자신의 일이니만큼 애착이 크고 무엇보다 자기만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 사업 확장도 남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해서 하려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지만 원동력은 완전히 다른 셈이다. - <내 일을 준비하는 시간> 중에서, p67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대상을 얼마나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덕후가 아닌 사람들이 그 마음을, 덕후들의 열정을 의심하는 경우를 본다. 아니, 의심한다기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열정이 눈에 보이는 실질적 보상이나 발전적 관계를 가져오는 게 아니므로,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탓이다. 하지만, 돈과 시간과 온 마음을 좋아하는 대상에게 쏟는다는 건 스스로의 관심과 감정에 매우 솔직하게 몰입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한 일이다. - <덕후로 살아보는 시간> 중에서, p87
회사생활이나 결혼에 대해 고민이 될 때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거나 겁을 먹지 않는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시도해봤을 때, 모두 실패한 줄 알았던 순간에 아주 큰 것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보인다. - <버킷리스트의 몇 가지라도 실천해보는 시간> 중에서, p110
버티는 시간은 무엇을 남길까. 혹시 낮아진 자존감, 무기력감은 아닐까.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보수에 비해 일이 힘들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하루하루 보내다 어느 순간 이 무기력감과 마주한다면, 그것을 치유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이가 들고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회사로부터 등을 돌리는 결정과 판단은 빨라져야 한다. 그 이유는 한 가지,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 <가장 소중한 존재와 보내는 시간> 중에서, p199
쉬어가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한동안 경력이 멈춘다고 우리가 가고 있는 인생길이 멈추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회사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 갇힌 걸 모른 채 매일 쳇바퀴 돌 듯 유지하는 생활 속에서는 회사 밖에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망각하게 된다. 틀을 벗어나야만 다른 세상을 만나고, 지금까지의 공간과 그곳에서의 삶이 어땠는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 - <감성을 따라가보는 시간> 중에서,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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