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그러고 보면 사랑은 바보 같은 짓이에요? 그렇죠? 제대로 되는 법이 없잖아요?"
" 왜, 제대로 되기도 하지. 하지만 노력을 해야지."
"어떻게 노력을 해요?"
"조금 더 애를 써야지. 매일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해. 자기 자신이 될 용기를 가져야 하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심을 해야지......" p215-216

결혼을 한 뒤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크게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드라마와 연애소설을 읽을 때의 느낌일 듯 하다.
연애 시절에는 모든 드라마가, 영화가, 연애소설이 나의 이야기 같고 감정이입이 되더니 결혼한 뒤에는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 인 듯, 그저 동경하 듯 보게 되었다. 어차피, 이젠 내겐 일어날 수 없는 일이잖아,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소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처음 읽었던 2009, 아직 서른이 되기 전, 결혼도 하기 전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히려 이 소설은 결혼 전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 다시 읽으니 훨씬 몰입도가 높아지고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는 것. 아마도 소설의 큰 배경이 되는 남편이 아내를 떠난 뒤, 남겨진 아내가 느끼는 상실감과 고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을 향한 분노, 남겨진 아이들과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하자 이 소설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남편이 떠났다. 그것도 다른 여자를 사랑해서.
여자에게는 두 아이만 남았다. 앞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할.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보내고 여자는 절망했다. 자신이 보잘것 없이 느껴져 끝없이 감정의 추락을 경험하고 있었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금연을 결심하고 오랫동안 굉장한 의지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겨울날 아침 다시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추위를 무릎쓰고 십리 길을 걸어 가는 것, 혹은 어떤 남자를 사랑해서 그와 함께 두 아이를 만들고서도 어느 겨울날 아침 그가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하고 말하는 걸 듣는 것, 그런 게 인생이다. p42

그런 절망 스러운 순간에 여자를 보듬어 준 건, 무뚝하고 정없게만 느껴졌던 시아버지였다.

이 소설은 자신의 며느리를 떠나버린 아들을 대신 해 시아버지가 며느리와 손자들을 시골로 데리고 내려가면서 시작된다. 처음은 어색하고 삐걱거렸다. 시아버지는 여전히 무뚝뚝했고, 편하지 않았다. 그들은 시골집에서도 한동안 거리감을 느꼈다. 그 순간, 시아버지의 고백이 이어졌다.
평생, 다른 여자를 사랑했었다는 믿기 힘든 고백.

이제 소설은 여자의 이야기보다 시아버지의 고백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자식들이 있고,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 우연히 만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오랜 시간 흔히 말하는 불륜을 저질러 왔다는 것. 여자는 믿기 힘든 그 이야기에 점차 빠져든다. 그리고 조금씩 공감하고(때로 분노하면서도), 어느 부분에서는 이해하는 듯도 보인다. 시골집을 떠나기 전날 밤, 여자는 밤새 시아버지의 사랑이야기를 듣는다.

남자(시아버지)의 오래 된(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사랑이야기는 애절했다.
독자는(나는) 점점 혼란을 느낀다. 분명 분노해야하는데, 어쨌든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 불륜을 저질렀으니 응당 그 죗값을 치뤄야해, 하고 단호해야하는데 좀처럼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용기. 우리 인생에서 적어도 한 번은 그런 용기를 내야 돼. 오로지 자기 혼자서 자신과 맞서야 할 때가 있는 거라고. '잘못을 저지를 권리', 말은 간단하지. 하지만 누가 우리에게 그걸 주겠어? 아무도 없어. 있다면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야.
나는 나 자신에게 그런 권리를 주지 않았어....... 나 자신에게는 어떤 권리도 부여하지 않았지. 의무만 부과했을 뿐이야. 그래서 이렇게 답답한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 p99


남자의 말 "조금 더 애를 써야지. 매일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해. 자기 자신이 될 용기를 가져야 하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심을 해야지......"이 자꾸 쓸쓸하게 마음을 맴돈다.
남자는 결국, 아내와 자식 곁에 남았다. 온전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했던 여자와 이별을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믿는 가족들에게 돌아와 아마도 미안한 맘을 담아 최선의 삶을 살아왔을 이젠 노인이 된 남자.
머리와, 마음이 다르게 이 인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평생을 답답하게 살고, 결국 답답한 늙은이가 되었다고 말하는 남자가 자신의 며느리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도 오래 마음을 울렸다.

너의 가치를 생각할 때, 네 삶은 지금보다 한결 나아져야 해. 네가 약간 억지스럽게 쾌활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면서 살았다는 거 알아. 그건 부당해. 너는 그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해. 지하철에서 수첩을 토닥이며 고민하는 삶, 동네의 작은 공원에서 매일같이 똑같은 이웃들과 마주치는 삶, 요컨대 너희 둘이 살았던 삶보다는 나아야해. p124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이 소설을 결국 내 입장(남편에게 버림받은 며느리)에서가 아니라 결국 너무나 사랑했지만 유부남이었고, 자신을 믿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포기하고 돌아와 최선의 삶을 살아가야했던 한 인간에 대한 입장으로 읽고 말았다.
누군가는 그래도 불륜은 불륜이지, 라고 말할테다. 누군가는 아 이소설 진짜 뭐 이래,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다 읽고 나면 이 쓸쓸한 이야기에, 그 쓸쓸함을 돋보이게 하는 작가의 문장들에 이미 빠져들고 난 뒤일 것이다.
"아버님은 그녀를 사랑하셨어요?"
라고 묻는 며느리에게
"그건 점선으로 이어진 삶이었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없다가 무언가 있고, 다시 아무것도 없다가 무언가가 있고, 그러고 나면 또 다시 아무것도 없고 그랬어....... 그래서 세월이 아주 빨리 지나갔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일이 겨우 한 철밖에 지속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 철도 아니고 그거 한 줄기 바람, 하나의 신기루였던 것 같아...... 우리에게는 일상의 삶이 빠져 있었어."라고 회상(고백) 할 수 밖에 없는 남자의 쓸쓸한 목소리.

사랑이 뭘까, 라는 물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나라면 어땠을까, 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해서 떠난다고 한다면. 혹은 다른 여자를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정으로 돌아와 적어도 겉으로는 최선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을 본다면.... 이라는 가정을 수없이 던지게 했던 이야기.
참, 쓸쓸하다. 산다는 게. 사랑한다는 게. 라는 말을 읊조리게 했던 이야기.

남자(시아버지)의 사랑이야기를 다 들은 여자(며느리)가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더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사랑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곧 털고 일어났을거다. 밑바닥까지 내려갔을지는 몰라도 곧 다시 자신의 자리로, 자신의 삶으로 돌아왔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게 결국은 사랑의 힘이 아닐까. 결국엔 그러니까 모든 게 사랑으로 가능한 일이 아닌가.

"나는 '그래, 울자. 이번을 마지막으로 한바탕 오지게 울자. 눈물이 마르게 하자. 스펀지를 꾹꾹 눌러 짜듯이, 이 슬픈 몸뚱이에서 물기를 빼버리자. 그러고 나서 이 모든 것을 지난 일로 돌리자. 모든 걸 새로 시작하자.' 하고 생각했다.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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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창비청소년문학 76
김남중 지음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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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에겐 투와 함께 걷는 삼십 분을 위해 나머지 하루가 존재했다. 첫사랑은 폭풍처럼 오지만 드물게는 안개처럼 오기도 했다. 지니는 서로를 바라보며 폭주하는 기쁨보다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안정감이 좋았다. p13

사랑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가장 큰 가치.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어느 성경구절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사랑을 하고,
사랑에 실패하지만 다시 사랑때문에 힘을 얻는 것이 사람.

그런 사랑을 봉쇄당한 사람들이 있다.
국가의 승인이 없이는 '사랑'도 '사랑에 동반되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사회.
그들은 정말, 사랑없이 살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이 소설, <해방자들>에 있다.

 

 창비 청소년 문학 76, 이라는 이 소설은 청소년소설로 국한 하기에 아쉬울 만큼 재미 있다.
청소년 문학이 뭐지. 청소년들을 위한 문학이라는 건가, 청소년들을 우선으로 하는 문학이라는 건가.
그런 구분이 굳이 필요없을 만큼 누구라도 이 소설에 빠져들 것이다.

다압이라는 곳에 사는 지니는 전수학교를 다니며 보육자격시험에 합격해 렌막으로 나가 사는 게 꿈이자 희망이다.
다압에서는 희망도 없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스무살도 되기 전에 애 엄마가 되거나, 동전 몇 푼을 벌기 위해 평생 힘들게 힘들게 일하거나, 밤 골목에서 남자들의 팔에 매달리는 하루하루(p33)'를 살아가게 될터였다. 지니는 50등 차이로 보육교사 시험에 떨어졌지만 결국 밀입국을 해서라도 렌막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곳엔 이미 직업 시험에 통과에 렌막으로 간 사랑하는 '투'도 있었다. 그곳에만 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렌막은 국가의 승인을 받은 이들만 아이를 낳고, 양육 교육을 받은 뒤에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인 감정, 사랑을 위해 어떤 행위도 용납되지 않았다. 렌막에 사는 사람들은 일 년에 한번 의무 검진을 받아야 했고 의무 검진에는 복합 예방 접종 주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을 중성화 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 주사. 렌막에서 나고 자란 '소우'는 지나치게 주사를 두려워 한 탓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에 주사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소우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성적인 충동'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지니는 렌막에서 사랑하는 '투'를 만날 기대에 부풀었지만 다시 만난 투는 예전에 서로 사랑하던 투가 아니었다. 새로운 사회에 적응한 투(이미 복합 예방 주사를 맞았을 것)는 지니에게 좋은 친구로 남자고 말하고 지니는 절망한다.

이렇게 보면, 이 소설은 단순히 사랑을 제한 당하는 사람들이 사랑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소설로 비춰질수 있지만 그 뒤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국가에 대항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필력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최근에 읽었던 윤이형의 <졸업>이라는 소설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합격증을 받아야 하는 소재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국가는 철저한 기준에 의해 합격한 이들에게만(대부분 10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자격을 주었고, 그렇게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식이었다.

거기에 '사랑'은 철저히 배제된다.
결국 국가는 국민들의 '사랑'까지 통제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다. 지니와 소우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해서 쉽게 중간에 멈출 수 없었다. 힘없는 국민이 부조리한 국가에 대항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결국 버텨낼 수 있을지 끝까지 긴장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

"복합 예방 접종을 맞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렌막 시민의 삶으로 돌아갈수 있다. 학교에 다니고,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놀고, 능력만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삶, 누구라도 꿈꾸는 삶이다. 스파다인에 다녀온 지금, 소우는 시민의 삶이 선택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얻으려는 그 혜택을, 소우는 단 하나만 포기하면 다시 누릴 수 있다. 그 하나가 무엇인지 생각하자 소우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p209'

'그 하나' 때문에 사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포기해야 평범하게 살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 였다면 난 아마 '소우'라는 캐릭터에 흠뻑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멋진 소년.
그리고 아름다운 소녀 지니. 그들의 미래가 절대 국가와 타협하지 않고도, 멋지고 당당하게 펼쳐지길 바란다.

이 소설을 읽는 청소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뭐가 중요한지 잘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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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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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요구해야 하는 것은 존엄과 안전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안전하기 위해 가만히 있는 삶이 아니라 활동과 의견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요구해야 한다. 안전하기 위해 시위를 피해 다니는 삶이 아니라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는 게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시위 자체가 우리 삶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국가의 무능과 무관심, 그리고 무모함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활동이 안전하지 못할 때, 국가는 더욱 무관심해지고 무능하며, 무모해지기 때문이다. 이 위험을 막기 위한 활동이 안전하지 못할 때 국가는 흉기가 되고 우리의 삶은 파괴된다. p167

'망했다', '망해버려라',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라고 종종 말하는 나를 본다.
때로는 의식적이고,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말이다. '망하다'라는 말의 뜻은 '개인, 가정, 단체 따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끝장이 나다'라는 뜻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생각해보면 그런 말을 내뱉는 순간에도 나는 '망하고' 싶은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어서 자조적으로 '망해버렸구나' 내뱉었던 것 같다.

이 책,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듯 하다. '망해버렸어',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라는 말 뒤에는 '다시 잘 해보고 싶어', '처음부터 시작하면 어쩐지 잘 할 것만 같아'라는 희망이 담겨 있는 것일 테니까. 그런데 정말 다시 하면, 처음부터 시작하면 잘 할 수 있을까. 다시 망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에잇, 그러면 그냥 포기해버리자, 이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를 두고 사람들은 다들 절망적이라고 말하고, 희망이 없다고 말하고, 망할놈의 나라같으니라고, 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정말 '망해버려라' 하는 진심이 클까, 다시 잘 됐으면 좋겠어, 하는 마음이 클까.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면 매주 그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국민들이 '정치'걱정 따위는 하지 않고 자신의 발전과, 가족의 행복을 고민하고 그에 맞춰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처럼 정치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 조차 뉴스의 신문의 정치면을 제일 먼저 보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국민들에게 정치를 생각하게 한다. 나라를 걱정하게 하고, 미래를 걱정하게 한다. 이건, 분명 제대로된 나라가 아니다. 두 명만 모여도 대통령이 하야를 할까, 탄핵이 가결될까를 이야기하는 나라라니.

저자는 '나는 우리가 역사를 믿는다면서 왜 역사에 절망하며 역사 자체를 리셋하고 싶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정념은 어떻게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시켰는지, 그리고 다시 역사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라고 프롤로그에 적었다.

1장 리셋을 원하는 사람들
2장 리셋을 부르는 세상
3장 리셋을 넘어서

세 장으로 나뉘어 서술하면서 우리는 왜 정말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분석하고,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게 우선 마음에 든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책은 시작부터 막혀버리게 되고, 그러면 그게 좋은 얘기는 아니든 우선 끝까지 읽지 못할테니까.

'전부다 가망이 없지만 특히 희망을 갖는 게 가망이 없다고 했다. 희망이란 삶이 지금보다는 나아진다는 기대가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기대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면 노력할 수록 삶은 더 비참해지고 파괴될 거라고 우울하게 말했다.p18'

희망을 갖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 희망 자체가 절망인 사회.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이 불온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정말 희망이란 가망없는 일일까. 그렇다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이 책은 이런저런 생각의 꼬리를 물게 만들었다.

'자아에 탐닉하지만 자기가 파괴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결코 심리적인 사건이 아니다. 개인이 병들고, 주체의 심리가 약해져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자기를 잃어가고 있고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바깥의 소멸과 함께 벌어진, 사회학적이며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병리학적이다. 나는 주체를 '병리학'화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무능이라고 생각한다. p71'

세월호이후 우리는 멈추었다고, 생각한다. 2년이 지나는동안 변한 건 없었다.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를 믿지 못하고, 국가로부터 보호 받는다는 믿음은 사라진지 오래다. 국가를 부정하고, 스스로를, 나의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건 사회나 국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라고 믿게 되었다. 국민들이 원하는 안전한 국가, 믿을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또 다시 절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민 스스로 국가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촛불은 오래도록 꺼질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국민들이, 당신과 내가 희망인 셈이다.

'고통 중에서 가장 크고 절망스러운 고통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을 직면하는 것이다. 그런 고통에 직면했을 때 사람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이 외면은 나만 살아남겠다는 외면이라기보다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다시 절망을 마주하고 좌절을 맛보지 않겠다는 외면에 가깝다.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 속에서는 서로의 얼굴을 대하는 것이 위로는 커녕 가낭 끔찍한 고통이 된다. 위로가 불가능하다는 것만을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사람들은 '덜 괴롭게 사는 것'을 택한다. p170-171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서운 생각을 한가지 하게 되었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결국엔 희망이 사라진다면, 그래서 모두들 더 이상 희망따위 품고 살지 않게 된다면, 더 이상 촛불이 켜지지 않고 다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들어가 살게 된다면 어쩌지, 하는 생각.
지난 역사가 부정되고, 우리 세대가 만들어가야 할 역사가 바로 쓰여질 수 없는 세상이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
그러면서 한편으로 다시 희망하는 내 마음을 만난다. 광장에 나가 서 있는 우리의 희망을 믿어 보기로 하는 내 마음을 만난다.

'100만에 대한 열광 속에서 봤어야 하는 것은 내 옆에 선 이들의 '얼굴'이다. 민주주의를 만드는 협력은 내가 기꺼이 점이 되는 것에서 시작되고, 존엄은 옆에 선 이를 점이 아닌 동등한 목소리이자 얼굴로 기억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협력과 존엄. 광장에서 점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기꺼이 점으로 협력하자. 그러나 광장에서 나란히 점으로 있던 다른 이의 얼굴을 기억하자. 그 얼굴이 가진 나와 평등한 존엄, 나와 평등한 목소리의 힘을 기억하자. 삶의 전 영역에 드리워진 히드라처럼 증식하는 왕의 목을 치자. 만약 내가 왕이라면 기꺼이 내 목을 치자. 그래서 삶의 영역에서 '동료 시민'으로 서로 만나자. 민주주의가 실패한 곳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p2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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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페미니스트 여자의 몸을 말하다
문현주 지음 / 서유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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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닥터페미니스트 여자의 몸을 말하다>을 청소년기에, 결혼 전에, 임심 전에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특히 초경과 피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나중에 아이에게 꼭 읽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7년을 여자의 몸으로 살았건만 아직도 여자의 몸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랫배가 콕콕 쑤시면 더럭 겁부터 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여전히 산부인과에 가는 건 겁나고 꺼려진다. 그러니 아직 결혼전인 여자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싶다.

내가 처음 자발적으로 산부인과에 가기 시작한 건 스물 두살 무렵. 생각해보니 처음이었던 듯 하다. 시트에 다리를 벌리고 눕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여자인게 참 별로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면서 초경을 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생리통의 고통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었고 고등학교 시절엔 몇달에 한번씩은 생리통으로 결석을 했다. 거짓말처럼 아이를 낳고 생리통이 사라졌다. 알 수 없는 몸의 신비를 경험한 셈. 그때, 나는 엄마에게 친절하게 생리에 대해, 여자의 몸에 대해 이야기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그즈음 내게 생리대를 사다 준 건 아빠였다. 아빠 역시 여자의 몸에 대해 잘 알리 없으므로 아마 딸에게 생리대를 사주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내지 않았었을까.

아이에게 나는 꼭, 친구처럼 언니처럼 여자의 몸에 대해, 초경에 대해, 피임에 대해 직접 알려줘야지. 그래서 조금 더 이 책을 진지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여성으로 태어나 어머니의 딸로 두 딸의 엄마로, 숙명처럼 여성 환자를 만나는 한의사로 살고 있다' 소개가 마음에 든다. '닥터페미니스트'라는 단어도 어쩐지 믿음이 간다. 오래 여성의 몸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여성 환자들을 만난 의사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전혀 딱딱하지 않다. 의학서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겠지만) 선배 여성의 따뜻한 조언이 담긴 이야기라는 쪽이 더 마음이 간다.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Part 1. 몸이 보내는 신호 _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Part 2. 기적 마중 _ 엄마가 된다는 것
Part 3.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면 _ 우리가 하고 싶은 말

Part 1에서는 초경과, 생리불순, 피임, 수족냉증, 질염, 섹스 등 청소년기부터 알아야 할 여성의 몸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미 몸은 경험한 것들인데도 나 역시 무지했구나 싶을만큼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이 많다. 엄마가 마치 딸에게 이야기 하듯 전해주는 '몸'에 관한 이야기.

Part 2에서는 소주제에서 밝히고 있듯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임신잘하는 법, 임신에 도움이 되는 음식, 해로운 음식, 건강한 임신을 위한 주문, 입덧에 관한 이야기, 산후조리에 관한 이야기 등 실제로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들이다.

Part 3에서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들이다. 여성으로서 당당하거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야기 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나서 내내 생각하는 건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아이에게 해 줄 '여성의몸'에 관한 것과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 만들기 이다. 몸이라는 건 '내가 무얼 먹느냐',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늘 몸에 득될 것 없는 음식들만 먹어왔구나, 운동은 지지리도 안했구나 나름 반성하게도 한 책이다. 그리고 다이어리의 계획에 적어두었다. '나와 가족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 만들어 먹기'

자신의 몸이 변하고 있는 것을 느끼지만 터놓고 이야기 나눌 만한 어른이 주위에 없는 청소년들, 사춘기에 접어든 딸에게 '여성의 몸'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 임신으로 난임으로, 육아로,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만나면 좋겠다.

월경은 부끄러운 일이 아냐. 성숙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매달 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생리활동이니까. 세계 각지에서 전통 부족을 연구한 인류학자들은 각 민족마다 초경을 축하하는 다양한 의식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대. 부족 전체가 초경을 한 소녀를 축복하며 축제 같은 의식을 베풀기도 하고, 어떤 부족에는 초경을 한 소녀가 고요한 곳에 머물면서 내면을 살피고 에너지를 모을 수 있게 돕는 문화도 있다고 해. 우리도 요즘엔 가족들이, 특히 아빠가 딸의 초경을 축하하는 행사를 많이 하던데 참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해.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어린이에서 소녀가 된 내 딸! 초경을 시작하며 몸에 대해, 건강에 대해 관심도 늘고 궁금한 점도 많아졌을 거야. 살짝 귀찮지만 안 오면 기다려지는 월경을 친구 삼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사이좋게 지내렴. 월경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면서 스스로를 잘 돌본다면 어느새 지혜롭고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해 있을 거야. p34-35

내 몸이 보내는 참 고마운 메시지 월경의 신호에 응답하세요. 너무 힘들게 몸을 혹사하고 있다면 잠시 쉬어가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지쳐 있다면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면서요. 몸에 좋은 음식으로 스스로를 대접하고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적정 체중으로 최상의 상태를 만드세요. 어느새 반란을 일으켰던 호르몬은 균형을 잡고 규칙적인 월경주기를 회복하면서 다시 일상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p42


자, 이제 당당히 피임을 이야기하세요. 가짜 상품 정보가 붙어 있는 콘돔을 은밀히 배송받거나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 채 피임약을 구입하지 마세요. 나에게 맞는 효과적인 피임법을 찾고, 친구들과 피임의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나를 잘 아는 주치의와 편하게 상담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모르는 척, 얼렁뚱땅 행하면 답이 없습니다. 꼼꼼하게 잘 따지고 성실히 실천하여 부디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p75

‘참을 수 없는 내 몸의 무거움‘ 으로 고민 중인가요? 내 몸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 획일화된 기준에 내 몸을 꼭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건강을 해치는 과도한 살들과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혹시 몸이 어디 안 좋은 건 아니니?" "건강한 음식 제때 챙겨 먹지 못할 만큼 바쁜 건 아니고?" "운동할 틈도 없는 거야?" "스트레스가 있다면 잘 풀자고." 자기 자신과 이런 대화들을 나눠 보세요. ‘자뻑‘이면 어떤가요.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삐져나왔어도 활기차고 건강한 몸, 그 몸을 사랑하고 정성껏 돌보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p207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보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모여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되고 죽음은 삶의 매듭이기도 합니다. 사는 동안 죽음을 자주 이야기하고 상상할 때 내가 원하는 죽음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저는 햇볕 잘 드는 창가, 가장 편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고 싶습니다. ‘이만하면 잘 살았다‘ 안도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장례식에서는 그동안 기록한 삶의 여정들이 소박하게 나눠지면 좋겠습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도란도란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말이죠. 모든 것이 끝나면 땅으로 돌아가 평소 좋아하던 햇빛을 듬뿍 받으며 작은 나무 한 그루 키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p24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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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라이프로그 북 (핑크) - 지금 당장, 당신의 삶을 기록하라
유근용.김정민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아들러가 이야기 하는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산다는 것'은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 자책하거 후회하지 않는 것,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어둡게 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지금 여기'에서 '해야 할 일' '하고싶은 일'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 등을 계획하고, 실행 유무를 체크하며,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p4

 

다이어리는 당연히 일년 씩 쓰는거라고 생각했던 내 상식을 완전 날려버린 6개월 다이어리.

 

우선, 일과 관련되 계획과 '나' 개인의 계획을 분리해서 작성할 수 있어서 좋았고, 6개월, 한달, 일주일 단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월요일 출근하니 이쁘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라이프로그 북> 보자마자 반가움에 꺅! 마음으로 소리 한 번 지르고 뜯어 보았다. 구성은 <라이프로그 북>과 <사용설명서>
다이어리에 사용설명서라니. 이것도 획기적이지 않나 싶다. 저자의 그간의 노력과 간절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해 어쩐지 감동~

우선 6개월의 계획, 한 달의 계획, 일주일의 계획을 천천히 생각해 본다.
기존의 다이어리에 적었던 올 해의 계획도 다시 찾아서 옮겨 보고, 앞으로 6개월의 계획도 차근차근 세워본다. 2017년을 미리 시작하는 느낌~

취향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는 핫핑크와 네이비의 겉면 컬러도 아주 센스 만점.
나는 역시나 핫핑크!

다이어리에 금세 질리거나, 한 몇 달 쓰다 멈추게 되는 사람들도 6개월 단위로 사용할 수 있으니 질리지 않고 쓸 수 있을 듯 하다.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하기싫지만)을 구분해서 적다보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알게 되기도 하고(체험판 경험으로), 매일 습관적으로라도 감사한 일을 적다보니 아, 정말 감사할 일이 많구나 싶기도 했다.
설명서를 읽고, 처음엔 차근히 따라하다 어느저도 내 패턴에 맞게 응용해서 적다보면 이 한 권으로 내 이력을 만들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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