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페미니스트 여자의 몸을 말하다
문현주 지음 / 서유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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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닥터페미니스트 여자의 몸을 말하다>을 청소년기에, 결혼 전에, 임심 전에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특히 초경과 피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나중에 아이에게 꼭 읽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7년을 여자의 몸으로 살았건만 아직도 여자의 몸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랫배가 콕콕 쑤시면 더럭 겁부터 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여전히 산부인과에 가는 건 겁나고 꺼려진다. 그러니 아직 결혼전인 여자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싶다.

내가 처음 자발적으로 산부인과에 가기 시작한 건 스물 두살 무렵. 생각해보니 처음이었던 듯 하다. 시트에 다리를 벌리고 눕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여자인게 참 별로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면서 초경을 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생리통의 고통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었고 고등학교 시절엔 몇달에 한번씩은 생리통으로 결석을 했다. 거짓말처럼 아이를 낳고 생리통이 사라졌다. 알 수 없는 몸의 신비를 경험한 셈. 그때, 나는 엄마에게 친절하게 생리에 대해, 여자의 몸에 대해 이야기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그즈음 내게 생리대를 사다 준 건 아빠였다. 아빠 역시 여자의 몸에 대해 잘 알리 없으므로 아마 딸에게 생리대를 사주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내지 않았었을까.

아이에게 나는 꼭, 친구처럼 언니처럼 여자의 몸에 대해, 초경에 대해, 피임에 대해 직접 알려줘야지. 그래서 조금 더 이 책을 진지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여성으로 태어나 어머니의 딸로 두 딸의 엄마로, 숙명처럼 여성 환자를 만나는 한의사로 살고 있다' 소개가 마음에 든다. '닥터페미니스트'라는 단어도 어쩐지 믿음이 간다. 오래 여성의 몸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여성 환자들을 만난 의사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전혀 딱딱하지 않다. 의학서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겠지만) 선배 여성의 따뜻한 조언이 담긴 이야기라는 쪽이 더 마음이 간다.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Part 1. 몸이 보내는 신호 _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Part 2. 기적 마중 _ 엄마가 된다는 것
Part 3.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면 _ 우리가 하고 싶은 말

Part 1에서는 초경과, 생리불순, 피임, 수족냉증, 질염, 섹스 등 청소년기부터 알아야 할 여성의 몸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미 몸은 경험한 것들인데도 나 역시 무지했구나 싶을만큼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이 많다. 엄마가 마치 딸에게 이야기 하듯 전해주는 '몸'에 관한 이야기.

Part 2에서는 소주제에서 밝히고 있듯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임신잘하는 법, 임신에 도움이 되는 음식, 해로운 음식, 건강한 임신을 위한 주문, 입덧에 관한 이야기, 산후조리에 관한 이야기 등 실제로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들이다.

Part 3에서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들이다. 여성으로서 당당하거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야기 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나서 내내 생각하는 건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아이에게 해 줄 '여성의몸'에 관한 것과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 만들기 이다. 몸이라는 건 '내가 무얼 먹느냐',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늘 몸에 득될 것 없는 음식들만 먹어왔구나, 운동은 지지리도 안했구나 나름 반성하게도 한 책이다. 그리고 다이어리의 계획에 적어두었다. '나와 가족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 만들어 먹기'

자신의 몸이 변하고 있는 것을 느끼지만 터놓고 이야기 나눌 만한 어른이 주위에 없는 청소년들, 사춘기에 접어든 딸에게 '여성의 몸'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 임신으로 난임으로, 육아로,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만나면 좋겠다.

월경은 부끄러운 일이 아냐. 성숙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매달 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생리활동이니까. 세계 각지에서 전통 부족을 연구한 인류학자들은 각 민족마다 초경을 축하하는 다양한 의식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대. 부족 전체가 초경을 한 소녀를 축복하며 축제 같은 의식을 베풀기도 하고, 어떤 부족에는 초경을 한 소녀가 고요한 곳에 머물면서 내면을 살피고 에너지를 모을 수 있게 돕는 문화도 있다고 해. 우리도 요즘엔 가족들이, 특히 아빠가 딸의 초경을 축하하는 행사를 많이 하던데 참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해.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어린이에서 소녀가 된 내 딸! 초경을 시작하며 몸에 대해, 건강에 대해 관심도 늘고 궁금한 점도 많아졌을 거야. 살짝 귀찮지만 안 오면 기다려지는 월경을 친구 삼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사이좋게 지내렴. 월경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면서 스스로를 잘 돌본다면 어느새 지혜롭고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해 있을 거야. p34-35

내 몸이 보내는 참 고마운 메시지 월경의 신호에 응답하세요. 너무 힘들게 몸을 혹사하고 있다면 잠시 쉬어가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지쳐 있다면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면서요. 몸에 좋은 음식으로 스스로를 대접하고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적정 체중으로 최상의 상태를 만드세요. 어느새 반란을 일으켰던 호르몬은 균형을 잡고 규칙적인 월경주기를 회복하면서 다시 일상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p42


자, 이제 당당히 피임을 이야기하세요. 가짜 상품 정보가 붙어 있는 콘돔을 은밀히 배송받거나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 채 피임약을 구입하지 마세요. 나에게 맞는 효과적인 피임법을 찾고, 친구들과 피임의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나를 잘 아는 주치의와 편하게 상담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모르는 척, 얼렁뚱땅 행하면 답이 없습니다. 꼼꼼하게 잘 따지고 성실히 실천하여 부디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p75

‘참을 수 없는 내 몸의 무거움‘ 으로 고민 중인가요? 내 몸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 획일화된 기준에 내 몸을 꼭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건강을 해치는 과도한 살들과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혹시 몸이 어디 안 좋은 건 아니니?" "건강한 음식 제때 챙겨 먹지 못할 만큼 바쁜 건 아니고?" "운동할 틈도 없는 거야?" "스트레스가 있다면 잘 풀자고." 자기 자신과 이런 대화들을 나눠 보세요. ‘자뻑‘이면 어떤가요.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삐져나왔어도 활기차고 건강한 몸, 그 몸을 사랑하고 정성껏 돌보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p207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보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모여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되고 죽음은 삶의 매듭이기도 합니다. 사는 동안 죽음을 자주 이야기하고 상상할 때 내가 원하는 죽음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저는 햇볕 잘 드는 창가, 가장 편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고 싶습니다. ‘이만하면 잘 살았다‘ 안도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장례식에서는 그동안 기록한 삶의 여정들이 소박하게 나눠지면 좋겠습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도란도란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말이죠. 모든 것이 끝나면 땅으로 돌아가 평소 좋아하던 햇빛을 듬뿍 받으며 작은 나무 한 그루 키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p24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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