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을 여자의 몸으로 살았건만 아직도 여자의 몸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랫배가 콕콕 쑤시면 더럭 겁부터 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여전히 산부인과에 가는 건 겁나고 꺼려진다. 그러니 아직 결혼전인 여자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싶다.
내가 처음 자발적으로 산부인과에 가기 시작한 건 스물 두살 무렵. 생각해보니 처음이었던 듯 하다. 시트에 다리를 벌리고 눕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여자인게 참 별로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면서 초경을 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생리통의 고통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었고 고등학교 시절엔 몇달에 한번씩은 생리통으로 결석을 했다. 거짓말처럼 아이를 낳고 생리통이 사라졌다. 알 수 없는 몸의 신비를 경험한 셈. 그때, 나는 엄마에게 친절하게 생리에 대해, 여자의 몸에 대해 이야기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그즈음 내게 생리대를 사다 준 건 아빠였다. 아빠 역시 여자의 몸에 대해 잘 알리 없으므로 아마 딸에게 생리대를 사주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내지 않았었을까.
아이에게 나는 꼭, 친구처럼 언니처럼 여자의 몸에 대해, 초경에 대해, 피임에 대해 직접 알려줘야지. 그래서 조금 더 이 책을 진지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여성으로 태어나 어머니의 딸로 두 딸의 엄마로, 숙명처럼 여성 환자를 만나는 한의사로 살고 있다' 소개가 마음에 든다. '닥터페미니스트'라는 단어도 어쩐지 믿음이 간다. 오래 여성의 몸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여성 환자들을 만난 의사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전혀 딱딱하지 않다. 의학서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겠지만) 선배 여성의 따뜻한 조언이 담긴 이야기라는 쪽이 더 마음이 간다.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Part 1. 몸이 보내는 신호 _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Part 2. 기적 마중 _ 엄마가 된다는 것
Part 3.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면 _ 우리가 하고 싶은 말
Part 1에서는 초경과, 생리불순, 피임, 수족냉증, 질염, 섹스 등 청소년기부터 알아야 할 여성의 몸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미 몸은 경험한 것들인데도 나 역시 무지했구나 싶을만큼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이 많다. 엄마가 마치 딸에게 이야기 하듯 전해주는 '몸'에 관한 이야기.
Part 2에서는 소주제에서 밝히고 있듯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임신잘하는 법, 임신에 도움이 되는 음식, 해로운 음식, 건강한 임신을 위한 주문, 입덧에 관한 이야기, 산후조리에 관한 이야기 등 실제로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들이다.
Part 3에서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들이다. 여성으로서 당당하거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야기 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나서 내내 생각하는 건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아이에게 해 줄 '여성의몸'에 관한 것과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 만들기 이다. 몸이라는 건 '내가 무얼 먹느냐',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늘 몸에 득될 것 없는 음식들만 먹어왔구나, 운동은 지지리도 안했구나 나름 반성하게도 한 책이다. 그리고 다이어리의 계획에 적어두었다. '나와 가족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 만들어 먹기'
자신의 몸이 변하고 있는 것을 느끼지만 터놓고 이야기 나눌 만한 어른이 주위에 없는 청소년들, 사춘기에 접어든 딸에게 '여성의 몸'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 임신으로 난임으로, 육아로,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만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