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들 창비청소년문학 76
김남중 지음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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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에겐 투와 함께 걷는 삼십 분을 위해 나머지 하루가 존재했다. 첫사랑은 폭풍처럼 오지만 드물게는 안개처럼 오기도 했다. 지니는 서로를 바라보며 폭주하는 기쁨보다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안정감이 좋았다. p13

사랑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가장 큰 가치.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어느 성경구절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사랑을 하고,
사랑에 실패하지만 다시 사랑때문에 힘을 얻는 것이 사람.

그런 사랑을 봉쇄당한 사람들이 있다.
국가의 승인이 없이는 '사랑'도 '사랑에 동반되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사회.
그들은 정말, 사랑없이 살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이 소설, <해방자들>에 있다.

 

 창비 청소년 문학 76, 이라는 이 소설은 청소년소설로 국한 하기에 아쉬울 만큼 재미 있다.
청소년 문학이 뭐지. 청소년들을 위한 문학이라는 건가, 청소년들을 우선으로 하는 문학이라는 건가.
그런 구분이 굳이 필요없을 만큼 누구라도 이 소설에 빠져들 것이다.

다압이라는 곳에 사는 지니는 전수학교를 다니며 보육자격시험에 합격해 렌막으로 나가 사는 게 꿈이자 희망이다.
다압에서는 희망도 없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스무살도 되기 전에 애 엄마가 되거나, 동전 몇 푼을 벌기 위해 평생 힘들게 힘들게 일하거나, 밤 골목에서 남자들의 팔에 매달리는 하루하루(p33)'를 살아가게 될터였다. 지니는 50등 차이로 보육교사 시험에 떨어졌지만 결국 밀입국을 해서라도 렌막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곳엔 이미 직업 시험에 통과에 렌막으로 간 사랑하는 '투'도 있었다. 그곳에만 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렌막은 국가의 승인을 받은 이들만 아이를 낳고, 양육 교육을 받은 뒤에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인 감정, 사랑을 위해 어떤 행위도 용납되지 않았다. 렌막에 사는 사람들은 일 년에 한번 의무 검진을 받아야 했고 의무 검진에는 복합 예방 접종 주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을 중성화 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 주사. 렌막에서 나고 자란 '소우'는 지나치게 주사를 두려워 한 탓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에 주사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소우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성적인 충동'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지니는 렌막에서 사랑하는 '투'를 만날 기대에 부풀었지만 다시 만난 투는 예전에 서로 사랑하던 투가 아니었다. 새로운 사회에 적응한 투(이미 복합 예방 주사를 맞았을 것)는 지니에게 좋은 친구로 남자고 말하고 지니는 절망한다.

이렇게 보면, 이 소설은 단순히 사랑을 제한 당하는 사람들이 사랑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소설로 비춰질수 있지만 그 뒤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국가에 대항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필력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최근에 읽었던 윤이형의 <졸업>이라는 소설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합격증을 받아야 하는 소재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국가는 철저한 기준에 의해 합격한 이들에게만(대부분 10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자격을 주었고, 그렇게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식이었다.

거기에 '사랑'은 철저히 배제된다.
결국 국가는 국민들의 '사랑'까지 통제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다. 지니와 소우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해서 쉽게 중간에 멈출 수 없었다. 힘없는 국민이 부조리한 국가에 대항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결국 버텨낼 수 있을지 끝까지 긴장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

"복합 예방 접종을 맞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렌막 시민의 삶으로 돌아갈수 있다. 학교에 다니고,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놀고, 능력만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삶, 누구라도 꿈꾸는 삶이다. 스파다인에 다녀온 지금, 소우는 시민의 삶이 선택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얻으려는 그 혜택을, 소우는 단 하나만 포기하면 다시 누릴 수 있다. 그 하나가 무엇인지 생각하자 소우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p209'

'그 하나' 때문에 사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포기해야 평범하게 살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 였다면 난 아마 '소우'라는 캐릭터에 흠뻑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멋진 소년.
그리고 아름다운 소녀 지니. 그들의 미래가 절대 국가와 타협하지 않고도, 멋지고 당당하게 펼쳐지길 바란다.

이 소설을 읽는 청소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뭐가 중요한지 잘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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