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서문
버크.베카리아.니체 외 27인 지음, 장정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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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이자 소설가인 장정일 씨의 오랜만의 신간을 읽게되었다. 유명한 독서가답게 이 책은 자신이 읽고 감명깊었던 서문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주 흥미롭다. 아주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술술 읽히지 않는것이 책을 좀 멀리했던 사람이라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것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옥같은 글들에 반할 것이다. 중세부터 근대시대의 서문들을 읽으면서 이런 뒷배경이 있었고 이런 의도의 서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말 아는 것이 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고서 읽는 글들이 얼마나 많은지..사드같은 경우는 퇴폐적이고 문란한 글만 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랑의 범죄라는 소설집에서 소설의 역사와 함께 소설 쓰는 법을 자세하게 논증하는 글을 썼는데 그 서문이 11번째에 나오는 인간이 소설을 쓰는 두가지 이유라는 글이며 너무나 멀쩡해서 놀랐다.


옛날 책일수록 서문이 아름답고 그 책의 성질이나 목표를 정하는 길잡이같은 역할을 하는데 서문을 읽지 않고 후다닥 읽는 독서는 사실 준비운동도 안하고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이나 목표없는 여행같다는 저자의 서문에 공감한다. 압축파일을 풀듯이 서문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성질의 것이라는 데에도 동감한다. 중세시절이나 그 직후의 서문들은 자신의 군주에게 아부나 헌사를  해야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간단한 헌사부터 장황한 헌사의 서문이 주를 이었었고 그럼에도 역사적인 관점에서 그런 시대의 서문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이후 계몽주의때부터 에드먼드 버크의 예를 들면, 자신들의 글쓰기에 자긍심과 자기 확신을 드디어 엿볼 수 있게 되었고 허사가 깃들인 헌사따위보다는 감사의 인사라는 형태가 아주 사라진건 아니지만 왕과 귀족에게만 바쳐진 것에서 좀더 다양한 인사들에게로 향하여 졌고 이는 현대까지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위대한 서문들을 읽지 않았다면 전혀 생각지 못하고 넘어갈 것들일텐데 앞으로는 고전을 읽어도 서문을 더 자세히 읽을 것 같고 현대의 서문들도 살펴볼 것 같다. 20년간 썼다는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의 서문이나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이나 걸리버 여행기의 '독자들은 만족을 얻을 것이다' 라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서문, 키르케고르의 죽음의 이르는 병의 서문, 보들레르 악의 꽃의 서문 등 30가지의 주옥같은 서문들이 실려있다. 모두 읽으면서 정말 독서의 즐거움에 푹 빠진 경험이었다. 이러한 서문을 골라 엮으며 이렇게 소개해준 장정일씨의 이 저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이책의 서문을 쓴 장정일씨의 서문도 아주 읽어볼만한 서문임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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