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나오키상 수상작들을 좋아한다. 그다지 난해하지 않고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제 15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달의 영휴'는 나오기 전부터 기다렸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어제 어쩌다 어른 재방송을 보았는데 인문학과 언어천재인 조승연씨 강연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와 다른 그들의 여유있는 모습이 종교와 문화때문이며 그들에겐 인간의 시간이 거대한 우주나 신들의 시간에 비해서 정말 미미한 존재이고 또 환생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수은중독같은 처참한 상황에서도 밝은 미소가 우리나라 사람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인데.. 통장잔고나 계산적인 인간관계 등 현대 한국인들의 씁쓸한 현재가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우리도 조금은 내려놓고 물질을 추구하기 보다는 편안한 시간을 추구하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이 강연을 들으며 이 소설 '달의 영휴'가 내내 생각났다. 그런 의미에서 달의 영휴같은 소설의 독서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오게 한다. 이 소설도 환생과 인간의 운명같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다가도 점점 소설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루리라는 소녀가 어느 순간 각성하게 되면서 성년이 되기까지 끊임없이 예전의 자기나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고 미스미라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소설이다. 루리가 성년이 되자마자 사고로 죽고 다시 태어나고 미스미는 점점 늙어가지만 그 늙어가는 모습 마저도 사랑하는 루리..그런 루리를 잉태하고 낳아 기르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내가 낳은 자식인데 남같은 모습에..나라면 절망하고 루리라는 아이를 어째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런 고민의 모습들이 이 소설에서도 나오고 안타까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였다가 해소되었다가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단면 뒤에 운명에 놓은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슬프고 아름답다. 특히 청춘을 다 바쳐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삼사십대 아이를 기르고 그저 집을 장만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오십으로 들어가는 우리네 인생에서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는 소설이랄까. 삼중사중 쌓이는 이야기에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고만다. 달의 영휴는 읽어볼만한 소설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