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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
유카와 유타카.고야마 데쓰로 지음, 윤현희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지 한참 되었지만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만큼은 생생하다. 이후 그의 수필을 읽었을
때의 놀라움이란. 소설과는 달리 너무나 유머러스한 수필과 달달한 그의 필체는 소설과는 사뭇 달랐다. 그리고선 한참 후에 <1Q84>를
읽었었다. 뭔가 술술 읽히기는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을때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소설가라 해도 늘 한결같은 방향의 책만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하루키의 세계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졌다. 그러던 차에 일본에서 여러책과 하루키의 책에 대해 정통한 평론가와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하루키의 작품에 대해서 분석을 하는 책이 나왔다. 오호라 이거였다. 읽을 수록 역시 하루키의
세계관이란 이런 것이 있었구나. 허투로 읽을 작가가 아니었구나 확신이 더해갔다.
우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라는 작품 분석에 있어서 루쉰의 문장들이 살짝 보이는 부분들에 대해서 읽을때 놀라웠다. 표절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유사성이 분명 보였고 이후 그의 작품들에선 중국인이 자주 등장하고 중국문학에도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루쉰의
작품말이다. 이것뿐 아니라 그의 작품 속에서는 레이먼드 챈들러, 레이먼드 카버, 커트 보네거트, 리처드 브라우티건 같은 미국작가들의 영향도
보이고 하루키도 미국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해변의 카프카>같은 작품은 부친 살해에 대한
이야기인데 도스트예스스키의 작품관과도 맞닿아 있으며 스탕달, 발자크같은 19세기 유럽문학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외동아들로서 무수한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던 하루키의 인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앞으로는 하루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게 쉽게 대충 쓰여진
문장같아도 그렇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973년의 핀볼> 같은 작품에서 나온 '거의 누구하고도 친구 같은 건 될 수
없다', '그것이 1970년대의 내 생활 방식이었다. 도스토옙스키가 예언했고 내가 그것을 확인했다.' 와 같은 문장들 역시 그냥 쓰여진 것이
아닌 즉 겉핥기식 독서가 아닌 깊은 독서에서 나왔음을 이 평론가들도 나중에서야 아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대목에서 하루키의 접근
방식과 그의 독서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태엽감는 새 연대기>는 사실 읽어본 적이 없는데 어두운 이야기인데다가 인간의 잔혹함 그리고 껍질벗기는 장면 등 지하 이층
어둠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지하의 어둠, 우물, 이러한 어두운 작품들은 나중에 1Q84와도 접목이 되는 지점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책에서 평론가들이 말하고 있듯이 하루키의 작품에는 혼이나 혼령같은 이야기 등 혼에 깊숙이 와닿은
이야기들을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사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많은 작가들이 환상적이고 혼적인 세계관이 있으며 자유로운 글쓰기에서 위대한 작가들은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 외에도 단편소설과 논픽션까지 아우르는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세세히 돌아보고 밝혀주고 책의 행간을 읽어주는 이 평론집을 읽고 있자니
평론가나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는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 라는 선입견을 깰 수 있었고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오히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을 때에
난해하다고 느낀 것들을 푸는 계기가 되었달까.. 다시금 도서관에서라도 그의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 기담집
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