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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순, 고귀한 인생 한 그릇 - 평범한 인생을 귀하게 만든 한식 대가의 마음 수업 ㅣ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심영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7월
평점 :
친정엄마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다른 사람들이 요리를 잘해도 그저 시큰둥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저냥 먹고 살면 되지 왜들 밥, 밥 거리는
거지? 주말만 되면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뭐 먹을까? 하는 남편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따질거면 본인이 차려먹지 왜
맨날 묻는거지? 나도 집안일 육아때문에 힘든데.. 나도 주말엔 쉬고 싶다고. 그런데 사실 내가 직장에 다녔던 시간을 돌아보니 처녀시절 퇴근후에
집에 돌아와 엄마의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면 얼마나 좋았던가, 물론 야근이 많아서 제대로 먹었던 적도 없고 엄마도 바쁘시니 대충 넘기신 적도
있지만 그래도 한달에 몇번이라도 마주한 밥상은 참 따스했던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또 고등학교때 삼남매의 도시락을 몇개나 싸셨던 엄마. 우리땐
그랬다, 나 어렸을땐 엄마가 연탄도 갈아야 하고 손빨래도 하셔야 했던.. 그런데도 늘 엄마는 따뜻한 반찬을 매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어렸을 때에는 주부라면 저녁마다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고 다음날 먹을 도시락과 아침 준비까지 하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왜 우리 세대부터는 금방
무너졌을까. 세상이 편해지고 복잡해 질수록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나 역시 그까짓거 반찬 사먹기도 하고 외식하기도 하고 중국같은 경우는
여자는 거의 요리도 안하고 밖에서 먹거나 남편들이 요리를 한다던데 하면서 철없는 생각까지 했던 참 몸만 어른이지 아직도 아이같은 사람이었다.
음식말고 다른 일을 하고 책을 읽고 또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결론적으론 이도 저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엄마로서 주부로서 음식이라도 맛깔나게
정성스럽게 해야했던것 아닌가. 이 모든 것을 심영순 여사의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참 사람은 알 수 없는 존재다. 그저 알았어요 하고
건성으로 끄덕였던 고개가 이 책을 읽고는 심각해졌고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팍 들었으니 말이다.
어려서 엄마에게 구박을 받으며 나물을 뜯고 다듬고 요리를 배웠던 심영순 여사. 그러다 전쟁이 터지고 일년이 넘게 엄마와 생이별을 해야했는데
다행히도 언니의 친구의 할머니네와 함께였기에 전국을 다니며 다른 지역의 각각의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한다. 다행히 엄마와 언니들을 다시 만나고
전쟁 후 계속해서 엄마에게 혹독한 요리수업을 받게 되는데 바느질부터 요리 온갖 살림을 다 배웠다고 한다. 그런 엄마를 원망하고 엇나갈수도
있었을텐데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오히려 요리에 빠져들어 스무살에는 온갖 요리를 할 수 있었고 오히려 다른 주부들을 가르칠 정도였으며
시어머니도 이분께 요리를 물어볼 정도라니 말 다했다. 그런데 요리를 잘하는 여인이 갖게 되는 무기는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요리앞에서
무장해제되고 무너졌다. 제발 가르쳐 달라고 한다. 심선생 덕분에 요리를 잘해서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심영순 여사는 네 자녀를 키우면서도
'독'선생으로서 명문가의 며느리들을 가르치기도 했단다.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하기가 힘들자 요리연구원을 만들고 삼십년이 넘게 수업을 진행중인데도
저녁 6시면 어김없이 집에 들어가 딸들과 남편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까지 모시며 그들을 위한 요리를 매일같이 정성스럽게 맛있게 했다니.. 남편도
여든 넷인데 너무너무 정정하고 꼿꼿하신데 그 모든게 다 한식의 덕분인 것 같단다. 심영순 여사도 일흔 일곱나이에 주름 하나 없이 피부도 너무나
맑고 또한 몸이 정정하고 지금도 매일 요리를 달리 하신다고 하니 정말 한식의 힘인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고서야 나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내가
당당하지 못하고 그래서 징징거려야만 했던 것이 요리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한번 제대로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걸 아무리 잘해도 가족을
위한 요리 하나 제대로 깔끔하게 못한다면 내세울 게 없는 것 같다. 심영순 여사처럼 아침부터 7첩 반상을 차릴 순 없어도 나물, 전, 국 요리,
생선, 고기 등 맛깔난 반찬과 함께 주재료를 이용한 반찬을 매일같이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가고 나면 힘든 일상때문에 고민때문에
늘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뭔가를 해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도 하고 아이들이 오기전에 메뉴도 생각하고 장을 봐서 그날 요리를 매일 달리
해보자..심영순 여사의 인생이야기와 글 사이사이 그래도 조금씩 알려주시는 요리의 팁들을 내일부터 당장 적용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