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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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작가. 드라마 연애시대,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은 드라마와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청춘시대'까지. 드라마 연애시대를 띄엄띄엄 보기는 했지만 감우성과 손예진의 조합이 너무나 좋았던 잔잔한 드라마였고 각본이 참 좋았다라는 느낌이었는데 바로 이 작가라니.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몇년전에 한밤중에 했던 스릴러 요소가 짙은 8부작 드라마였는데 같은 작가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이번의 '청춘시대'라는 드라마 역시 갈수록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어서 역시 박연선 작가는 추리 스릴러 부분에서 앞으로도 강세를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찾아보니 지금은 나와 마찬가지로 중년의 나이로 지긋이 들어가는 작가이던데 이 작품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에서의 톡톡 튀는 발상과 대사는 너무나 젊었다. 이삼십대 작가가 쓴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내공은 깊었다. 역시 작가의 마음은 젊어야 하는 것 같다. 신세대와도 통해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가 되는것 아니겠는가. 정말 재기넘치고 발랄하고 도입부는 초등생도 읽을 수 있어서 아들내미하고 같이 소리내서 읽어줬다. 초등 고학년 아들까지도 낄낄대며 정말 재밌다고 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진상이 드러나고 전모가 드러나는데 초등생은 읽을 수 없는 내용들이 나와서 나 혼자만 읽게 되었지만.

 

강무순은 삼수생 스물한살 꽃같은 나이의 강씨네 집안의 둘째 아들의 딸. 할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자 깡시골로 내려가게 되고 장례식을 치르고 모인 가족들의 이야기나 모습들은 코미디를 보는 듯하니 묘사가 생생하고 너무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61년간 같이 산 남편이 죽었지만 너무나 씩씩한 할머니 홍간난 여사. 무슨 일을 하다가도 저녁 8시 25분만 되면 일일드라마를 시청하는 몸이 시간을 기억하는 할머니..홀로 남은 할머니를 걱정하는 가족들에 의해 늦잠을 자는 버릇이 있던 강무순만을 남겨두고 모두 서울로 올라가 버렸다. 혼자서도 너무나 잘살고 씩씩하던 할머니에게 오히려 군식구만 늘은 셈..이지만 역시 자기 핏줄인지라 갈수록 티격태격대며 서로 친해지고 사랑이 느껴지는 모습에 흐뭇해 지기도 한다. 강무순은 여섯살때도 이 마을에 맡겨졌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고.. 그때 친했던 소녀들이 한날에 사라졌던 마을의 아픈 사정이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된다.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강무순과 가장 친했던 소녀중 한명은 두 살위의 목사님과 사모님의 딸 조예은. 그리고 종가집 딸 유선희, 종가집의 서자의 딸 유미숙, 그리고 유선희와 동갑인 황부영. 나이도 각각 사는 곳도 달랐던 이 소녀들은 도대체 왜 사라졌으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는가. 개구리소년 사건처럼 시체가 되어 한꺼번에 나타날수도 있는 미해결사건.

 

종가집에서 유선희가 사라질 무렵 입양했던 유선희의 동생인 꽃돌이(중2)는 누나인 유선희에 대해 궁금해 하고 강무순은 자신의 여섯살 적 기억을 따라 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는데.. 마을주민들의 한이 맺힌 이 사건에 점점 더 가까이 가게 되는데.. 진상은 무엇인지.. 미스 마플처럼 순간의 추리를 발휘하기도 하는 홍간난여사와 행동이 남다른 강무순과 꽃돌이 그리고 네 소녀의 남은 부모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과 그 가운데서도 계속 통통 튀는 재미있는 전개는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결국 드러나는 진상은 사실 약간 조금 더 집약적이었으면 했지만 뭐 스토리텔러로서의 탁월한 감각에 동료 작가들이 너 혼자 다해먹어라 했다는 서평 후기는 이해가 되었다.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출현. 박연선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고 기다려진다. 정말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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