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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엘러리 퀸이 발굴 편집했다는 Masterpiece of Mystery (미스테리 소설의 걸작들) 이 책은 정말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작품이니 그 시대의 미국이나 유럽 등 여러나라의 시대상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국내에 '헤밍웨이 죽이기'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바로 이 소설도 이 책에 단편으로 실려있다. 이 소설집이 독특한 것은
모두 노벨문학상같은 저명한 상을 수상한 유명한 정통 소설가들의 단편이기 때문이다. 모두 12편이 실려있고 소설가 또한 모두 다르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정글북'으로 잘 알려진 러디어드 키플링, 마릴린 몬로와 결혼했던 그의 작품이 영화화도 많이 되었던 유명한 희곡작가인 아서 밀러, 미국
3대 소설가에 꼽히는 윌리엄 포크너(존 스타인벡이 3인 중 한명), 사상가로도 유명한 버트런드 러셀, 미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싱클레어
루이스 등 쟁쟁한 작가들이 포진해 있어서 정말 신기하다. 그러므로 문체나 작품성은 모두 뛰어난 단편인 셈이다.
처음에 등장하는 작품은 바로 키플링의 '인도 마을의 황혼' 이다. 영국이 식민지로 삼은 인도에서의 백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이
고용했던 인도인 하인들의 생각(주술문화 등)과 생활도 엿볼 수 있다. 백인의 관점에서 쓰인 책이라 현지인인 인도인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암튼
짧은 단편속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추리소설의 내용들이라서 놀라웠다. 당시의 작가들은 모두 코난 도일처럼 추리나 미스테리 소설은
하나씩은 꼭 쓰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어느날 갑자기 실종된 임레이라는 백인 청년 젊은 나이에 부자인.. 실종이 너무 오래되자 가족들은
그의 방갈로를 세를 줘버리고 경찰이 들어가서 살게 되는데.. 하필 경찰이 살게 되니 범인은 밝혀질 수밖에.. 임레이의 실종사건의 전말이 말미에
모두 밝혀지는데..또 한번의 반전으로 범인의 죄를 묻지 못하게 된다.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 도 현금과 보석을 도난당한 그때까지 평탄하게 잘 살아온 사업가 셸턴과 그의 부인이 하룻밤 외출을 하고
돌아오자 도둑을 맞은 자신의 집에서 엄청난 좌절을 하게 되는데.. 당시 9만달러라는 돈이 엄청난 돈이라는 사실과 내 돈임에도 내돈이라고 밝힐 수
없는 아이러니.. 아주 짧은 단편임에도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래서 유명한 희곡작가구나 하는 생각이..그 짧은 단편속에
스토리와 긴장감과 대사와 배경이 살아있다니..
윌리엄 포크너의 '설탕 한 스푼'은 1940년 발표된 단편소설로 괴팍한 프리첼 영감의 사위가 된 플린트라는 남성의 기구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이 소설 역시 말미에 굉장한 반전과 범인을 알 수 있게 된 신의 한 수가 있다는 사실. 사실 저 제목이 아주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버드나무 길' 역시 놀라운 작품이다. 재스퍼 홀튼과 존 홀튼이라는 쌍둥이 형제의 일상과 그들의 이야기가 심리적으로
펼쳐진다. 한명은 은행원이고 한명은 작가인 쌍둥이.. 어느날 쌍둥이 중 은행원이 엄청난 횡령을 하게 되고 사라지는데.. 당시 은행에서는 창살같은
가림막이 있어서 손님의 얼굴과 손만 살짝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소설을 읽고 새삼 알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도 본 적이
있다. 등장인물의 행동과 심리묘사가 아주 탁월하고 결말도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다. 12편 중에 4편만 우선 소개하고 책리뷰에서
너무 많은 것을 쓰면 안될 것 같다.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이 시대의 작품들도 읽고 싶어질 것이고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은 소설들에 또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