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백발도 사랑하게 되었네 - 평온한 노년 준비를 위한 입문서 I Love Ageing 1
호사카 다카시 엮음, 오용균.박계주 옮김 / 리안메모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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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까운 나라 일본만 봐도 노령인구가 많아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아기들이 없자 유령마을로 변한 여러 마을들이 집관리도 못해 목재가옥이라 썩어간다는 기사를 본다. 도쿄같은 대도시만 사람들이 여전히 몰리고 도쿄와 가깝지만 시골같은 마을들은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나이들수록 병원도 가깝고 살기 편한 도시에서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참 늙어간다는게 막연하게 느껴져 공포가 느껴질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아직은 젊은 나이이기도 한 것이 사십대인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니 건강에 대한것도 공부에 대한 것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그대로 오십대가 되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 교육에만 신경쓰다 아이들이 훌쩍 커서 떠나면 오십대이고 운동도 하지 않아 건강도 잃고 자신감도 잃고 그래서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 우울증이 잘 걸리나 보다. 게다가 갱년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 일본의 저명한 정신과의사이기도 하고 본인이 나이든 의사로서 주변을 돌아보고 또한 정신과의사로서 어떤 삶이 건강한 삶인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얻은 직관이나 주변사람들에 대한 관찰, 생각들을 우리들에게 풀어놓고 있다. 어떤 부인은 남편이 은퇴를 하자마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에는 집에 계시지 마세요" 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하고 오기가 생긴 남편은 그래 내가 어디 들어오나봐라 하면서 열심히 바깥을 다니며 자신의 지식을 전해줄 곳에서 자그만 돈을 벌기도 하고 탁구같은 운동도 또래와 즐기고 일주일에 한번은 도서관에 틀어박혀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론 건강하고 또 또래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은퇴후의 삶이 우울하지도 않고 활기찼다고 부인에게 감사한다고 하니 우리의 노년도 바로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봐야 겠다. 내 남편도 은퇴후엔 집에 틀어박힐 것 같은데 나도 똑같이 말해야 겠다는 생각도 슬며시 들었다.

 

또한 시니어 모델을 한다던지 엑스트라같은 배우를 하는 노인들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때도 있지만 재미도 있고 거기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니 생각의 전환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긍정의 대화법을 익힌다던지 자신만의 멋을 계속 추구하는 멋쟁이의 삶도 느끼는 바가 컸다. 또한 지인의 아내가 가진 두툼한 파일에는 이렇게 나이들면 좋겠다 하는 사람들의 멋진 삶에 대한 기사나 인터넷 정보들이 들어있다고 한다. 아직 노후가 남았을때 미리미리 대비하고 어떤 노년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그런 준비하는 태도가 남편을 자극했다고 한다. 84세로 생을 마감한 노배우 다가쿠라 켄, 고령이 되어 뇌출혈을 앓아 오른손이 마비되자 왼손으로 연주를 했던 피아니스트 '다테노 이즈미'씨, 90세 가까이 연극무대에 섰던 모리 미츠코, 약해지지마로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등극했던 100세 시인 '시바타 도요'씨 같은 분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순재님이나 신구님이 정말 아직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계신다. 이분들은 벌써 여든이 훌쩍 넘었다. 계속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것이 바로 건강의 비결이 아닐까.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분들은 아직도 너무나 건강하시다.

 

은퇴후의 부부가 집안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사소한 일들로 말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의 노인들처럼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 들러서 이야기를 하면 서로 손도 잡고 사이가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는 글 역시 나도 나중에 이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집 밖에서 대화하기' 인 것이다. 또 노인들의 제품은 온통 그냥 나무색이거나 회색인 경우가 많은데 한 노인복지전문가가 20년전에 스웨덴을 방문했을때 지팡이나 휠체어 등의 색깔이나 개성을 각각 표현한 제품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 글들은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준다. 지금의 노인층은 과연 유럽의 저런 나라들처럼 자신의 멋을 내고 충만하게 살고 있는가 아니면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로 자기 앞을 마구 휘저으면서 뒤뚱거리며 걷는 그런 고약한 늙은이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도 백발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연스럽게 내나이도 사랑하며 그 나름의 삶을 충만하게 살며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는 커녕 선한 존재감을 가지고 선한영향력을 주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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