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오베라는 남자'의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읽기전부터 참 기대를 많이 했었다. 전작인 '오베라는 남자'를 너무나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와 이 작가 정말 스릴러 장르가 아니어도 이렇게 흡입력있게 재미있게 가슴이 따뜻해지게 소설을 쓰다니 게다가 이야기꾼일세! 하고 말이다. 이번 소설 역시 처음부터 순조롭게 읽어나갔고 이내 가속도가 붙었다. 이쯤되면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닐까. 오베라는 남자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면서도 또 한번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써내다니 그것도 역시 스릴러 장르도 아닌데 말이다.

겨울왕국을 통해서 익숙해진 이름 엘사. ELSA. 여덟살이 채 안된 이 꼬마아가씨는 학교에서는 집중력이 제로라고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내놓은 아이이다. 친구들의 짖궂은 장난은 점점 심해지고 심한 왕따와도 같은 일들을 겪게 된다. 해리포터와 스타워즈를 너무나 좋아하는 소녀는 제일 재미없다는 해리포터의 시리즈도 17번이나 읽은 해리포터 덕후이다. 집중력이 없는 소녀라지만 그녀의 할머니는 천재라고 믿는 소녀이다. 실제로 그런 것 같고 말이다. 맞춤법이나 문법을 어른들보다 더 잘 아는 소녀. 그러기에 어른들의 말을 지적하면 어른들은 맹랑하다고 싫어하기 일쑤였지만 관습을 파괴하고 비웃는 수퍼히어로같은 괴짜할머니와는 쿵짝이 잘 맞는 엘사이다. 이 할머니를 보고 있자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지만 한편으로는 제멋대로인 이 할머니를 보고 있자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젊은 시절 세계를 누비며 아이들을 구하고 치료했던 외과의사였던 할머니는 수많은 경험을 하고 다녔고 엘사의 엄마를 낳았지만 이내 딸의 곁을 떠나 세계를 누비기 일쑤였다고 한다. 하지만 엘사가 태어난 뒤로는 엘사에게 집중한 할머니. 말년에 암에 걸려 엘사의 곁을 떠나가는 할머니가 남긴 유언은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는 편지를 엘사에게 맡긴다. 엘사는 이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할머니와 이웃들이 살던 이 주택의 구성원들을 다시금 새롭게 알게 되고 그들의 과거에 대한 비밀을 하나하나 알게 되며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은 느낌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이웃과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어떤 것이 타인이 만나 진정한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인지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게 해주는 이 소설은 소설로서의 재미도 정말이지 보장한다. 아이의 상상력과 할머니의 입담이 만난 여섯왕국의 이야기와 마지막을 장식하려고 했던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그 자체로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좋아한 꼬마였던 저자인 프레드릭 배크만의 이야기꾼적인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현실로서의 인간 그 자체들을 돋보이게 한다.

크리스마스 다다음날인 꼬마아가씨 엘사의 생일이 묻혀지는 현실속에서 그 누구보다 그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했던 할머니의 마음이 도드라지는 이야기들은 개학날이 생일이라 생일이 늘 묻혀졌던 내 유년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할머니같은 사람이 나에게도 있었다면 하는 부러움도 있고 말이다. 내 부모님 역시 최선을 다하셨을 것이지만 지금도 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이번엔 그들의 아이들이 늘 개학날이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암튼 엘사의 생일을 맞이하며 대화합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이 소설은 '오베라는 남자'처럼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만한 소설이다. 이쯤되면 다음 소설도 또 기대하게 되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