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루미너리스: 점성술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두 별인 해와 달을 뜻한다.

엘리너 캐턴의 루미너리스 1,2권은 정말 방대하다.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르겠고 사실 지루함을 참으며 읽어야 했다. 28세의 젊은 아가씨가 쓴 이 방대한 책이 2013년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부터가 흥미를 당겼다. 사실 마음이 복잡하고 여러가지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많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평소대로라면 장미의 이름을 읽을때처럼 잘 읽혔으리라. 어쨌거나 그만큼 복잡한 건 맞는것 같다. 그러다가 1권의 중반을 거쳐 후반으로 갈수록 오 뭔가 있다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금광을 캐던 1800년대 후반의 시대상과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한몫 잡아보려는 영국인들의 모습이나 시대와 공간의 묘사가 너무나 상세했고 정말 조사를 많이 했구나 싶었고 그 시대로 데려다 주는 느낌을 주는 그런 멋진 책을 읽을때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줄거리에 낙담했던 것은 사실이다. 분위기와 시대의 배경묘사는 너무나 훌륭하다. 마치 그 배를 타고 1866년에 금광에서 금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뉴질랜드 땅에 내리는 월터 무디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도착한 곳인 호키티카의 호텔 흡연실에 들어가 쉬려던 그를 먼저 있던 열두명의 남자들이 응시하게 되고 발퍼라는 인물에 의해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치 심리분석을 하듯 나긋나긋하고 천천히 그러면서 인물 하나하나에게로 옮겨가게 되다가 연극을 보는 것처럼 격정적으로 풀어나가게 된다. 발퍼와 동년배이지만 발퍼가 무언가 존경하고 있는 정치인 로더백의 이야기에선 그 둘이 만나게 된 배경과 로더백의 이야기에선 이 소설에서의 미스터리인 오두막에서의 은둔자의 죽음과 길거리에서 발견된 자살을 하려한 창녀의 이야기가 맥락없이 이어지고 이어 월터 무디가 타고 온 갓스피드호와 그 화물칸에 실린 어떤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와 실종된 한 부잣집 청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열두명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그들과 연관이 있거나 증언이나 증거물을 본 증인들이 되고 숨겨진 로맨틱한 이야기들도 밝혀지는데.. 2권에선 1권에서 느리게 펼쳐진 이야기들이 활기를 띠는 모양새이다. 저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지 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열두명의 성격과 배경과 이야기들이 황도 12궁의 모습처럼 저마다 각각이 되며 펼쳐진다. 이 젊은 소설가에게 놀라는 구석이 많아진다. 그런데 역시 늘어지는 부분들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다음작품 또 그그다음 작품쯤에선 진짜 멋진 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장미의 이름을 이을 멋진 소설을 훗날 만나게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