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은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 되어서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어쩌다 보니 여러권 읽게 되었는데 그 제목들이 이렇다. 크림슨의 미궁, 신세계에서, 악의 교전, 유리망치, 푸른불꽃 등..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읽었던 모든 작품이 지루하지 않았다. 중박이상은 다 쳤다.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어찌 보면 이야기꾼이다.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작품을 쓰다니. 그런데 이번 작품 '말벌'을 읽고서는 또 한번 역시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어느 정도의 재미는 담보하는구나 하고 느꼈을만큼 빠르게 읽혔고 재미도 있었다. 어떤 반전이 있을까싶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었고 결말의 의외성은 놀라웠다. 트릭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을 읽고 아 이런건 나도 아는건데 뒤통수를 맞았다고나 할까. 서술트릭에 가깝다. 어쨌든 사건의 진상이 알려지는 결말에 이르러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놀라운 것은 말벌의 세계이다. 말벌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지식이 필요했던가 싶을만큼 수많은 상식들이 등장한다. 미스테리 소설 작가인 주인공이 눈을 뜨자 아내는 사라져있고 깔끔한 성격으로 절대 뭔가를 흘리지 않는 그녀의 가운이 떨어져있다. 예전에 한번 말벌에 쏘여 엄청난 알레르기를 일으킨 주인공은 또 한번 물린다면 정말 죽을 각오를 해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아내는 없어지고 한겨울에 난데없이 집안에 말벌이 등장한다. 물론 산과 가까이 있는 별장이기는 해도 말이다. 그것도 이내 수백마리가 여기저기에서 등장한다. 말벌과의 싸움에서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하루가 정말로 스펙타클하다. 연기를 피우고 트랩을 설치하고 목욕탕에서 숨을 참기도 하고 스프레이로 공격하기도 하고 정말 수많은 말벌공격게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말벌에게 쏘인다면 가져야할 상식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실제로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 말벌에 관한 책도 많이 읽고 노력을 한 모양이다. 작가라면 소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부를 하고 자료수집을 하고 또 글도 잘 써야 하니 참 어떻게 보면 대단한 직업이다. 독자들을 한번에 몰입시키는 이러한 힘은 몇몇 작가들의 최대의 장점이다. 평범한 학교선생님같은 이 남자가 다음엔 또 어떤 작품을 가지고 나올지 정말 기대가 된다. 자꾸만 새로 나오는 책들을 다 탐독하고 싶을만큼 묘하게 중독적인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