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 - 하버드대 최고 인류학자 아서 클라인만의 위대한 수업
아서 클라인만 지음, 이정민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인류학자이자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아서 클라인만이 수십년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와 함께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조금이나마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이 아닌 인간의 삶이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가진 인간이 동물과 다른점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숱한 선택을 하며 산다. 그 결과 여러가지 삶의 형태가 나타나며 노년에 드리운 겉으로 드러나는 여러가지 모습들에서 과연 누가 제대로 살았는가 라고는 말할 수 없음을 이 책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깨닫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9.11테러, 오일가격 하락, 세계 대공황의 조짐 불황.. 인간은 누구나 불안하다. 때론 공포를 느끼며 산다. 평범한 사람도 이럴진대 직접 어떤 전쟁에서, 난민으로서, 전쟁포로나 혹은 가해자로서 일련의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들은 그 뒤로는 평범한 삶을 살 수가 없다. 지금같으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라는 말로 불리우겠지만 과거에는 그런 병명도 없었다. 중산층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장으로서 존경을 받고 살았던 60대 노신사는 갑자기 우울증에 시달리고 불면의 밤에 시달리며 가족들에게 입을 닫아버린다. 윈스럽 코헨은 1942년 2차 세계대전에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인 군의관을 쏘아 죽인 이후로 자기에게 아무 해를 가하지 않았던 그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나이가 든 지금 더욱 과거의 기억을 곱씹고 곱씹으며 힘들어 하고 있다. 저자인 아서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며 나눈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환경에 의해 얼마나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는지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학대나 피해의 대상이 되는 여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일하는 이디는 아서가 처음 보았을때보다 몇년후의 모습은 절망적이고 우울한 사람 그 자체의 모습이어서 휴식을 권하는데도 그 어려운 곳으로 다시 들어가곤 했다. 결국 그녀는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그리워하고 그녀가 도움을 주었던 아프리카나 다른 나라의 여성들은 그녀를 추모한다. 그녀의 이름이 슈바이처처럼 알려지진 않았어도 그녀가 남긴 발자취와 그녀가 일으킨 여러가지 운동들이 비록 결과가 미약할 지언정 그녀에게서 영향을 받은 현지인들은 분명 조금씩 변하고 조국의 여인들을 위해 움직이려는 나비의 날개짓같은 일들은 분명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것에서 이디라는 여인의 행적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다.

 

중국에서 문화혁명이라는 미명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고발하고 고문하고 고문당하고 정신병자가 되고 쥐도새도 모르게 죽어나갔는지 중국에서 이 모든 일을 겪었던 중국인 의사였던 현재는 은퇴후에 미국에 있는 딸에게로 온 얀 종슈 씨의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이라는 과거의 공산국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너무나 안타깝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고발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그칠 수도 있었던 것을 더 악랄하게 비판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했던 동료이자 친구였던 웨이칭이라는 사람과 그에게 복수할 수 있었던 기회를 여러번 날려버렸던 천성이 남을 고발하고 괴롭힐 수 없었던 얀 종슈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연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나도 내 이기심과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고발하고 그에게 역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 죽이려고까지 했을까. 그 상황에서 혼자만 고고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오히려 이기적인 것은 아니었을까..인간으로서의 도덕심이란 윤리란 어디까지일까. 이 밖에도 이 책에서 나온 서너가지의 또 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주 혼란스러웠다. 저자는 어떤 해답도 주지 않는다. 웨이칭이 무조건 못됐고 얀이 잘했다는 말도 없다. 그저 이 이야기들을 읽고 인간에 대해서 배울 수 있고 그럼에도 가치있는 삶을 위해 산다는 것, 인간에게 주어진 희망이라는 불씨라는 것 이같은 아주 작은 진실만을 깨닫을 수 있다. 읽을 때에는 어려웠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이 책이 말하는 것이 무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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