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 1 - 진수완 대본집
진수완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영화 시나리오 작가보다 드라마 작가들은 더 유명해 지는 것 같다. 영화는 영화감독을 기억하지 각본가를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데 드라마는 보다보면 역시 이 작가 하면서 골라보게 되는 일이 생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어른들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그렇게 잘봤다. 덕분에 나도 목욕탕집 아들들 같은 드라마를 너무나 재미있게 봤었고 요즘같으면 별에서 온 그대로 이젠 한국을 넘어 중국에까지 유명해진 박지은 작가나 해를 품은 달로 크게 유명해진 진수완 작가 -바로 이 책 킬미 힐미의 원작자- 도 정말 이젠 믿고 보는 작가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나 지금 방영중인 시그널의 작가인 김은희 작가도 손꼽고 싶다.

 

그래서 그들의 대본집이 나온다면 꼭 보고 싶었다. 이렇게 <킬미 힐미>가 대본집으로 나와주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지성과 황정음의 합이 잘 맞는 연기와 지성의 세밀하고 정말 다 다른 인격들의 연기와 원래의 주인공인 차도현이란 인물이 너무나 선해보여 좋았고 오리진인 황정음의 발랄한 연기와 상대를 감싸주는 따뜻함 그리고 누나이자 여자로서 좋아하는 오메가 작가로 나오는 오리온(박서준)도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의 연기들도 다 좋았는데 이렇게 대본집으로 읽다보니 바로 눈앞에 그려지듯 그들의 연기들이 눈에 선해서 너무나 신기한 경험을 했다. 모든 글들이 다 음성지원이 되는 것이다. 황정음의 엄마 역할을 맡은 김희정씨의 이것아~ 하는 연기, 오대오 아빠 역할을 맡은 박준규씨의 느글거리면서 귀여운 아빠연기도 해를 품은 달의 할머니처럼 이번에도 할머니를 맡은 김영애씨의 근엄한 연기도 모두 음성지원이 되었다. 정말 푹 빠져서 순식간에 1권과 2권을 독파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연기 대본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토씨하나 안 틀리고 말하고 연기를 해도 화면에서는 그렇게나 재미있었으니 말이다.

 

진수완 작가의 대본집을 보면 요즘 십대부터 이십대의 언어도 통달한 듯 보이고 무엇보다 오리진이라는 정신과의사의 연기에 걸맞는 의학지식이 아주 정확해 보였고 그에 맞는 약 이름이나 증상이름들도 아주 제대로 였던 것 같다. 2권에서 예를 들면 인터넷댓글을 보여주는 대사밑에는 깨알같이 진짜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쓰는 표현 그대로 써준 '예' 가 4가지나 주석처럼 써있을 정도로 아주 정교했다. 대본이란 이런 것이구나. 사전 조사도 공부도 엄청 해야하겠구나 그리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미리 작가가 다 머리속에 그리고 있구나 하지만 또 연기자도 중요한 것이 아무리 좋은 대본도 대사를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어색한, 소위 발연기자들이 한다면 이 맛이 안 날 것이다. 지성이란 배우가 정말 너무나 잘 연기했다는 것을 대본집을 보면서 그 멋진 성우같던 신세기의 발음과 반듯한 차도현의 음성이 그대로 기억나고 당찬 요나의 애교섞인 살벌한 말투와 걸죽한 페리박의 말투가 모두 떠오르니 새삼 알 수 있었다. 정말 연기대상을 받을 만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대본에서 마지막 중요장면에서 끝나고 다음회에서 마지막의 그 긴장되던 부분이 반복되며 시작되는에 대본집을 보니 그런것까지 다 써있고 회상장면에 쓰이는 장면 번호까지 일일이 지문에 적혀 있으며 거울이 깨졌으니 다음회에서도 연결되서 거울이 깨진 상태입니다 라는 디테일한 지문에선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스크립터의 역할까지 다 하고 있어서 정말 놀라웠다. 또 이러한 것들과는 별개로 작품 자체가 너무나 밝으면서도 아픈 과거를 드러내고 있고 그것을 다 감싸안고 괜찮아 괜찮아 해주는 놀라운 힐링의 장면들이 있어서 더욱 뭉클한 작품이었다. 또한 기준과 약혼녀의 대사나 호시탐탐 승진그룹을 노리는 차영표나 윤자경 그리고 차도현의 철딱서니없는 엄마 그 모두들의 말투가 다 다르고 특성을 다 보여준다. 유혹을 하고 무시하고 까불고 하는 모든 등장인물의 대사가 펄펄 살아있다. 작가는 관찰을 정말 잘하는 관찰의 천재인 것 같다. 나같은 사람은 써보라고 해도 한장도 제대로 못 쓸 것이다. 떠오르는 말투도 말도 성격도 상황도 없어서 말이다. 작가 역시 타고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가슴 아팠던 그리고 힐링이 되었던 작품을 다시 대본집으로 읽은 기분은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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