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재발견 - 내 속에 감춰진 진짜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현주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과학을 전공하고 분자생물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계속 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도 여러가지 저술활동을 하는 저자의 글은 처음으로 읽어보았는데 어렵기는 해도 글줄기를 붙잡고 읽다보면 그 어떤 책보다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했던 도서였다. 알랭 드 보통의 글처럼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면서도 재미도 있고 독서의 즐거움을 제대로 주는 작가라 이후의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져보아야 겠다.

 

감정이란 무엇일까. 마인드 = 마음은 오로지 뇌에서 발생되는 영역일까 사회적인 환경적인 문제일까. mind는 마음이라는 뜻과 동시에 무엇을 꺼려한다는 뜻인만큼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처럼 무언가는 꺼리는 일을 본능적으로 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감정의 문제들 우리가 잘못 오해하고 있는 마음의 문제들에 대해서 뇌과학적이며 한편 인간적인 면에서 배우는 즐거움이나 사회환경적인 면에서도 잘 살펴보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자기계발서는 읽고 나면 그래 이렇게 해야겠다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이내 이틀만에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지만 이러한 인문학적인 책들은 다소 어렵지만 읽고 이해하는 동안 뇌가 활성화 되어서 더 큰 기쁨과 만족을 주어 내 행동을 변화시킬수도 있다는 점에서 요즘에는 이러한 책들을 더 좋아하고 있다.

 

보통 전전두엽이 손상이 되면 충동적이 되고 범죄를 일으키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실제로 잔인한 범죄자들의 뇌를 살펴보았더니 공격성이나 충동을 억제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전전두엽 피질이 없다면 일을 완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사물의 좋거나 나쁜 가치에도 무관심해지고 이유 없이 화를 낼 것이라고 한다. 그런 성질이 유전이 되어 어떤 가문에서 살인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도 했는데 그 가문을 조사해보니 특정 효소를 생산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었다고 한다. 모노아민 산화효소(MAOA)라 불리는 효소는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같은 신경전달물질들을 분해하는데 이 물질들은 뇌세포끼리 소통하게 해주어 인간의 기분과 성격에 관여한다고 하는데 그 집안의 남자들은 이 MAOA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효소가 없는 또 다른 가문들에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어떤 과학자 역시 자신은 이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불안해 했지만 평생 온화하게 살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없고 평탄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로 환경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 양육자들 특히 엄마들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가혹하게 양육을 하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더 안 좋게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대목을 읽으니 더욱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정신이 번쩍 든다. 늘 온화하게 다정하게만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또 하나 인간은 늘 편하게 살고자 해서 어떤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매일 운동을 하고 장을 보고 수다를 떨고 하는 일련의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위들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 갈등을 감춰두고만 있어서 언젠가는 그 일상이 바닥이 날 수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렇게 되면 어떤 큰 사건이 인생에 터지면 인간은 맥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상속에서 덧없음을 깨닫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고 불안과 두려움의 실체를 맞아 이를 극복해 보인 사람들이라면 더욱 단단해 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우울하다고 감정이 바닥이라고 좌절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이 시점이 전화위복이 되는 시점일 것이다. 특히나 자신은 대충 행복하다고 해도 자녀들에게는 독이 되었던 일상들이 나중에 사춘기가 되어 엄청나게 안좋은 방향으로 자녀들이 표출 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녀들은 당신들의 스트레스를 묵묵히 받고 견디다가 언젠가 뻥 터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 자신의 문제를 미리 깨닫고 내가 행복하면 자녀들도 역시 그것을 목도하고 행복해 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감정의 재발견. 각박한 현실속의 현대인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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