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딘 스테어 지음, 김혜남 옮김, 고가라시 퍼레이드 그림 / 가나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김혜남님의 번역으로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더 나빠지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인생을 조망하는 김혜남님의 따뜻한 번역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글은 나딘 스테어 라는 미국 중동부의 두메산골에 살던 한 할머니가 85세가 되던 해에 쓴 시로 몇십년전의 시이니 이미 할머니는 이 세상분이 아닐 것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에서 소개된 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은 시로서 고가라시 퍼레이드라는 일본의 일러스트 화가가 그린 그림과 책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작은 안경을 쓴 귀여운 서양할머니가 초록 잔디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은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할머니에 비하면 어리지만 마흔 중반을 향해가는 나도 이제 돌이켜 인생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모르던 학창시절과 이십대에 그냥 흘러보낸 시간이 너무나 안타깝고 그립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또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십대이다.

 

'나이가 들어 참 좋은 게 뭔지 아세요? 그건 이제야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는 거예요.' 라는 책 뒤에 써있는 글귀는 아마도 번역을 하신 김혜남씨의 글이 아닐까 싶다. 정말 깊이 동감한다. 그리하여 내게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 또한 너무나 안타깝다. 청소년기의 자녀가 방황을 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본다는 것은 하나의 징벌과도 같다. 이제 나도 여유롭게 살려고 했는데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자녀에게 발목을 잡힌 기분이랄까. 그럼에도 이 할머니의 책을 읽으면 아직도 나는 어리다. 아직도 희망이 남아있고 자녀에게 돌리는 눈을 조금 줄이고 내게 집중하여 더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을 원없이 해보고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다. '긴장을 풀고 경쾌하게 살며 이번 여행에서보다 더 철없이 굴고, 이젠 모든 것에 덜 심각해질거야 좀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겠어' 하는 할머니의 시는 나에게 크게 위로가 되는 글이기도 하다.

 

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은 끝난게 아니다. 아이에게 자립심을 키워주고 묵묵히 뒷바라지를 하면 언젠가는 알아줄 것이다. 그러면서 생기는 여유시간에는 꼭 긴장을 풀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자.. '그러나 나보고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가질 거야.'..예쁜 일러스트와 할머니의 시가 한데 어우러져 나에게 편안한 시간을 제공해 준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리고 정말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할머니가 춤을 추고 봄에서 가을까지 맨발로 잔디를 밟고 트럼펫을 불고 비행기를 조종하고 여행가방을 들고 기찻길에 오르고 하는 많은 일러스트들이 미소를 자아낸다. 그래 힘을 내자. 아직 인생이 끝난것도 아니고 나는 할머니의 절반 나이밖에 안됐으니까. 다만 어린 내 딸이 인생의 이런 의미를 모르고 힘겹게만 느끼며 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나중에 되돌아 보면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 시간인 줄 내 나이만 되도 뼈저리게 느낄텐데 어쩌면 나이가 드는 것이 아이에겐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 부디 아이가 훗날 나는 잘 살았노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생이 펼쳐지기를..내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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