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의 노란 화살표
송진구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 스물에는 오히려 떠남에 대한것을 잘 몰랐다. 그저 두려움이 많았다고 해야하나..젊었을때 연수를 다녀오거나 배낭여행을 다녀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 팔팔한 시절에.. 지금은 그저 여건만 된다면 떠나고 싶어진다. 작년 겨울에 갔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여행이 생각나고 남편회사에서 운좋게 갔었던 하와이여행이 생각난다. 현실을 회피하고 싶을때도 무언가를 버리고 채워오고 싶을때도 우리는 떠남을 생각한다. 다녀오면 무언가 달라지리라 무언가 다시 시작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인 송진구씨의 글을 보면 우리가 왜 떠나고 싶어하는지 잘 대변해주고 있다. 본인도 한달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제안받았을때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방송강의도 있었고 강연도 있었고 여러가지 스케줄이 있는데 만약 이 모든것들을 미루고 다녀온다면 과연 내 자리는 잘 보전이 될지 학교에서는 짤리지는 않을지 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인들은 누구나 그를 응원하고 다녀오라고 말한다. 지금이 아니면 갔다올 수 없을 거라고. 은퇴하고 여행을 하고 싶다던 노교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은퇴한 그때에는 많이 걷고 힘든 여행은 할 수도 없다고 도가니뼈가 약해져서 말이다. 그런 응원의 글과 말에 송진구씨는 다큐팀과 함께 희망멘토가 되어 멘티들과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다.

 

800킬로미터는 부산에서 신의주에 이르는 길이다. 30일에 거쳐서 걷되 험하고 높은 고원지대도 있다. 비바람도 수시로 맞는다. 과연 이 길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송진구씨의 힘든 여정과 함께 그가 거쳐간 스페인의 멋스러운 도시들을 같이 걷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의 고생은 전혀 같이 하고 있지 않지만. 온통 발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고 발목이상이 생기고 무릎에도 이상이 생긴다. 뒤로 갈수록 부상자가 속출한다. 정말 건강한 사람들도 멘붕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여정이다. 하지만 걸을수록 희한하게도 버티고 더 걸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생겨나는 것 같았다.

 

멘티들 중 특히 한분은 사고로 딸을 잃은 분이다. 스물다섯까지 고이 기른 딸을 낯선 사람의 손에 죽임을 당해야 했으니 그 슬픔과 아픔이 얼마나 클까. 나도 자녀가 있는 사람으로서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철십자가에 딸의 사진과 또 다른 피해자들의 사진을 내려놓으며 통곡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엉엉 울었다. 또한 같이 나선 배요가씨나 박사진씨 같은 물론 가명이지만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이루어지며 어느새 진정한 한 팀이 되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끝까지 완주하게 되며 마지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러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나 역시도 뜨거움이 올라왔다. 책은 직접 읽어보아야 한다. 송진구씨의 그 힘든 순례길과 함께 그가 전해주는 각종 희망의 이야기들은 멋진 강연처럼 내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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