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들어보았더니 보통의 존재 이석원 두번째 산문집이라는 띠지문구에 보통의 존재라..에 또 한번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우선 책이 술술 잘 읽히고 처음에 서점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이 약속을 파기하자 원래대로 광화문 교보로 향한 작가 이석원씨는 그 약속을 파기한 사람이 서점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고 이내 알 수 없는 감정들에 사로잡힌다. 나 같아도 뒤통수를 때리며 뭐야, 약속있다며 할 자신이 없다. 일단 상황을 살펴보고 의아함과 왠지 모를 허망함과 괘씸함에 사로잡혀 따지지도 못하고 나중을 기약하며 나왔을 것 같다. 물론 나보다 훨씬 글을 잘 쓰시고 아포리즘 같은 시적인 글들도 너무 멋지고 새겨읽을만한 문구들이지만 전문 소설가같지도 않고 뭐랄까 약간 제멋대로인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만의 표기와 맞춤법을 저자 고유의 스타일에 따른다는 아주 작은 문구가 이 책이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것이다.

하..이 작가 신경쓰이네..멋지네..하는 생각이 든다. 산문집인지 본인의 이름만 등장하는 소설인지 읽으면서도 헷갈려 죽겠는데 점점 소설처럼 스케일은 커지고..어 이석원이라는 사람이 정말 본명이고 노래를 하고 밴드를 하는 모양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힌트이다. 근데 의사이며 김씨이고 열살이나 어리다는 이 이야기산문집?의 주된 인물인 그녀가 정말 실존하고 실제로 이석원씨가 이렇게 사귀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구라이며 허구인지 알 수가 없으니 더욱 읽으면서 웃기기도 하고 뭔가 사기당하는 것 같기도 한데 실제로는 이 책에 푹 빠져서 읽게 된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중간에 작가인 저자가 쓴 2부의 철수라는 글은 그야말로 전체적으로 생뚱맞게 들어앉은 단편소설인 셈인데 나는 이 작품이 아주 좋았다. 이런 소설로 소설집을 내도 참 좋으실 것 같다. 암튼 보통의 존재도 급 궁금해져서 하나 사서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 정도로 이 책도 매력적인 책이었고 나보다 두 살 많은데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이혼남이어서 일까. 가정이 주는 소중함과 뿌듯함과 행복이 있지만 나도 마흔이 넘어가니 뭐랄까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그리울 때도 있고 자유가 그립고 나만의 취향을 스스로 존중받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나도 차를 좋아하고 홍차를 좋아하고 맛있고 좋은 이자까야에 가고 싶고 심지어 프랑스 가정식으로 적은 테이블만 있는 그런 곳에 가고 싶다. 그런데 남편이 도통 따라주질 않는다. 결국 매번 아이들과 빕스에나 간다는..

암튼 이 책을 다 읽고 이석원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니? 어머나? 정말로 언니네이발관이라는 밴드의 보컬이고 정말 유명한 인디밴드였고 왜 활동이 뜸한지 이유를 모르겠고 5집은 정말 한국에서 내세울만한 명반이라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자랑 하나 없고.. 정말 신기한 분일세. 암튼 어느 정도는 그 김씨라는 의사분과의 이야기들이 진짜라고 믿고 싶다. 육체적 관계도 그렇고 그 여자분의 이혼이야기까지도 진짜일지 에이 그건 허구겠지 2억짜리 파나메라도 그렇고 말이다. 암튼 나중에 사인회라도 꼭 가서 여쭤보고 싶을 정도다. 이 이야기산문집 대체 정체가 뭐냐고 암튼 재미있게 읽었고 허무하게 읽었고 여기에 나오는 가게들 다 찾아가보고 싶고 여기에 나오는 아포리즘 같은 글들 다시 세세히 읽어보고 싶다. 결론은 마흔이 넘은 나에게 이 책은 뭔가를 달래주고 의미를 준 책인 것 같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내게도 있음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