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반지
즈덴카 판틀로바 지음,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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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말 잘 만들어진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여러번 보았다. 디데이에 노르망디 상륙작전부터 커랭탕, 발지전투 등 미국에서 차출된 미국군사들이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독일군과 격렬하게 싸웠던 드라마인데 마지막에 독일군에 이겨 유대인들을 수용소에서 구해내는 장면에서 이미 산사람이 없을 것 같던 수용소에서 뼈만 남은 사람들이 하나 둘 유령처럼 나왔던 장면들이 잊혀지질 않았다. 과연 저것이 사실일까.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저렇게까지.. 히틀러를 추종한 독일군들은 모두 인간이길 포기한 것일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당하고 살해당한 저 사람들은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뒤로 잘 살고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모두 사실이고 현재 독일과 유럽 곳곳엔 당시 희생당한 사람들의 유골과 신발등을 산처럼 쌓아놓은 박물관들이 있다고 한다. 기록영상도 있을 것이다. 어쨌건 일본과 달리 독일은 과거를 후회하며 참회하고 있는 시늉이라도 한다. 지금 시리아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착한 독일인들도 많다고 한다.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따뜻하다고.. 어쨌거나 과거 히틀러 아래에서의 독일은 지금과는 달랐고 집단 최면에라도 빠진 듯 유대인과 집시를 잡아들이고 박해하고 고문하고 가스실에서 죽이기에 바빴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하고 가까이 있던 가족들과 지인들을 모두 잃고 모든것을 목격한 즈덴카 판틀로바의 이 책 '깡통반지'는 여러가지 면에서도 정말 중요한 책인 것이다. 그 어떤 증언보다 구체적이고 가슴 아픈 실제 경험의 모든 것이 이 책에 쏟아부어져 있다.

 

부지런한 사업가인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난 즈덴카는 어려서부터 용감한 아이였다. 아직 어려서 할아버지에 맡겨진 4살밖에 안된 아이는 마을의 어떤 축제가 보고 싶어서 혼자 할아버지가 잠든 틈에 집에서 빠져나가 부모를 찾아서 결국 자신의 뜻대로 구경을 하고 올 정도로 용감하고 영특한 아이였던 것이다. 어머니가 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양어머니가 생겼지만 친구도 학교도 잘 다녔던 즈덴카는 부족함이 없는 소녀로 자라났다. 체코에서 중산층보다 더 여유있게 잘 살았던 즈덴카네 집안은 유럽의 어두운 그림자에 유대인으로서 점점 입지를 잃어가고 학교며 지역사회에서 점점 도태되는데.. 그러다 아버지가 잡혀가고 만다. 아르노와 사랑에 빠졌던 열일곱살의 즈덴카는 곧 전쟁의 소용돌이에 어머니와 동생인 리디아와  그리고 오빠와 함께 수용소로 끌려가고 거기에서 아빠와 오빠와 헤어지게 된다. 그 와중에 극적으로 아르노와 재회한 즈덴카는 깡통으로 만든 반지를 건넨 아르노를 생각하며 굳게 견뎌가고 동생 리디아와 함께 친한 여자 다섯이서 오로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목숨을 이어가게 되는데..

 

정말 다섯이 뭉치지 않았다면 벌써 한 사람씩 죽어나갔을 정도로 음식도 없었고 채찍같은 것이 함께 한 노동에 한번씩 수용소를 이동하게 되면 사람들끼리 겹칠 정도로 서서 자야할 정도로 힘든 기차에서의 시간에 인간으로서 정말 치욕스러운 배설까지.. 어떻게 나같으면 정말 열흘이라도 견딜 수 있었을까 싶게 2년을 넘게 버텼고 당시 1000명이 이동을 했다면 끝까지 살아남은 17명 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 같이 했던 다섯 중에서도 혼자 살아남았다. 책을 읽다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즈덴카에게 정말 인간으로서 존경심이 느껴졌다.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처음에는 번역때문에 읽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 같다. 추천사부터 프롤로그까지 참 읽기가 힘들었다. 즈덴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내 잊고 책에 빠져들었다. 암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중에서도 손꼽히는 책이 바로 이 책인 것 같다. 즈덴카씨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강연을 다니실 정도로 잘 살아왔는데 정말 그 점에 너무나 감사드리고 싶다. 살아주셨고 또 그 이후에도 잘 살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간으로서 다시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현대인들에게 정말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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