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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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태생의 작가가 쓴 남부가 배경인 유명한 작품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밖에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번에 새로 번역된 '앵무새 죽이기'는 그간 읽으려 부단히 노력했던만큼 한번에 새로나온 책으로 새표지로 멋진 새번역으로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원래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둣이 아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는 패럿 그 앵무새가 아닌 모킹버드는 '흉내내기지빠귀새'가 맞는 명칭인데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부터 앵무새 죽이기로 번역이 된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지한대로 이번에도 아쉽지만 앵무새 죽이기로 그대로 썼다고 한다. 모킹버드 죽이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암튼 그렇게 유명한 앵무새 죽이기를 드디어 다 읽었다. 다 읽은 소감은.. 많은 소설을 읽어 온 것은 아니지만 소설의 결말부분은 읽어본 중에 최고 멋지고 감동적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일 줄이야.

 

여섯살 진 루이즈와 그보다 네살 많은 오빠 젬 그리고 이웃 딜까지 꼬마들의 이야기이건만 이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정말로 모험적이고 진취적이고 감동적이고 나의 어린시절도 떠오르게 하는 그런 멋진 성장소설이었다. 진 루이즈는 치마보다는 멜빵바지를 즐겨 입고 뭐든지 오빠와 함께 노는 말괄량이 소녀이다. 성장소설에서 이렇게 소녀가 주인공인 것도 앵무새 죽이기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스카웃이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소녀와 그녀의 오빠는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와 그들의 집에서 평일에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흑인 아줌마 캘퍼니아와 함께 살아간다. 벌서 오십이 다 되가는 아버지는 워낙 늦게 가정을 꾸린 탓인데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는 행운과도 같은 아버지이다. 뭐든지 아이들에게 잘 설명해 주고 원기를 북돋아주고 싸우더라도 각각의 아이들의 말을 다 들어주는데 그가 아이들에게 쓰는 대화법들은 요즘 육아상담사들이 아이들에게 해주라는 그런 식의 대화가 많아서 놀라웠다. 진즉 이 책을 읽었다면 나도 깨닫는 바가 많았을까.

 

이웃에 사는 부 래들리 아저씨는 한번도 집밖에 나오지 않아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이 부풀리고 상상한 것들은 점점 더 구체적이고 무서워지는데 아이들은 이웃인 래들리 집을 지나오는 것도 무서워할 지경이다. 그러다가 점점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기는 커녕 나무에 뭔가를 놓아주는 사람이 부 래들리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덜 무서워하게 되는 것 같다. 부 래들리의 정체는 끝까지 알려지지 않다가 중간에 한번 아주 감질나게 보여지는데 그것도 이 소설의 묘미이다. 아이들은 이제 여덟살 열두살로 성장해 가고 톰이라는 흑인 청년을 변호해야 하는 아버지는 지역사회에서 겉으로는 존경받으면서도 뒤에서는 욕설과 비난을 듣게 되는데 그 화살이 아이들에게도 향한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누구나 변호받을 기회가 있고 톰은 결백하다면서 7년간이나 남의집에서 정말로 성실하게 일한 사람이라면서 그의 주인 또한 톰을 옹호한다. 하지만 지저분하기로 유명하고 쓰레기같은 악당인 유얼은 그들을 괴롭히는데.. 여섯살짜리 꼬마가 그려낸 이야기들이 이렇게까지 흥미진진하고 스케일이 커질 줄이야..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전미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렇게 유명한 작품이 있을까. 왜 고전이라고 부르는지 명작이라고 부르는지 또 한번 각인하게 된 작품이다. 앵무새 죽이기를 안 읽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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