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라야마 유메야키의 다른 단편집을 본 적이 있었다. 지도가 독백을 하는 형식이었는데 아주 색달랐고 무섭기도 했지만 유머의식도 살아있는 그런 글이었다. 이 작가 되게 독특하구나 싶었다. 이번에는 악명높은 남의일을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악명이 높을만 하다. 연속해서 읽으니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도 느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무섭거나 호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악명높은 일들은 실제 사건만 못하다고 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이라고. 학대던 방치던 연쇄살인이던 말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행히랄까 공포를 주는 일의 모티브가 된 적은 있어도 직접적인 사건이 있는 단편은 없어서 다행이랄까.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는 단편들도 있었다. 약간 SF적인 단편도 등장했고 이것이 영혼인가 진짜로 죽어가는 사람 사이의 대화인가 싶은 것도 있었고 어쨌든 심한 폭행을 당한 고등학생 커플이 도망치는 이야기에서는 너무나 끔찍한 기분도 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들의 그러한 너무나 심한 몰골을 보고도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이 실제 사건에서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싹했다. 그래서 이 단편집의 표제가 <남의 일> 인가 싶기도 하다. 작가는 이 잔인하고 무서운 단편들을 통해서 남의일에 무관심한 사회를 풍자하려고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실제 2007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주제의식이 강한 단편집인데 표지가 너무나 무서워서 많이 못 팔릴 것 같기도 하다. 표지를 좀 안 무섭게 세련되게 편집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첫번째 단편인 '남의일' 또한 남의 사고에 무관심하고 무표정한 사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정말 소름끼쳤던 단편이다. 어쩜 그렇게나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 옆에서 그렇게나 태평일 수 있을까. 병적인 사람들의 단면을 본 것 같다.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자식을 둔 부모의 한스러운 십년의 세월이 눈에 보이는 듯한 단편도 있었다. 마지막의 반전이 뜻밖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한 아줌마를 상대로 레슬링을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도 실제 일어났음직한 사건이어서 너무 무서웠다. 현대인들의 각박하고 이웃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고 또한 묻지마 사건이 일어나는 요즈음의 상황에 화두를 던지는 단편집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읽고 나서 스물스물 드는 오한과 불쾌감은 어쩔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