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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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처음으로 갔다 왔던 일이 꿈만 같다. 2014년 12월말부터 2015년 1월 9일까지의 일이니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도 까마득히 먼 일 같다. 3월이후부터 집안에 큰 일이 생겨버렸는데 마치 그 기억이 내가 과연 다녀왔던가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책 <함께, 다시, 유럽>을 읽으면서 그제서야 새록새록 기억을 꺼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신혼부부가 모든 예물 등을 포기하고라도 여행자금을 마련하여 400일간 세계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중 유럽여행에 대한 이야기만 따로 책으로 낸 것이다. 정말 영리한 사람들이다. 나도 결혼하면서 600만원정도의 목걸이 귀고리 반지 등 예물을 했지만 너무나 촌스러워서 평소에 전혀 차고 다니지를 못한다. 애초에 왜 그런 것을 하나 싶어서 나도 안하고 싶었는데 모두들 한다면서 억지로 맞춰준 시어머님이 평소에 아는 가게로 갔던 것인데 너무나 말도 안되는 아까운 일이지 싶다. 암튼 요즘 부부들은 자신들의 미래와 삶이라 본인들이 결정하고 남의 이목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든다. 나도 여행을 다녀오니 진즉 남편과 이런 여행을 단 둘이서만 다녔다면 서로 니탓내탓 하지 않고 싸울 일도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이들과 다녀오다 보니 정작 보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보고(가령 프라도 미술관 같은 경우 아이들이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더 보고 싶어도 실컷 볼 수가 없었다) 헤맬 경우 서로 남탓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거짓말 안하고 이 부부는 부부싸움을 한번도 하지 않고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서로 분업이 잘 되어 있었고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취 십년차 이상인 남편이 요리가 싫은 아내를 대신해서 요리를 담당하고 아내가 자질구레한 예약등을 했으며 그러다 큰 일이나 급박한 일이 생기면 남편이 나갔다 오면 숙소가 구해져 있는 등 듬직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을 전공한 남편이 찍은 사진들은 그 사진들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남들이 다 간다는 곳만 가게 되면 하루종일 그 계획을 이행하고 돌아다녀야 하는 어찌보면 자유가 없는 여행이기에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이 부부는 그런 곳을 과감히 정리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여행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진 한 장만 보고 정말 그곳을 찾아낸 어느 바닷가 하늘이 뻥 뚫린 동굴에서의 사진은 정말 보기만 해도 황홀했다. 포르투갈 베나길(Benagil)이라는 작고 작은 해변 마을로 그곳에서도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들어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히든 비치'였던 것이다. 동굴의 한 가운데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운 모래를 밟은 것은 이 부부였다. 아마도 그 날 그곳을 입장한 사람들은 이 부부가 처음이었을 것 같다. 사진 이미지 한장만을 가지고 물어물어 간 곳이라니.. 사실 꿈에도 이런 여행을 꿈꾸지만 더 젊었을때다 가능한 일인 것 같도 집안 사정상 당분간은 갈수도 없는 이런 여행이니 정말 대리만족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스코틀랜드 기닝고 성도 아주 멋스러웠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여행이나 스코틀랜드 글렌코에서의 길에서의 숙박등은 정말 이들이 용감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남들이 가지 않는 드넓은 아름다운 평야와 산을 보고 감탄을 그칠 수가 없었다. 유럽 여행뿐 아니라 남미 여행도 아주 오래했는데 벌써부터 이 부부의 남미여행기가 기다려진다. 언젠가는 나오겠지? 그때쯤에는 우리도 또 다른 여행을 할 수 있는 가족이 되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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