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쓴 후성유전학 -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
리처드 C.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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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에서 꾸준히 나오는 사회과학인문학 도서들은 늘 양질의 최신의 경향을 보여주면서 마찬가지로 양질의 번역으로 우리의 기대치를 높여준다. 쉽게 쓴 후성유전학도 우리가 흔히 아는 DNA, RNA에서 더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후성유전학을 알기 쉽게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환경 스트레스가 사람들의 후천적인 성격이나 성장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쌍둥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란성 쌍둥이 임에도 둘 다 가지고 있던 칼만 증후군의 증상이 어느 한쪽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토대로 네덜란드에서 2차세계대전으로 대기근이 일어나 당시 잘 먹지 못했던 임산부들의 태아가 초기 중기 후기에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태어나 후에 성장기에 어떤 증상들이 발현되었는지에 대해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영화 '디어 헌터'의 줄거리를 통해(사실 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명성만 들었는데 마치 영화 한편을 본 것처럼 재미있게 읽었다) 왜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삼형제가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다 다르게 되었는지..맏이는 그나마 굳건했고 둘째는 공포에 질려 결국 단기성 정신병에 시달렸고 막내는 가장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던..를 통해서 이해를 하고 나니 후성유전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들을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우선 유전자들은 무엇인가. 에 대해 초파리를 통해 우리가 아는 흰눈초파리 유전자를 발견한 모건과 그의 실험실에 대한 이야기들과 그것을 더 발전시킨 왓슨과 크릭의 이야기를 통해서 유전자학에 대한 과학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이 책은 정말 어려운 이론임에도 술술 읽히는 마성을 가진 책이었다. 제목에 '쉽게 쓴 후성유전학'이라는 말이 그대로 와닿는다.

 

모성이 결핍된 고릴라나 쥐의 실험을 통해 후천적인 양육태도같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후에도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아 다시 정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긍정적인 자료까지 말이다. 어린 시절 엄마의 산후우울증이나 육아스트레스에 희생된 아이들도 그 엄마의 뉘우침과 후회와 반성으로 인해 다시 따뜻한 양육을 받게 된다면 무사히 사춘기를 거치게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세지 말이다. 이는 거꾸로 부모 특히 엄마의 양육태도가 얼마나 아이의 인생을 좌우하는지 후천적인 후성유전학을 왜 배우는지에 대한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그런 부분만을 특히 강조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유독 그런 부분들이 와닿았다. 과학자들의 후성유전학을 보는 입장이나 수컷은 왜 더 약할까? 와 같은 화두를 통해 책은 끝까지 흥미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가벼운 농담으로 가득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일반인들도 과학자들의 영역인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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