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아이

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미야베 미유키는 정말로 이야기꾼이다. 모방범 3권 시리즈로 처음 읽기 시작한 그녀의 책들은 마치 김수현작가의 드라마처럼 묘하게 중독적이고 말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쏙쏙 들어온다. 이번 책 <형사의 아이>는 비교적 그녀의 초기작인데 이 책도 어색함없이 정말 재미있게 읽혔다. 머리속이 복잡할때 그녀의 책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달까. 그것이 추리소설임에도 말이다. 최근작인 솔로몬의 재판에서도 느낀점이지만 그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써도 그녀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써도 늘 각자의 자기옷을 입은 것처럼 술술 잘 읽힌다.

형사의 아이. 제목 그대로 한 한적한 시골마을에 부임한 형사와 그의 중학교 1학년 아들의 활약을 그린 추리소설이다. 성장소설로서도 무리가 없는 작품인데다 서술트릭이나 어떤 트릭을 푸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사회파적인 추리소설로 메세지와 스토리가 살아있다. 별 상관없어 보이던 것들이 연관을 가지면서 아픈 과거를 살아가야 했던 선배어른들의 이야기도 잔잔한 파문을 준다.

아이를 데리고 공원을 찾은 한 여인이 저수지부근에서 발견한 것은 머리카락이 있는 토막시신. 생각만 해도 끔직한 장면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마네킹인가 하는 착각으로 묘사한 부분이 역시나 뛰어나다. 담담하게 그러한 장면이 지나가고 사건을 맹렬하게 수사하는 형사진들. 마을에서 혼자사는 노인으로 알려진 '시노다 도고'가 범인이라는 묘한 메세지가 형사의 아이인 '준'의 집에 배달되고 그 노인을 보필하는 '사이가'씨와 사이가씨 주변인물들이 의외로 부각되고 사건은 점차 실마리를 찾아 풀려가는데 여기에서 형사의 아이인 '준'과 가정부 '하나'의 우정과 활약이 돋보인다. 또한 준의 친구인 '신'의 우정도 이 성장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준의 아버지인 형사인 '미치오'씨는 과묵하면서도 진짜 형사란 이런것이다를 제대로 보여주는 멋진 인물이고. 의외로 시노다 도고라는 인물의 아픈 과거와 그의 작품세계와 인품이 이 책에서 묘한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괴팍하고 괴짜같던 인물이 준에게는 상냥하고 인자한 노인인 것처럼. 역시 추리소설은 끝까지 읽어야 끝인 것이다. 끝까지 사건의 진상은 독자들을 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