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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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와 미나토의 단편집 <꽃밥>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서는 유명한 작품이어서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절판이었다가 이번에 개정판이 나와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한만큼 좋은 작품집이었다. 133회 나오키 수상작에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표제작은 '꽃밥'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편인데 역시 나도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읽고 있으면 분명 따뜻하고 먹먹한 감동까지 느껴지는데 전반적으로 흐르는 호러같은 느낌도 살짝 있으니 그래서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이 독특한 한 지평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외동아들이었던 도시키는 어느날 여동생 후미코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른 남짓의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셋이서 살아가게 된다. 후미코는 어린 아이인데도 뭔가 어른스럽고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는 시게타 기요미라는 사람의 이름을 계속 쓰지를 않나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괴한에게 칼에 찔려 살해당했음을 알고 있다. 후미코에게는 시게타 기요미가 있는 것이다. 시게타 기요미의 아버지는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가족들은 아픈 마음을 간직하며 막내딸을 기리며 살고 있다. 후미코가 오빠에게 대신 전달해 달라고 했던 도시락에 그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시게타 기요미가 전하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그 도시락의 정체는 무엇일까? 꽃밥을 읽으며 먹먹함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 작품 '도까비의 밤'도 가슴 아련하고 먹먹해지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역시 그런 작품이다. 게다가 한국 아이가 등장하는 작품이라 더욱 애정이 갔다. 원한을 가지고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의 영혼이 나타나자 동네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그 아이를 더욱 두려워하는데 오직 그 아이랑 같이 놀아주었던 주인공 아이만이 그 재일동포 아이를 이해해 주고 한국형 유령인 도까비가 등장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아마도 작가의 친구나 친척중에 재일동포가 있는 모양이다.

 

다음 작품인 '요정 생물'은 모두들 지나는 사춘기 이전의 감성과 혼란한 성장과정 어머니의 바람과 가출을 겪으며 요정 생물이 묘한 긴장감을 일으키는 매개체로 쓰이고 있다. '참 묘한 세상'은 한편의 블랙코메디 같은 작품이다. 한 남자가 죽고 장례식을 치르는데 움직여야 할 영구차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조카가 죽은 삼촌이 꼭 찾을 것 같은 그 부분을 찾아내자 움직이는 듯하다 또 움직이지 않고 다른 조카가 또 한명을 데려오자 비로소 움직이며 결국 모두가 친해져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블랙코메디는 세상사가 또한 그렇지 않던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작품이다. '오쿠린바' '얼음 나비'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이 작품들은 그래서 더욱 따스하고 으스스한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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