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의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2013년작 허즈번드 시크릿. 베스트셀러였던 그녀의 작품을 드디어 한국에서도 만나게 되었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면 대단한 것인데 천만부가 팔렸고 아마존 독자 리뷰는 1만 3천건이나 실렸다니 이런 책을 안 읽을 수가 없다. 전작인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이 작품도 몹시 기대가 되었다. 그녀 특유의 여주인공들의 세세한 상태, 직업이나 주부로서의 일상이나 그들의 친구들의 모습까지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묘사가 두드러져 그녀의 작품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호주 시드니에서 똑똑하고 예쁜 세딸과 멋진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실리아의 일상은 타파웨어를 세일즈하는 커리어우먼이면서 매우 바쁘게 살면서도 주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지역주민으로서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남편인 존 폴의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뜬금없지만 소설가로서의 그녀의 장점을 적자면 이 두꺼운 책의 글 하나하나가 허투로 써진 것이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가령 존 폴의 편지를 발견했을때가 그렇다. 다락방에서 실수로 팔로 쳐 쏟아진 신발상자에 보관하던 영수증 더미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하얀 봉투를 발견하고 남편인 존 폴의 글씨체라는 것을 알고 그 편지를 들어 올렸을때 본문을 잠시 인용해 본다면,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세실리아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지만, 곧 멈추었다. 마치 파티에 가서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듣고 신나게 웃다가, 불현듯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 심각한 말이라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뺨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왠지 당혹스러웠다. 어째서? 존 폴 때문에? 아니면 자기 때문에? 부끄러운 장면을 목격한 것 같았다.

 

이 책의 다른 축을 이루는 서로 사촌간이면서 같은 회사를 설립하고 남편을 뺏기게 된 테스와 펠리시티와 윌의 이야기는 그들이 호주 시드니로 가게 되면서 테스가 만나게 되는 남자인 코너 휘트비가 세실리아의 딸의 학교 선생님인 부분에서 묘한 접점을 이루고 레이첼이란 노부인이 젊은 시절 잃은 딸인 자니의 이야기가 섞여들어가면서 미스테리해진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지배한다. 어린 시절 딸을 잃었다면 그것도 살인자의 손에 잃게 되었다면 누구인지 심정적으로 의심이 가지만 증거도 없고 동기도 없다면 그래서 결국 범인이 잡히지도 않았다면 그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개인적으로 복수하고 싶을 정도일 것이다. 평범한 일상과 과거의 비밀이 공존한다는 것은 무언가 확실히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안타까움을 더하게 되고 결국에는 누군가가 다치는 일이 생긴다. 그것도 죄와는 무관한 사람이. 책의 말미에 모든 것을 밝히는 반전이 숨어있어서 더욱 놀라게 되었다. 잃어버린 이십년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일과 무관했던 사람들이 얽히게 되면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변할까? 리안 모리아티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스토리텔링과 하나하나 정성스런 문체들이 어우러져 대박을 낸 것이리라. 베스트셀러다운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