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백지연이 소설을 내다. 내 세대 사람들은 모두 알 백지연 아나운서는 MBC 뉴스의 간판앵커였다. 똑소리나는 발음과 야무진 모습으로 어르신들도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성장해 보니 내가 학생이었을적 훨씬 어른이었던 그녀는 같이 늙어가는 그런 친구같은 모습이 되었다. 오십이 넘은 그녀의 현재 모습은 40대 초반들과 견주어 보아도 몸매며 얼굴이며 젊어보인다. 늘 열심히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아홉권이나 되는 책을 내오고 했던 부지런한 결과가 아닐까.

 

그런데 이번에는 소설이란다. 사실 소설까지는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어떤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그녀의 소설 <물구나무>는 오호 같은 여자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것도 틈틈이 읽었는데도. 그만큼 흡인력이 강했고 처음에 다소 어색했던 것들은 읽어나가면서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어떤 소설가의 소설인가보다 싶었다. 요즘 드라마에도 배우로서 출연중인 그녀는 의외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 하고 있다. 워낙 발음이 좋은 아나운서다 보니 발성이 좋고 그녀 특유의 말투가 그대로 느껴져서 그런 캐릭터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표정은? 표정연기마저도 능청스러우니 그대는 도대체 안 갖춘 것이 무엇인가? 하지만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니 아무리 팩트가 아닌 픽션이라도 그녀의 인생이야기가 녹아있을 것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인생 저편에도 무언가 편하지만은 않았을 마음 고생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책 곳곳에는 그동안 일을 통해서 누려왔을 어떤 럭셔리함이나 우아함이 배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 소설이라도 지지리 궁상맞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재벌가의 아내가 된 수경의 삶이나 인터뷰이로서 성공한 주인공인 백민수나(백지연씨처럼 백씨이다) 좋은 아빠를 가진 문희의 삶이 제법 물질로서도 평안한 삶이라면 나머지 친구들의 삶도 대한민국 평균을 웃돈다.

 

그녀들의 취향이나 고등학교때부터의 우정이야기 그리고 현재 남편이나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민들은 같은 40대 여성으로서 술술 읽혀졌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못다한 이야기들도. 우리들 아버지 세대들은 그저 묵묵히 돈을 벌어다 주시지만 아이들과는 거의 대화가 없는 세대였으니까. 백지연의 소설이 놀라웠던 것은 중반부를 지나 하정의 죽음을 논하고 약간은 파헤치게 되는 미스터리적인 구성과 백민수의 화해하지 못한 아버지와의 화해장면이었다. 소설의 마지막을 이렇게 제대로 장식할 줄 아는 백지연이라니. 이건 그냥 소설가아냐..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다만 작가로서의 말들이 너무 많이 개입하지 말고 여백의 미가 있는 그런 소설도 썼으면 좋겠다. 읽고 있다보면 여자들의 수다가 도를 넘어 자기계발서같은 에세이를 써왔던 그녀의 습관들이 소설에도 미친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암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백지연씨의 작품은 성공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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