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용접공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수중용접공. 무슨 말일까? 말 그대로 물 속에서 시추선 근처에서 용접을 하는 용접공을 말한다. 그래픽 노블은 처음으로 읽어보는데 읽자마자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노블이라니 소설아닌가. 그만큼 문학적인 완성도도 높은 만화를 말한다. 주인공 잭은 애칭 재키로 불리운다. 아침에 면도를 하다가 살짝 베이고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힌다. 2주 정도 걸리는 시추선의 수중용접공 일을 자처한 것이다. 늘 10월 31일이 되기전이면 할로윈을 건너뛰기 위해 자청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여자친구인 수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한달도 안 남은 막달산모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조산사를 부르기로 하고 일을 찾아 떠나는 잭이 못내 서운했을 수지. 그래도 보내준다. 그런데 가자마자 물 속에서 이상한 소리와 이상한 것을 목격하고 정신을 잃는 잭. 무사히 구조되어 수지곁으로 돌아왔지만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하다 만 느낌이 들고 다음날인 할로윈이 오는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어짜피 돌아온 잭에게 수지는 당연히 막달인 산모로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기침대를 조립해달라고도 하고 조산사에게 가는 날 같이 가달라고 하고 그 전에 시어머니인 잭의 어머니에게 다녀가라고 할 정도로 속이 깊은 여자이다. 마지못해 어머니에게 찾아가지만 2층 자신의 방에서 무언가를 찾겠다고 하고 어머니는 순수하게 자신을 보러 온 아들이 아님을 깨닫고 서운해한다. 2층에서 할로윈에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기사를 다시 읽은 잭. 무언가에 이끌리는 물가로 가서 시간이 지난지도 모른채 시간은 흘러만 가고 정신을 차리고 집에 오니 수지는 혼자서 조산사를 만나고 와서 잭에 대한 서운함과 화로 더 이상 잭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이 장면은 열살이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술에 취하곤 해서 약속을 잊어버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지고 그런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난다.

 

이 작품은 아버지를 닮을 수 밖에 없는 아들의 이야기와 할로윈을 맞이하는 마을 전체의 모습 그리고 묘한 기시감이 어우러져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혹은 뒤로 갈수록 이것이 만화가 아닌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바뀌는데 마치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마구 섞이는 영화 인셉션을 보는 느낌조차 든다. 이것이 품격있는 그래픽 노블의 힘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한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 부모로서는 가장 큰 환경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불안감과 실제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의 비밀 등이 어우러져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래픽 노블의 세계에 빠져들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캐나다 최고의 만화가인 제프 르미어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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