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 배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시린 아픔.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나도 몹시 마음이 시리고 아프다. 오늘 중학생 아이의 학교 상담실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이의 우울감이 심하다고 한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길 마음은 하염없이 울고 있지만 아이 옆에서 내색을 할 수 없었다. 학원을 여러개 보내는것도 아닌데 단지 핸드폰 잔소리만 많이 했을 뿐인데.. 남들이 하는 잔소리였을 뿐인데..왜 아이는 남들처럼 강하지 않은 걸까. 뭐가 그렇게 미래가 걱정이 되었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을 지녔다고 울음을 토해내는 걸까. 이렇게 못참아 결국 엄마까지 부르게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결론은 내 아이는 남들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예민하고 불안한 성정을 가졌나보다. 오늘 빠진 수학학원도 매일 풀어야 할 학습지가 벌써부터 걱정되는 나는 아이에게 배재되었고 결국 아이는 자기아빠와 대화를 가진다. 내일은 아이를 좀 더 이해해야지. 잔소리를 하지 말고 꾹 참아봐야지. 하지만 나의 시린 마음은 누가 채워줄 것인가?

 

소피 칼의 시린 아픔을 읽었다. 이제야 이 책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아버지뻘 아버지의 친구인 한 남자를 그토록 사랑하고 결국 연인이 되었고 일방적으로 연인에게 이별통보를 받아야 했던 그녀의 시린 아픔이 말이다. 그녀는 뼛속깊이 예술가인지라 아무리 아플지언정 그날 호텔에서의 빨간 전화기와 침대 주변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 이 책에서 끝없이 변주되고 있다. 사진 한장과 그녀의 매일의 아픈 심경이 매 장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책의 거꾸로부터는 그녀에게 사연을 보내 온 진정 아픈 사연들의 주인공들의 편지가 이 책 한 장에 하나씩 매우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통보된 아버지의, 형의 죽음. 가까운 지인의 사고, 죽음. 이별.. 우리는 아무일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상인지 큰 일을 겪지 않으면 모른다. 1984년 파리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과정에서 그녀는 일부러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만주열차를 타고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홍콩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긴 여정을 택하게 된다. 그녀의 감성,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의 사진들이 이 책을 또한 채우고 있다. 이 책은 예술품같다. 멋진 포토북같다. 하지만 시린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고 예술적인 이 책에 빠져들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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