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 피아노 - 지나간 사랑은 모두 아프다
박종훈 지음 / 포북(for book)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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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밀회를 보다말다 했었다. 피아노 연주 장면은 실감이 나고 배우들의 연기도 물이 올랐지만 뭔가 오글거리기도 해서 말이다. 그런데 연기자인지 연주자인지 모를 사람들이 몇명 나왔다. 젊은 피아니스트도 있었고 박종훈이라는 피아니스트도 있었다. 참 피아노 연주자치곤 연기도 괜찮네 하고 말았는데 그분이 쓴 책을 읽게 될 줄이야.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던 예술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뭔가 감수성이 남다른 것 같다.

 

새드 피아노. 피아노가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짧은 단편들이 꽤나 여운이 남고 스토리텔링이 일본단편들 중에서도 괜찮았던 책들처럼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호시 신이치 덕분에 생긴 짧은 단편을 '쇼트-쇼트'라고 하는데 마치 그런 단편을 읽는 기분이다. 이건 재능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스토리텔링을 잘 못해서 답답한 이들이 있는데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 몇몇은 그대로 KBS나 MBC의 베스트극장같은 단편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책 한권에 29가지의 이야기가 등장하니 정말 쇼트-쇼트가 맞는 것 같다.

 

첫번째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이와 피아노의 애절한 이야기이다.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난 다음처럼 그렇게 코가 시큰했다. 두번째의 이야기는 짧은 인생을 살다 간 연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엇갈린 사랑의 운명을 지닌 연인들의 이야기, 노인의 지난 향수와도 같은 이야기, 불륜이 될 수도 있지만 아름답게 혼자 좋아하는 마음으로 끝나는 이야기, 후배가 들려준 라일락을 깨물으라는 이야기 등등 글만 읽어도 뭔가 바람이 살랑거리고 꽃향기가 일렁이고 나뭇잎이 춤추듯 내려오는 그런 이미지가 보인다.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피아니스트로서의 남다른 예술혼과 감수성 때문이 아닐까.

 

글마다 등장하는 피아노 이야기까지 완벽하게 글에 스며든다. 이 책의 특별 부록인 피아노 연주곡 CD는 이 책을 읽으며 들으면 정말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짧은 소설도 있고 음악과 지역 그리고 음악가에 대한 에세이도 있다. 지난 12월에 다녀 온 유럽이 저절로 생각나는 글이다. 글마다 등장하는 피아노 음악과 그 음악가도 적혀 있는데 그 정보들을 각각 찾아보고 싶을 정도이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계 때문에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못 느꼈던 일상에 한줄기 빛같은 책이었다. 그만큼 여유도 찾고 감성도 찾을 수 있었다. 주변에 선물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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